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 찾는 시 교육청…2조5022억 원 부채는 어쩌고

서울시교율청 건립부지

[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청사를 신축하겠다며 설계 공모전을 국제적으로 해 당선작을 발표했다. 예정된 공사비는 1000억 원을 넘기고 설계비만도 50억 원이 넘는다. 문제는 서울시교육청이 2조 넘는 부채를 갖고 있으며 지난 2016년엔 “아무리 짜내도 빚을 내야 3~5세 누리 과정 예산이 가능하다”라며 편성을 거부한 바 있어 ‘호화 청사’ 논란을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시 교육청, 신청사에 예정 공사비 1000억 원·설계비 50억 원
- 토지 수용·사용 보상에 사용되는 공시지가…이사 전 끌어올리려는 정황도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7일 용산구 후암동 옛 수도여고 터에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10월 착공에 들어가 오는 2021년 11월 준공, 오는 2022년 2월까지 이전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종로구 신문로2가에 있는 시 교육청은 지어진 지 35년이 지나 시설이 낡고 업무 공간이 좁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시는 용산구와 지역주민 등의 협조로 새 교육청을 짓기로 한 것.

시 교육청에 따르면 신청사는 지하 2층~지상 12층 연면적 4만5728㎡ 규모로 지어진다. 1~3층은 지역 주민이나 민원인 등이 머물 수 있는 개방형 공간으로 만들고 4~7층은 사무용 공간으로 설계됐다.

시 교육청은 “약 1200억 원으로 학교용지나 폐교 등 시 교육청 자산을 매각해 마련한다”라고 발표했다.
 

공시지가 끌어올리려
이의 신청한 시 교육청?

 

하지만 지난해까지 안고 있던 부채가 2조5022억 원이 넘는 교육청이 1000억 원이 넘는 예정 공사비와 설계비 50억 원인 청사를 짓는다는 것에 대해 비판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은 관내 1300여 개 초·중·고교 중 절반의 학교 화장실을 개보수하고 600여 개 중·고교에 한 학급당 공기청정기를 한 대씩 설치할 수 있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 교육청은 지난 2016년 3~5세 누리 과정 예산 중 어린이집 예산 편성을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전면 거부해 ‘호화 청사’, ‘혈세 낭비’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사 부지를 곧 매각해야 하는 시 교육청이 최근 종로구청에 청사 부지 공시지가 이의신청을 낸 것을 두고는 용산구 이사 전까지 공시지가를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시 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가 지난달 공시한 교육청 청사 부지 공시지가는 1㎡당 670만 원으로 부지 전체로 따지만 약 875억2076만 원이다. ‘2-77번지’와 ‘종로구 신문로2가 2-64번지’에 걸쳐 있는 약 1만3000㎡(약 3951평)의 부지다.

교육청 청사 부지 공시지가는 지난해 635만 원보다 5.51% 오른 것이지만 시 교육청은 여전히 불만이었다. 이에 시 교육청은 “공시지가가 주변에 비해 낮게 책정됐다. 1㎡당 830만 원은 돼야 한다”라며 구청에 지난해보다 23.9%를 올려 달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서울시교육청 '신청사 건립 사업'의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올해 개별 공시지가 평균 상승률이 서울 6.84%, 전국 6.28%인 것을 고려하면 한편으론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지만 시 교육청 관계자는 “인근 공원, 주상복합 아파트 등 공시지가와 비교하면 공원 부지라는 이유로 낮게 평가된 측면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교육청 청사 부지는 도심 한가운데 교통 요지에 위치해 있어 ‘노른자 중에 노른자 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기업과 정부 기관이 몰린 광화문 일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이며 대형 병원과 지하철역도 가깝다. 고궁과 2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근처에 있다. 이런 여건을 고려하면 이의신청은 당연하다는 게 시 교육청 입장이다.

교육청은 지난해에도 공시지가 이의신청을 낸 바 있다. 당시에는 종로구가 밝힌 공시지가(1㎡당 635만 원)보다 10.6% 비싼 1㎡당 738만9000원 으로 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주변 공시지가는 전년 대비 유지되거나 올랐는데 교육청 부지만 4.95% 내려갔기 때문.

일각에선 시 교육청이 공시지가 상승을 지속적으로 바라는 이유로 청사 부지 매각을 들었다. 토지 수용·사용 보상이나 공공용지 매수 등에 공시지가가 사용되기 때문에 시 교육청의 입장에선 용산구 이사 전까지 청사부지 공시지가를 최대한 끌어 올려야 유리하다는 것.

올해 개별공시지가 이의신청 접수는 다음 달 2일까지 진행되며 처리 결과도 내달 중 나올 예정이다.
 

호화청사 구설수 오른
용산구청·성남시청·충남도청

 

앞서 용산구청도 호화 청사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용산구의 구민 수는 23만 명을 못 채우고 재정자립도는 지난 2010년 이후로 감소 추세를 보이다 40%대에 머물고 있다. 23만 명은 서울시 인구의 2%를 차지하는 숫자로 서울시에 속한 25개 구 중에서도 작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금싸라기 땅값은 빠진 채 건설비로만 16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투입해 비판을 받았다.

성남시가 총 사업비 3천222억 원을 투입, 여수동 7만4천452㎡ 부지에 지상 9층, 지하 2층 규모로 지은 신청사는 지난해 11월 설립된 지 1년도 안 돼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곳곳이 파손됐다.

시에 따르면 당시 순간 초속 35m의 강풍이 불면서 청사 외벽 천장 마감재인 알루미늄 패널 700여㎡가 떨어져 나갔다. 시는 청사 준공이 채 1년도 안 되는 시점에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부실 시공으로 판단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충남도청은 신청사 건립에 건축비 2577억 원과 토지 매입비 700억 원을 포함, 총 3277억 원을 투입했다. 이와 관련 호화 청사라는 말이 나오자 충남도청 측은 기존 면적 5만9천㎡에서 2만㎡로 줄이는가 하면 관사도 사용하지 않기로 하며 논란을 불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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