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단체장 중 하나로 국회의원 등 정치권 입문 기회도 잦아내년 2월 선거에 김영수 현회장 비롯 서병문·김기문씨 등 거론내년 2월말로 예정돼 있는 중소기업 협동조합회 회장직 선거가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임기 3년으로 국내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회장직에 자천 타천으로 단위조합장들이 후보선상에 오르내리고 있고, 물밑에서 이들간 선거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임기를 마치는 현 김영수 회장도 재선에 도전할 뜻이 있음이 감지되면서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장을 놓고 후보자들간 경합이 예상된다.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에 따르면, 회장 임기가 내년 2월말로 끝남에 따라 총회를 통해 신임 회장을 선출하게 됐다. 회장 출마 자격은 중소기업 대표나 단위조합장에게 주어지며, 선거권은 전국 규모의 조직을 갖춘 조합과 연합회 등만 가지고 있다.

선거는 3년마다 이뤄지며, 총회에서 이들 조합에 의해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현재 중소기업 중앙회에는 지방조합을 포함, 약 700여개의 조합이 있으나 투표권을 가진 조합은 200여 군데 정도.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회장이 누리는 유·무형의 특혜는 막대하다.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장은 경제 5단체장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어 최고의 권력자인 대통령과의 면담도 할 수 있다. 전직 회장들이 국회의원 등 정치인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하는 것만 봐도 정치권 입문의 기회도 잦다. 이는 중소기업인들을 대표하는 자리여서 정치권 영입 대상이 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어느 정도 명망이 있는 중소기업인들이 중앙회장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정치적인 입지를 넓히는데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상당한 명예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하지만 중앙회장은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단위 조합장들의 이견을 조율해야하는 부담도 있다. 또 정부에서 나오는 크고 작은 납품도 중소기업 협동조합 중앙회에 맡겨지기 때문에 이권 조율에도 신경써야 하는 등 골치아픈 일도 적지 않다.

납품 배정이 잘못됐거나 불만을 품은 업체나 단위 조합이 외부에 투서를 하는 등 마찰음을 빚는 경우도 있기 때문. 따라서 중앙회장 자리는 조합내외부에서의 명망을 갖췄 을 뿐만 아니라 중앙회 내부의 화학적 통합을 유도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현재 자천 타천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인물은 5명선 김영수 현회장과 서병문 주물조합 이사장, 김기문 시계조합 이사장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우선 김영수 현회장은 아직 후보 출마에 대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국회의원 출마 등 외부적 변수가 없는 한 후보로 나설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앙회 내부에선 김영수 회장이 재임시 큰 무리 없이 업무를 수행해온데다 흠잡을 데 없는 업무 수행능력을 인정받아 재출마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중앙회 한 관계자는 “김회장은 재직 기간 동안 중앙회를 위해 크고 작은 일들을 수행해왔다”며 “재출마를 할 뜻이 분명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김영수 현회장은 39년생으로 경북고를 나와 한양대 원자력 공학과를 졸업한 이공계 출신. 지난 76년 타자기를 만드는 회사인 한국전장(현 케드콤)을 설립했으며, 단말기와 위성수신기 시장에까지 진출했다.

케드콤은 지난해 매출액 900억원대로 탄탄한 회사로 키운 입지전적인 전문경영인이다. 김 회장은 성공한 중소기업인으로 95년부터 중앙회 단위 조합인 전자공업 협동조합 이사장을 맡아오다 지난 2000년 중앙회 회장직에 올랐다.재선을 노리는 김 회장에게 강력한 경쟁자로는 서병문 한국주물조합 이사장이 꼽힌다. 서병문 한국주물 조합 이사장은 현재 부산에 있는 비엠금속 대표로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81년 신일금속(지금의 비엠금속) 관리이사와 대표이사를 거쳐, 91년 진해마창 주물공단 사업 협동조합 이사장을 지냈으며, 지난 97년에는 한국 주물공업 협동조합 이사장직과 중앙회 부회장직도 맡아온 중소기업인. 비엠금속은 지난 66년 설립된 회사이며, 주물 및 특수강 등을 생산하는 중소 철강업체로 지난해 매출은 380여억원에 이르는 중견업체. 비엠금속은 서병문 회장의 개인 기업. 서병문 회장은 지난 91년부터 단위조합 이사장직을 오랫동안 맡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업계의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

때문에 누구보다 단위 조합의 고충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다크호스로는 김기문 시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 꼽힌다. 거론되는 후보중 가장 젊은데다 세계 무대에 취약한 국내 시계 산업을 키운 창조성이나 사업적 마인드가 우수하다는 평을 듣는다. 김사장은 깔끔한 이미지에다 전형적인 입지전적인 인물이어서 현정부와의 코드가 잘 맞을 인사로도 꼽힌다. 김사장이 키운 로만손은 시계 대명사인 스위스 업체와도 세계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한 브랜드다. 그의 장점이 중앙회에 새로운 활력을 넣어줄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그가 중앙회 회장직에 나설 의사가 있는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아직까지 출마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그의 중앙회 회장 물망은 스스로의 뜻이기보다는 주변의 권유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지만, 세 명의 후보 모두 회장의 자질을 충분히 갖춘 것으로 평가돼 내년 2월에 있을 중앙회 회장 선거에서 세 후보는 치열한 경합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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