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유통공사로부터의 대출금 상환능력 있으면서 안갚아각각 수십억씩 높은 금리에 운용 금리차익 올렸다가 적발흑자를 내고도 차입금 상환을 뒤로 미루는가 하면 공기업인 대출기관이 뚜렷한 명분 없이 이를 용인해준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로 인해 해당 기관은 감사원으로부터 대출금 회수 연장에 관한 요건을 적정하게 책정하라는 권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농수산물유통공사(사장 김진배)는 99년, 돼지고기 수출증대를 위한 자금지원으로 대상농장(사장 정호철)과 롯데햄·롯데우유(사장 김인상)에 자금을 대출해줬다. 그리고는 2000년과 2001년, 두 기간에 걸쳐 대출 상환을 연장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금융거래 자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으나 감사원은 당시 대상, 롯데 등이 충분히 돈을 갚을 수 있었다는 데 주목했다.농수산물유통공사가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이유는 차입금 상환 능력이 있는 기업들이 제때에 돈을 갚지 않은 게 주요인이 됐다. 감사원은 유통공사가 해당 기업들의 재무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대출상환을 연기해준 점을 지적하고 있으나 원인 제공자의 부도덕성을 내포하고 있다.감사원이 대상농장과 롯데햄·롯데우유 등이 차입금 상환 능력이 있었다고 본 것은 대출 상환 연도에 순이익이 차입금 규모를 상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이들 기업이 유통공사로부터 저리에 돈을 빌리고 그보다 높은 시중금리를 활용, 자금을 운용했다고 보고 있다.실제로 본지가 입수한 감사원 내부자료에 따르면 대상과 롯데는 차입금 중 일부만을 상환하고 차입금의 나머지에 대해서는 상환 연장을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이익금을 가지고 예금이나 금융상품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지난 6월27일, 감사원이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에게 보낸 ‘감사결과 처분요구와 통보사항’에 따르면 유통공사가 대출을 해준 당초 취지는 돼지고기 수출증대를 독려하기 위한 재원 지원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상과 롯데 등 자금을 지원받은 일부 기업들은 이 돈을 그저 단순한 차입으로 여기고 금융상품에 투자했다.유통공사는 본래 금융대출 등을 전문으로 하는 금융사가 아니다. 그러나 99년 당시 돼지고기 수출증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농수산물가격안정기금’을 마련, 기업들을 선정해 기금을 빌려준 것이다.그해 5월에서 11월 사이 유통공사는 38개 돼지고기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614억원(연리 5%, 2002년 7월부터 4%로 인하)의 대출을 단행했다.

공사는 당초 상환기한을 1년으로 잡았으나 이듬해인 2000년 구제역이 창궐하면서 돼지고기 수출업체들이 자금난에 봉착하자 상환을 연기해줬다.그러나 막상 2001년이 되어서도 업계 사정이 그리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농림부는 이번에도 상환연장을 지시했다. 전 사례와 차이가 있다면 업체별로 재무상황과 상환능력을 감안해 연장여부를 가려낼 것을 지시했다는 정도였다.농림부의 지시에 따라 유통공사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선별에 나섰고 문제의 대상과 롯데가 연장 대상에 포함된 것이었다. 99년 대상과 롯데가 대출 받은 액수는 각각 82억원과 31억원. 유통공사가 2차 상환연장을 해준 2001년까지 대상과 롯데는 각각 대출금의 11.8%인 11억원과 15.8%인 6억원만을 상환한 상태였다.감사원은 유통공사에 대해 이들 기업으로부터 이렇게 낮은 회수율을 보일 이유가 있었느냐고 묻고 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질문에 대해 스스로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2000년 결산재무제표상에 대상과 롯데는 각각 9억원과 13억원의 흑자를 보고 있었던 데다가 내부자금도 풍부했기 때문. 특히 여유자금 규모는 상환할 대출금을 상회하고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게다가 대상과 롯데는 수출우수업체로 선정돼 타 수출업체와는 달리 5% 금리에서 0.5% 인하한(2002년 7월부터는 3.5%) 금리혜택까지 받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두 회사는 저리에 돈을 빌려 그보다 높은 시중금리에 자금을 운용함으로써 금리차익을 올렸던 것.감사원은 농수산물유통공사가 대출금 상환기한 연장승인 요건을 적정하게 판단할 기준이 없다고 보고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적했다. 또 농림부에 대해서는 대출 받은 업체가 대출금을 당초목적과 다르게 사용하지 않도록 대출금 상환기한 연장승인 요건을 구체적으로 마련하여 운용할 것을 권고했다.이에 대해 농수산물유통공사의 한 관계자는 “해당 기업들이 대출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공사는 대출금 회수연장 요건을 꼼꼼이 살피고 내린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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