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 “분양가 자율화 빌미로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 책정”업체측 “기업의 본질적인 영리추구 행위 억제 … 지나친 간섭”서울지역의 아파트 평당 평균 분양가격이 1,000만원을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 분양 원가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의원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상정, 통과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될 경우 주택건설업체가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어느 정도 폭리를 취하는지 일반인에게 낱낱이 공개됨에 따라 관련 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건설교통부의 이희규 국회의원(민주당)은 “주택건설업체가 분양가 자율화를 빌미로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를 책정, 내집 마련 서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며 “분양 원가 공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주택법 개정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시공능력 300순위안에 있는 건설업체가 공급하는 300가구 이상 주택(수도권 또는 투기과열지구는 100가구 이상)을 분양할 때 반드시 공사원가를 공개하도록 했다.공사원가는 외감법의 규정에 따라 제정한 기업회계기준과 증권선물위원회가 건설업체에 관해 규정한 회계처리기준 등에 따라 작성하도록 했다.특히 이번 분양 원가 공개는 통상 건설업체가 사업장 구분 없이 회계연도 결산기 때 공개하는 제조원가 명세서 수준을 넘어 해당 사업장 별로 분양원가 내역을 상세히 밝히도록 했다.이에 따라 소비자 입장에선 실제 아파트를 공사하는데 들어간 비용과 분양가격을 단순 비교함에 따라 건설업체가 어느정도의 폭리를 취하고 주택을 공급하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정부 회의적 반응

이같은 공사원가 공개에 대해 정부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건설교통부는 기업체가 공개한 건설원가 내역이 정확한 것인지 검증하기 힘들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최종찬 건교부 장관은 “아파트 분양가 규제와 공개는 바람직하지 않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자산규모 70억원 이상인 모든 기업체가 현재 회계법인에 의해 회계감사를 받고 있고, 이 회계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금융감독원 등이 사후 감리를 통해 회계감사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만큼, 실효성은 충분히 있다는 게 회계업계의 설명이다.이 의원측도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작성한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회계제도 공시제도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이 제도가 시행되면 분양시점부터 상당히 부풀려지고 있는 분양원가를 원천적으로 낮춰 결국 아파트 폭등을 막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체 반발

주택업체는 시장원리와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 김종철 부회장은 최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건설업자간 능력 차이와 저비용·고효율을 지향하는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를 도외시한 처사”라고 반박했다.김 부회장은 또 “공사원가는 건설업자의 시공능력에 따라 서로 다른데도 불구하고 공개토록하는 것은 기업의 본질적인 영리추구 행위를 과도하게 억제하는 것으로 기업 영업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그는 특히 “건설원가를 공개라하는 것은 영업비밀인 기술과 노하우를 외부에 유출하라는 것과 같다”며 “자재·기술개발, 원가절감노력 등의 소홀로 주택사업 의욕을 위축시키고 이것은 주택공급 급감을 초래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측은 힘없는 서민들이 일부건설업체의 폭리에 희생당해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고 있는데도 건설업체는 분양원가 공개가 기업의 비밀이며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억측 주장만 펴고 있다고 맞받아쳤다.이 의원은 “건교부와 건설협회를 통해 제출 받은 각 건설사의 건축비 자료를 분석한 결과, 건축재료비의 경우 실제로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거의 이윤이 없다는 건설사의 주장과 달리 실제 투입된 공사원가 대비 이윤율이 무려 75%인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따라서 택지비에서 발생하는 차액의 이윤까지 고려했을 경우 건설사들은 최소한 50% 이상의 이윤을 남기는 등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게 이 의원측의 주장이다.

시공가격 평당 190~240만원

아파트 분양가격은 해당 주택건설업체의 브랜드 파워와 그 지역의 최근 분양가격에 주로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결정된 분양가격을 놓고, 주택건설업체는 시행사(지주)와 평당 건축비에 대한 계약을 맺게 된다.H건설업체의 관계자는 “같은 지역이고 마감재, 인테리어 등의 수준이 비슷한데도 해당 주택건설업체의 브랜드 인지도에 따라 평당 건축비는 40~5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고 귀띔 했다.즉, 상위 4∼5개 주택건설업체의 평당 건축비용은 이익금을 포함해 230∼240만원, 5∼10위 업체는 200∼220만원, 10위 이하는 190만원 이하라는 것이다. 해당 지역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게 되면 이에 따른 평당 건축비용도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된다.여기에 시행사 측의 토지원가와 이익금을 합친 가격이 바로 평당 분양가격으로 책정된다.이번에 주택법이 개정, 분양원가가 공개되면 이같은 고무줄 분양가격 책정은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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