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사채 발행해 모은 자금으로 삼성증권 등 계열사 사채 저리매입공정위 부당내부거래 판정에 의거 법인세 과세하자 소송냈다 패소삼성물산이 제 호주머니 사정 모르고 부당하게 계열사들을 챙겨주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에 곤욕을 치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삼성물산은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 판정을 계기로 국세청이 법인세를 부과하자 이에 맞서 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가 최근 패소했다. 이 소송은 법인세를 받아내려 과세당국과 삼성간의 신경전이 수면으로 드러났다는데 의미가 있다.삼성물산은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으로 공정위로부터 부당내부거래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이를 근거로 계열사에 지원한 자금을 가지급금으로 파악한 국세청이 법인세를 부과하자 삼성물산이 이에 불복, 소송을 제기하며 문제가 확대된 것이다. 공정위 결정에는 드러내놓고 반발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부당내부거래 판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국세청과 삼성물산의 갈등의 원인이 된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삼성증권과의 거래

삼성물산은 계열사와 거래에 앞서 97년 12월30일 장기신용은행에 특정금전신탁 400억원을 예탁했다. 특정금전신탁은 고객이 은행을 거쳐 특정기업의 각종 증권을 매입할 수 있는 예탁 수단. 삼성물산은 예탁자금 전체를 들여 은행으로 하여금 삼성증권이 발행한 후순위사채를 매입하도록 했다. 이때 수익률은 17.26%.이와는 별도로 삼성물산은 삼성증권을 중개사로 하여 97년 11월과 98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삼성종합화학의 기업어음 1,000억원어치를 13.42%의 할인율을 적용해 매입했다.외형상으로 멀쩡해 보였던 이 거래가 공정위의 안테나에 포착된 이유는 보장 수익률이 너무 낮았다는 것. 후순위사채는 상환 순위가 뒤로 밀릴 뿐 아니라 보증이나 담보가 없어 사채 매입자에게 불리한 조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익률이 높게 마련이다.

행정법원에 따르면 거래가 있던 97년 12월30일 당일 일반회사채 수익률(28-33%)을 비롯한 각종 채권 수익률이 최저 22%에서 최고 35%에 달했다.게다가 당시만 해도 삼성증권은 수익률 산정 기준이 되는 신용평가등급 BBB에 불과했다. 신용도가 낮은 금융기관일수록 수익률을 높게 잡아야 고객이 모이는 것이 금융의 기본 원리.가장 큰 문제는 삼성물산이 거래를 하기 직전 수익률 25%를 보장하는 회사채를 발행해 1,000억원대 자금을 마련했었다는 점이다. 즉, 고리의 사채를 발행해 모은 자금으로 저리로 계열사 사채를 매입해준 것.그 결과 삼성증권은 영업용순자본비율을 92.4%에서 141.7%로 개선해 금융당국의 경영개선명령조치를 면할 수 있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준칙 기준으로 영업용순자본비율 100%를 제시하고 있다.

삼성종합화학과의 거래

외환위기가 닥쳐온 97년 당시 삼성종합화학은 부채가 2조5,100억원대에 달하고 매출은 고작 1조400억원대에 불과해 금융부담이 가중되고 있었다. 또 주거래선인 아시아 시장이 경기침체로 수출단가가 하락하고 내수마저 부진에 빠져있었다.수익성 악화가 자금난을 불러왔고 삼성물산이 자금난 타개의 동아줄 역할을 해줬다.삼성물산이 자금 지원을 해준 수단은 앞서 삼성증권을 중개사로 하여 삼성종합화학 기업어음을 매입하는 형태. 이때도 낮은 할인율이 지적됐다.행정법원에 따르면 어음 매입 할인율 13.42%는 같은 시기(97년 11월과 98년 2월) 삼성종합화학과 신용등급이 같은 기업들의 기업어음 할인율보다 현저히 낮았다. 97년 11월 신용등급 A2 기업의 어음 할인율은 14.05~17.05%였고 98년 2월 신용등급 A3 기업의 할인율은 24.50~30.50%에 달했다.할인율을 보다 낮게 적용해 어음 발행처인 삼성종합화학의 어음을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매입해준 것이다.

삼성에버랜드와의 거래

삼성물산은 97년 12월 삼성증권에 이어 삼성에버랜드에도 자금 지원을 했다. 삼성물산은 한외종금을 중개사로 하여 삼성에버랜드가 발행한 기업어음을 18% 할인율을 적용하여 200억원어치를 매입했다.행정법원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어음을 매입해준 것과 같은 시기 삼성에버랜드의 어음 정상할인율은 35.7%에 달했다. 그 이유는 삼성에버랜드가 95년부터 97년까지 3년간 연속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 국내 대표적 테마파크인 삼성에버랜드는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매출이 감소하던 추세였다. 더욱이 외환위기 시절에는 극심한 소비위축으로 큰 타격을 입었었다.삼성에버랜드도 삼성종합화학과 마찬가지로 기업 내용에 비해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어음을 발행해 삼성물산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계열사 ‘봉’ 노릇할 여력 없었다

행정법원에 따르면 외환위기 당시 삼성물산 역시 자신이 지원한 계열사들과 마찬가지로 경영사정이 좋지 않았다. 97년 당시 삼성물산은 부채비율 620.49%로 산업평균비율 524.69%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발행한 회사채보다 현저히 낮은 수익률로 계열사의 후순위사채를 매입해준 것이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재계를 강타한 기업지배구조의 불합리성 때문이라는 지적이다.행정법원과 공정위 등에 따르면 공정위로부터 적발 내용을 제공받은 국세청은 회사채 매입을 가지급금으로 간주, 이에 따르는 이율을 계산해 삼성물산에 43억9,000여만원을 법인세로 부과했다. 삼성물산은 법인세 부과에 불복하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패소하고 말았다. 삼성물산측은 판결 내용을 좀더 면밀히 분석한 후에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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