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내 갈등에 참여정부 비틀정치는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변화무쌍환 생물체다. 그래서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는 곳이 정치판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바뀌어, 토사구팽 당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집권 민주당의 정대철 대표가 이렇게 빨리 팽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정치적 배신과 역습

‘굿모닝 시티 게이트’라는 거미줄에 얽혀, 대롱대롱 매달린 정 대표가 “혼자 죽지는 않겠다.” “이것은 정치적 배신이다.” “대선때 기업체에서 거둬들인 후원금이 약200억쯤 된다.” 등 청와대를 향한 폭탄발언으로 ‘노통’을 압박했다.정 재표를 이처럼 화나게 만든 것은 노 대통령이 나라종금으로부터 3억9천만원을 받은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안희정 부소장이 검찰에서 수사를 받았을 땐 ‘동지요 동업자’라고 감싸주더니, 정 대표의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외면하고 원칙론만 내세운데 따른 서운함이 깔려있다.

그래서 정 대표는 한발 더 나가 순망치한, 풍찬노숙 등 사자성어를 동원, 당정협조의 중요성과 천신만고 끝에 노 정권을 탄생시킨 민주당을 버리지 말 것과 당정 협조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인사들에 대한 청와대의 문책인사를 요구하는 선까지 갔다.정 대표의 역습에 당황한 노 대통령은 정치자금법의 개정과 여야 대선자금의 고해성사를 제기하더니 7월 21일에는 특별회견까지 갖고 야당과 함께 대선 자금을 공개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여론은 대선자금 파문이 정 대표의 굿모닝 수뢰사건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민주당 스스로 먼저 밝히는 것이 순서라는 여론에 따라, 작년 9월 대선 본부가 발족한 후 대선이 종료될 때까지의 모금 내역을 공개했지만 알맹이 없는 공개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음모론 동조당직자 청와대에 포문

정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정치적 음모가 개입됐다는 ‘386음모설’은 일파만파로 파장을 넓히면서 민주당 안에서도 폭 넓은 지지를 받아 노 대통령은 사면초가, 참여정부 전체가 비틀거리고 있다. 당내에서도 입바른 소리를 잘 하기로 손꼽히는 조순형의원은 대통령 주변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인사는 청와대 개편 때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근태, 함승희의원 등도 유능한 인사로 청와대의 물갈이를 강조했다. 정대표쪽이 요구하는 문책 대상자는 당 쪽에서는 굿모닝시티 관련설을 언론에 유포시킨 신주류 인사들과 세대교체를 주장하면서 총선후 당사무총장 대망론을 주장한 안희정 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등이다. 청와대쪽에서는 동아일보 오보를 증권가의 ‘찌라시’에서 본것같다고 확인해준 박범계 청와대 민정2비서관 등을 비롯하여 검찰수사와 관련된 문재인 수석의 민정 라인의 386 비서들이다.이상수 사무총장도 7월 25일 검찰 총장의 국회출석으로 정 대표를 지원 사격했다. 이 총장은 정 대표가 범법사실을 시인했고, 도주의 우려도 없는데 3일 연달아 소환장을 발부하고 국회구속 동의를 요청한 것은 지나친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지율 하락 적신호, 모두 확 바꾸라

설상가상으로 청와대의 ‘비서중의 비서’인 양길승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형사사건으로 내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와 질펀한 술자리를 벌이고, 청탁까지 받은 사건은 노무현 정권의 핵심권력층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줬다. 양 부속실장의 향응사건은 청와대 비서관의 소방 헬기를 동원한 새만금 유람사건 후, 곧 이어서 터졌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욱이 한심스러운 것은 이 사건이 언론에서 대서특필할 때까지 대통령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내부문제로 쉬쉬하고 덮어 두었다가 사건이 커지자, 음모론으로 맞서면서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이래서 참여정부의 지지율은 반년만에 20%대로 뚝 떨어졌다. YS, DJ정권의 초기, 같은 시기의 지지율의 절반 수준이다.

노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지도력의 부재에 있다. 노대통령은 당정 분리라는 원칙에 따라 여당인 민주당을 장악하지 못하고있는 상황에서 ‘노무현 신당’을 만들기 위해 반년 동안이나 주류와 비주류로 갈려, 시도 때도 없이 분란을 일으켜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했다. 북핵문제로 경제문제가 어려운 상태인데, 민생문제는 접어둔체 신당타령을 할 때인가.이런 위기 상황을 노대통령은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미숙한 ‘아마추어리즘’의 ‘코드정치’에 집착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노대통령은 “나는 반쪼가리 대통령입니다. 나를 지지하지 않았던 반쪽의 유권자를 끌어안아 온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초심으로 돌아가 ‘통합의 정치’를 펴라. 코드가 맞지 않는 인재도 삼고초려해서 쓰는 포용의 정치와 경제 살리기에 온 힘을 기울이라.<경제풍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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