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계획끝에 공금횡령 후 말레이시아로 도주여행객·협력업체·신문사 등 피해액 수십억 추산여행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중견 여행업체인 ‘온누리여행사’의 이종욱 사장이 지난달 1일 공금을 횡령, 해외로 도피했다. 이에 따라 ‘온누리여행사’를 통해 여행을 떠나려했던 여행객은 물론 회사직원, 그리고 거래 여행랜드사, 신문사 등이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회사측에서조차 그 정확한 피해액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 그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8∼9월은 여행업계의 최대 성수기다. 각종 휴가철과 추석연휴 등이 맞물리면서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각 여행사들은 해외 여행객들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들어가기 마련이다. 이런 호재에도 불구, 최근 여행업계에 악재가 등장했다. 해외여행 성수기인 지난달 1일 중견 여행업체인‘온누리 여행사’이종욱 사장이 공금을 횡령, 해외로 도피한 것이다.

이 사장은 8월 1일 회사 공금 6,700만원과 통장, 법인인감 등을 가지고 잠적한 뒤, 그 다음날 말레이시아로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도피는 ‘한 여행사의 CEO의 도덕적 해이’라는 문제점 외에도, 여행업계의 연쇄 부도 등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온누리 여행사 대표의 도주는 그간 끊임 없이 제기됐던 여행사 경영진의 도덕 불감증과 여행업계 구조적 모순을 단적으로 보여준 실례”라며 “그의 도피로 인한 피해가 여행업계 전반에 여파가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그의 도피가 자금난을 이기지 못한 부도가 아니라 공금을 횡령한 사장의 치밀한 도주라는 점에서 회사측은 물론 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장의 해외 도피로 우선 피해를 본 사람들은 소비자들.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여행을 떠나려던 여행객 상당수가 도피 사실을 모른 채 공항에 나갔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또 8월과 9월중 온누리를 통해 해외로 나가려했던 여행객들도 일방적인 여행 취소 통지에 격분해 여행사로 항의 전화를 하는 등 소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사장의 도피로, 현재 150여명의 여행객이 1억여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온누리여행사측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온누리 여행사 직원들은 그간 부도와 경영권 분쟁 등 내홍을 겪으면서도 회사정상화에 한가닥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이번 이 사장의 도주로 그 희망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온누리 여행사는 IMF이전만해도 대대적인 광고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단숨에 여행업계 상위권에 진입하며,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그러나 결국 IMF의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 97년 11월 부도가 났고, 또 회사 대표였던 최모씨 마저 해외 도피로 업계의 지탄을 받았다.지난 99년부터 이상규 회장과 몇몇 주주들이 회사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경영권을 둘러싼 소송 등이 이어지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에도 수차례 여행사 대표자가 변경되는 등 계속해서 내부 갈등을 보이다 지난해 겨울부터 이종욱 사장이 회사 경영을 맡아왔던 것이다.

따라서 회사측의 충격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현재 30여명에 달하는 회사 직원들중 상당수가 퇴직금은 물론 임금도 받지 못한 상태다. 또 사건의 여파로 직원들 대부분이 회사에 출근을 하지 않고 있는 등 회사는 사실상 업무가 중단된 상황이다.여기에 이 사장은 회사의 명의를 빌려 개인적으로 빌려쓴 사채가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어, 회사측은 난감해하고 있다.이와 함께 온누리 여행사와 거래를 해왔던 랜드사(여행사의 ‘하청업체’또는 해외 현지여행사 개념)와 각종 신문사들은 미수금 등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온누리측과 거래를 했던 랜드사 30여곳이 피해를 봤고, 그 금액만 12∼13억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일간신문 광고비 미지급금도 2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랜드사들은 지난달 중순 모임을 갖고 거래 대금 환수와 ‘온누리’라는 상표 확보 등의 대책마련에 고심중이다.피해 랜드사 대표를 맡고 있는 김주현 월드비젼 사장은 “이번 이 사장의 해외도피 등은 여행업계에 전반적으로 만연해 있는 구조적인 모순에서 비롯됐다”며 “여행사의 부도 및 경영진의 해외도피 등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랜드사들이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이번만큼은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에 대해 수사당국의 고소는 물론 법적 대응을 불사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온누리’라는 브랜드 가치가 있는 만큼 회사를 정상화해, 채권 회수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김 사장 등에 따르면, ‘온누리’라는 브랜드 가치가 수십억대에 이르는 만큼 상표권을 확보, ‘온누리 여행사’가 회생의 길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 또한 문제점이 남아 있다. 현재 ‘온누리’상표권은 주주인 현모씨에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따라 이번 사태로 온누리 여행사가 결국 영업을 포기한 뒤, ‘온누리’라는 상표로 다시 여행사 영업을 재개하지 않을까 랜드사 등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온누리 여행사측은 현재 이 사장을 공금횡령 혐의로 검찰 등에 고소하는 등 사태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온누리의 한 관계자는 “주주들이 기업회생에 대한 의지가 높고, ‘온누리’의 브랜드가치가 큰 만큼 기업회생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이 사장이 사채시장에서 쓴 돈이 추가적으로 밝혀지고 있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이어 “현재 정확한 피해 금액을 파악한 뒤, 주주총회 등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며 “주총 등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한 뒤, 10월께면 회사가 정상화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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