“대표이사는 내가 적임” 경쟁 치열해지며 차츰 감정대립 양상 8월12일 임시주총서 표대결 … 지분 60% 개인주주 손에 달려중견 전기업체 광명전기가 주주들간 경영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광명전기는 올해에만 최대 주주가 3차례나 바뀌는 등 경영권을 둘러싼 주주간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경영권 분쟁에 나선 주주는 13.76%의 지분으로 최대 주주로 있는 황주호 경희대 교수를 비롯해 2대 주주 이재광 한빛일렉콤 사장(10.97%), 3대 주주 서용규 대원GSI 사장(7.82%) 등 3명이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광명전기를 책임질 적임자라며 지분율 높이기에 나서는 등 경영권 확보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광명전기의 경영권은 다음달 있을 임시 주주총회까지는 쉽게 그 향방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는 “현재 진행 상황을 볼 때 광명전기의 경영권은 임시주총에서의 주주간 표 대결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권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주주들간 합종연횡과 개인 주주들의 결정이 앞으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의 경영권 분쟁은 최근 광명전기 임원과 우리사주조합(9.31%), 노동조합측이 2대 주주인 이재광 한빛일렉콤 사장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감정 싸움으로까지 격화되는 모습이다. 이에 ‘광명전기를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이에 반대하는 성명이 각 언론사에 배포되는 등 내분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의 상황은 제2대 주주인 이재광 한빛일렉콤 사장이 광명전기 임원과 우리사주조합, 노동조합측의 잇따른 지지 선언으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사장의 지분 10.97%에 우리사주조합 지분 9.31%를 확보, 황주호 교수의 지분 13.76%를 크게 앞질렀기 때문이다.

광명전기 관계자는 “이재광씨가 광명전기에서 13년간 함께 일해온 데다 회사 내에 지인들도 많아 회사 직원들 대부분이 이재광씨를 지지하고 있다”며 “이씨가 자신을 제외한 외부인사를 영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다 현재 같은 계통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가장 신뢰할 만하다는 의견이 회사 내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현조광식 사장을 비롯한 광명전기 임직원은 지난 3일 공동 발표문을 통해 “이재광씨가 임시주주총회에서 안전하게 경영권을 이전 받도록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이와 함께 광명전기 우리사주조합도 6일 “이재광 사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잠정적인 입장을 정했다”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재광씨의 이사 취임을 찬성하는 쪽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사주조합은 또 “이재광씨를 지원한다고 하면 사전에 합의를 했다는 오해가 생길 수 있어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며 “전체 임직원들이나 우리사주조합원들이나 마찬가지로 회사를 잘 아는 이재광씨가 경영을 맡아주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광명전기 노조도 지난 4일 “광명전기를 잘 알고 직원들과 화합할 수 있는 이재광씨를 대표로 추천하고 지원한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황주호 교수와 서용규 대원GSI 사장도 8월 12일 임시 주총에서의 경영권 확보를 자신하며 경영권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황 교수는 “현재의 경영진보다 더 회사를 잘 이끌어나갈 수 있는 사람이 경영권을 가져가야 한다”며 “우호지분을 동원하면 현재의 지분으로도 충분히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와 함께 황 교수는 지난 7일 “현 조광식 대표이사는 부당 경영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하거나 경영활동에만 전념할 것을 권고한다”면서 “현 경영진이 부당 경영행위를 시정하지 않거나 전체주주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할 경우 다른 주주와 연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는 황 교수가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끌어들이는 한편 이를 3대 주주인 서용규씨를 견제하기 위한 제스처로 파악하고 있다. 황 교수는 지난달 말 특수관계인 서선묵, 김영권씨 등과 함께 주주명부 패쇄일인 지난달 26일까지 장내 매수를 통해 광명전기 주식 443만2,540주를 확보, 당시 최대 주주였던 이재광씨에 앞서 최대 주주에 올랐다. 서용규 대원GSI 사장도 이와 관련해 현경영진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하며 소액 주주 끌어안기에 나서는 등 경영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 사장은 “지금까지 상황을 지켜본 결과 더이상 현경영진과 최대주주를 믿을 수 없어 광명전기를 직접 경영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오랫동안 제조업에 몸담은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밝힌다면 다른 소액주주들이 밀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서 사장은 “광명전기의 현경영진은 회사의 공금을 횡령한 이종학 이사(전사장)에 대해 이사직무집행정지 가처분 및 가압류 신청을 취하하는 등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면서 “공금을 횡령하고 변제도 하지 않은 사람을 경영에 참여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현 경영진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또 “이재광씨가 회삿돈을 빼돌린 이종학 이사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돈을 회사에 주지 않고 이종학 이사에게 준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재광씨측은 “서용규 사장이 주장하는 논리는 법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지난 9일 이사회에서 이종학 전사장에 대한 금전 대여의 건이 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된 것만 봐도 현경영진과 이종학 전사장이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광명전기 경영권은 이처럼 주주들간의 팽팽한 신경전으로 다음달 12일 개최될 임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가려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광명전기는 황주호씨가 13.76%로 최대 주주에 올라 있으며 이재광씨가 10.97%, 우리사주조합이 9.31%, 서용규씨가 7.82%의 지분을 각각 갖고 있다. 나머지 60% 가까운 지분은 개인 주주들이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광명전기의 경영권은 개인 주주들이 어느 주주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주인이 가려질 전망이다.

광명전기는 어떤 회사?

광명전기는 수배전반, 제어장치 등을 생산하는 중전기기 생산업체로 영세 기업이 대부분인 전기업계에서 손꼽히는 알짜기업으로 통한다. 지난 55년 설립이래 품질경영에 매진, 94년 10월 동종 업체 최초로 ISO 9001을 획득했으며 단체표준 품질인증마크인 EQ마크를 획득해 품질의 우수성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주요 납품실적으로는 울진·영광원자력 발전소, 지하철공사, 광양제철소 등이 있다. 이후 95년 10월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신원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가 98년 11월부터 신원그룹으로부터 독립, 현재까지 독자생존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최근 발표된 영업실적에 따르면 광명전기는 지난 상반기(2002. 12.1∼2003.5.31) 26억5,637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1,634% 증가했으며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976% 늘어난 17억7,518만원을 기록하는 등 급속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191억원에서 249억5,179만원으로 3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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