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원 중심 정치자금법 개정 움직임 반대
- 특활비 폐지하고 정치 신인 후원 기간 늘려야

 
노회찬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인한 심적 압박으로 투신 자살했다.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현금 4000만원을 두 차례 나눠 받은 것이 사단이 됐다. 노 의원의 극단적인 선택 이후 정치권에서는 두 가지 법안이 주목받고 있다. 하나는 정치자금법과 국회의원 특별활동비 폐지를 담고 있는 ‘국회법 일부 개정법률안’이다.
 
정치자금법의 경우 노 의원의 자살이 결국 ‘돈’ 때문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 의원이 돈을 받은 시점은 2016년 3월이다. 20대 총선 한 달 전이다. 19대 국회의원이던 노 의원이 삼성 떡값 검사들 실명공개로 인해 의원직을 상실된 상황에서 다시 국회의원 선거를 준비하고 있었다.
 
선거에 돈은 당연히 필요하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은 선거가 있는 해에 3억 원, 선거가 없는 해에는 1억5000만 원 한도로 후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 신분이 아닌 정치신인들은 총선 120일 전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후부터 후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법인, 단체는 후원할 수 없으며 개인은 정치인 한 명 당 최대 500만 원 한 도에서 2000만 원까지 후원할 수 있다. 즉 동일한 의원에게 2000만원을 쪼개 500만 원씩 4차례 후원할 수 없고 각각 다른 의원들에게 500만원을 1년에 4차례 후원할 수 있다는 의미다.
 
노 의원이 아무리 ‘스타 정치인’이라고 할지라도 4개월 만에 1억5천만 원을 후원받기는 쉽지 않다. 법인이나 단체도 안 되고 개인으로부터 후원금을 받기에는 큰돈이다. 소수정당 소속이라서 정당보조금도 많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선거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현역이나 예비후보나 똑같이 들어간다.
 
지역구 사무실 및 관리 비용, 인건비는 기본이고 여기에 정책개발비, 지역구 사람들 찻값, 밥값에 경조사비까지 최소 월 1000만 원 이상 들어간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물론 선거 비용과 생활비는 별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역 의원도 아닌 노 의원 처지에 경기고 동기이자 드루킹 일당 경공모 회원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불법인 줄 알면서도 받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결국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총대를 메었다. 정치인 자금 현실화 및 정치 신인의 합법적 모금 등의 내용을 담은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 신인에게 후원금 창구를 열어주는 것은 찬성하지만 이 참에 현역 의원들 역시 후원금 창구를 넓히려는 것은 꼼수로 보이기도 한다.
 
2004년 제정된 오세훈법의 생겨난 배경은 뿌리 깊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자는 것이었다. 따라서 오세훈법을 완화할 경우 정치인들이 검은 돈을 암묵적으로 받았던 관행이 되살아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노 의원의 죽음을 정치자금 문제로 몰고 가면서 현역 국회의원들이 법인이나 단체까지 후원금을 받을 수 있게 하거나 한도액을 높이려는 것은 오히려 고인의 죽음을 모욕하는 것이다.
 
특히 노 의원이 죽기 전 마지막 법안으로 낸 것이 바로 ‘국회의원 특별활동비 폐지’를 담은 국회법 일부 개정법률안이다. 지난 7월 5일 발의된 개정안은 국회의장이 예산을 편성할 때 특수활동비 예산을 편성할 수 없도록 하고 국회 의장 소속 ‘국회예산자문위원회’를 구성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의당 의원들은 이 법안의 공동발의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정의당 소속 의원 6명만이 법안에 이름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평화와 정의의 모임’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민주평화당 의원 누구도 공동발의자로 참여하지 않았다.
 
노 의원은 ‘평화와 정의의 모임’ 원내대표를 맡으면서 한 달에 수 천만 원이 담긴 현금 봉투를 국회사무처로부터 받자 “양심상 도저히 못 받겠다”며 세달치를 자진반납하기도 했다. 노 의원은 특활비를 반납하면서 “최근 대법원은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는데 이는 국회에 특활비 존재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며 “동일한 이유에서 정의당은 특활비 폐지를 당론으로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
 
노 의원이 사망한 후 고인이 남긴 마지막 특활비 폐지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자는 “노회찬 의원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발의한 법안 국회특활비 폐지 서명운동에 동참해 달라”며 “투명한 정치, 깨끗한 정치를 위해 살아생전에 그토록 노력했던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자”고 청원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참여연대가 공개한 국회사무처 특활비 내역을 보면 매달 19개 상임위원장에게 600만 원씩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대표는 집권 여당 7천만 원 야당 원내대표는 5천만원 이상 매달 지급받았다. 돈을 받은 상임위원장들은 상임위 간사, 위원, 수석전문위원, 행정실까지 현금을 나눠 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운영위 수석 전문위원은 운영위원장한테 특활비를 받고 별도로 매달 천만 원씩 챙긴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2011년10~12월, 2012년 10~12월, 2013년 2~8월 매달 천만 원씩 지급한 국회운영대책비, 분기마다 2천만 원씩 준 국회운영조정지원비를 받았다. 월급까지 치면 운영위 수석전문위원은 연봉이 국회의원보다 더 많은 셈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은 특활비 폐지에 부정적이라 국회 통과가 쉽지 않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폐지보다는 투명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결국 정치권은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두고 특활비 폐지 목소리는 구렁이 담 넘어 가듯 하면서 정치자금법 개정안에는 발벗고 나서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자금법 때문에 한 마디로 돈 때문에 노 의원이 자살을 했다고 해석하는 데 무리가 있다.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과 공인으로서 보여준 언행에 비춰볼 때 검은돈을 받았다는 부끄러움과 높은 도덕심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할 것이다.
 
또한 노 의원의 정치적 유지는 마지막 발의 법안에서 보여주듯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더 정확할 것이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아전인수격으로 고인의 뜻을 왜곡해서는 안 될 일이다. 특히나 죽기 전까지 자신과 한솥밥을 먹은 동료로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할 것이다. 노회찬 의원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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