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바상대책위원이었던 김종인 씨를 전격 비상대책위 대표로 영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민주당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비롯해 호남 중진급 의원들이 줄줄이 탈당하는 등 당 안팎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대로 가면 총선에서의 필패는 불 보듯해져 뭔가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결국 김 씨의 영입 작전이 대성공을 거둬 민주당은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현 한국당)을 밀어내고 원내 제1당이 되는 기쁨을 누렸다. 물론 새누리당의 자중지란이 큰 몫을 한 터이긴 했으나 김 씨의 전격 영입이 국면을 반전시킨 것만은 움직일 수없는 사실이었다. 
세간에서는 그 같은 민주당의 ‘파격’을 ‘신의 한 수’였다고 평가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진보 진영의 전략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옳고 그름을 떠나 그들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선전한다. 포퓰리즘이 그들의 ‘전가의 보도’로 작동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인 게다. 
그들은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극적 변화로 국면을 반전시키는 데 일가견이 있다. 정체성이 다른 인사들을 영입하는 ‘파격’을 절묘한 시점에 사용하면서 목표를 위해서는 “악마의 손을 잡을 수 있다”고 서슴없이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진보 진영의 전략들을 한국당도 따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실제로 정책도 좌클릭하고, 인적 쇄신을 위해 진보 성향의 인사들을 영입하는 ‘파격’을 실행하고 나섰다.
이는 보수의 정체성을 포기하겠다는 말이나 다를 게 없어 보이고 진보 진영이 파놓은 프레임에 스스로 들어가겠다는 말이 아닌가. 
비상대책위원장 선임 과정에 한국당은 놀랍게도 ‘노무현의 남자’로 천하가 다 아는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영입했다. 진보 진영의 ‘파격’을 따라한 셈인데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 꼴이 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정당이란 정치적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권 획득을 목표로 하는 결사체다. 정치적 뜻을 같이하려면 정체성이 같아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정체성이 다른 인사들이 모여 있을 경우 그 당은 분열하거나 역사의 뒤안길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당이 총선을 비롯해 조기대선, 지방선거 등에서 거푸 참패한 이유 역시 보수의 가치가 무언지도 모르는 인사들이 같이 섞여있었던 탓이 가장 컸다.
보수의 가치는 획일성과 평등주의를 배격하고 다양성을 품는 것이라고 했다. 보수는 또 문명화된 사회는 ‘계급 없는 사회’가 아니라 질서와 위계가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경제적 평준화는 경제적 진보가 아니라는 견해를 유지해야한다. 추상적 설계에 따라 사회를 구성하려는 ‘궤변론자’를 믿지 않고 법률과 규범을 믿으며 신중한 변화를 추구하는 보수 개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른바 개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한국당 인사들은 평화체제 구축, 공정, 지방분권 등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정책과 메시지를 진보 진영이 선점했다며 보수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는 진보 진영을 흉내 내서도 안 되지만, 흉내 낼 수도 없다. 진보를 흉내 내는 순간 그들의 정체성은 더 이상 보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을 흉내 내려는 한국당은 도대체 왜 자신들이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지를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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