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판·한화· 동양제철화학 등 출자 의사 … 배경에 의혹 불거져인천시 “기업들에 압력을 넣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모두 자발적 참여했다”인천시가 창단하는 프로축구단 ‘인천FC’가 창단 준비 단계에서부터 의혹에 휩싸였다. 창단 출자금과 관련, 시와 이해관계를 맺고 있거나 주민으로부터 민원이 제기된 기업 등이 출자에 참여한다는 것. 인천시 프로축구단 창단은 지난해 월드컵 직후 본격적으로 논의돼왔다. 당초부터 인천시를 비롯한 대한축구협회 등 관련 단체들이 적극적인 창단 의지를 보여 팀 창단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일의 핵심인 자금 문제가 두드러지면서 인천시는 자금 유치에 골몰했다.

그 결과 내놓은 방안이 시민공모주 50억원과 인천지역 연고기업체 출자금 120억원 등을 모금한다는 것이었다.여기에 월드컵 잉여금 30억원을 지원받아 총 200억원의 자금을 끌어들인다는 게 인천시의 복안. 그러나 프로축구연맹 등 관련 단체는 지금도 200억원이라는 자금 규모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프로축구단 운영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 근거로 올해 새로 출범한 대구FC의 경우 230억원의 창단자금을 확보하고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게다가 창단자금 200억원도 K-리그 가입비 10억원과 축구발전기금 30억원을 빼면 순수 창단 자금이 160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기업으로부터 받겠다는 120억원대 자금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이와 관련해 인천시에 출자 의사를 보인 기업들이 인천시의 강요에 못이긴 억지 참여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의혹을 제기한 곳은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상임대표 신현수)’. 인천연대는 “대우자동차판매, 한화, 동양제철화학, 한미은행, 농협 등이 출자의사를 밝히고는 있으나 인천시의 압력에 의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들 기업과 금융기관이 인천시에 ‘꼬투리’를 잡혔거나 인천시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것.실제로 대우자판, 한화, 동양제철화학은 각종 민원과 로비 의혹을 받아왔으며 한미은행, 농협은 인천시 시금고 선정 후보 기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우자판의 경우 지난해 송도유원지 용도변경에 로비를 한 정황이 사정당국에 포착돼 곤욕을 치른바 있다. 이른바 ‘송도유원지 용도변경 특혜의혹’. 의혹은 97년 인천시가 송도 일대에 터를 소유하고 있던 대우그룹 본사를 인천에 유치키로하며 시위가 당겨졌다.의혹이 분수령을 이룬 것은 지난해 4월. 인천시장 최모씨가 대우 소유 27만6,000평 중 일부를 주거 및 상업용지로 용도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계획이 수립되자 평당 46만원이던 땅값이 190여만원에 달해 대우는 앉은자리에서 2,000여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었다.특혜의혹이 일자 최모 시장이 사직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으나 송도를 개발하기 원하는 인천시와 대우자판은 개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문제는 송도유원지가 자연녹지로 지정돼 있어 개발의 핵심 관건인 용도변경이 어렵다는 점. 대우자판은 인천신공항과 송도를 잇는 관광벨트를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용도변경과 함께 대단위 위락단지가 조성돼야 함은 필수.한화는 각종 민원으로 인천시의 눈총을 받고 있는 케이스. 한화는 인천시 남동구에 화약창고 부지를 갖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말 화약창고 부지 76만6,000평에 주거단지 및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짓겠다는 내용의 사업제안서를 남동구에 제출했다. 인천시는 한화의 사업제안서에 대해 적극 검토를 벌이는 한편 주민공람 및 공청회 등도 열 방침이었다.그러나 올해 들어 ‘2000년대를 내다보는 인천연구소’를 비롯한 시민단체 등에 의해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연구소에 따르면 화약창고 부지를 개발할 경우 인접 지역인 논현동과 남동공단 등이 환경 재앙을 맞는다는 것. 시화·반월공단으로부터 배출된 대기오염 물질의 바람막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밖에 골프장 조성으로 인근 지역의 지하수 오염이 우려된다는 등 한화도 인천에서 곤경에 빠져 있다.골프장을 짓는데 주민들의 민원으로 골치를 썩이고 있기로는 동양제철화학도 마찬가지다. 동양제철화학은 지난 2001년 말 남구 용현, 학익동 일대 유수지 부근에 골프장을 포함하는 주거지 및 호텔, 숙박단지로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 계획의 진행상태는 지금도 지지부진한 상태. 이유는 동양제철화학이 소유하고 있는 해당 구역이 20년 동안 273만여톤의 폐석회를 방치해 심각한 환경민원을 초래해왔음에도 인천시는 이를 외면한 채 골프장 조성을 도와주고 있다는 악성 여론 때문이다.

이밖에 한미은행과 농협은 시금고 선정을 앞두고 출자를 받는 것은 일종의 대가성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인천연대에 따르면 인천시는 일반공개입찰 방식으로 시금고를 선정한다. 이런 마당에 시금고 선정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두 금융기관에 출자를 요구하고 청약서까지 받으려는 것은 대가성 출자라는 것. 인천연대는 “시금고를 이미 내정해 놓고 형식적으로 시금고 선정 절차를 밟기 위한 사전 절차”라고 주장했다.인천시에 따르면 2일 현재 인천시에 출자 의사를 밝힌 기업 및 금융권은 대략 10여곳에 불과하다. 당초 20여곳에서 크게 줄어든 것. 그나마 10여개 기업 및 금융사들도 선뜻 출자금을 내놓기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면 위로는 안상수 시장이 인천 프로축구단 구단주를 자처하고 나서는 등 대대적인 홍보와는 달리 밑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인천시는 일련의 의혹에 대해 정면으로 부인했다. 인천시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에 압력을 넣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또 출자가 예상대로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도 “기업들을 선별하고 해당기업으로부터 출자를 받으면 120억원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