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체험’일까 ‘민생 호흡’일까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리잡은 삼양동 옥탑방 정경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서울특별시 박원순 시장이 민생과 공감하고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민생 속에 직접 뛰어들기로 결정한 박 시장은 삼양동에 현장 시장실을 만들어 앞으로 1달여 동안 ‘삼양동 동네주민’으로 산다. 그곳을 일요서울이 직접 찾아 살펴보고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거주지 삼은 강북구 삼양동, 노령 인구 많고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
옥탑방 거주·폭염에 선풍기 2대·대중교통 출퇴근…잘 지켜질 수 있을까?


“신기해요.” “좋아요.” “박 시장이 지역 주민들 입장이나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심정을 잘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서울특별시 강북구 삼양동 한 옥탑방에 ‘현장 시장실’을 차려 살기 시작한 박 시장을 향한 삼양동 거주민들의 반응이다.

지난 2일 박 시장은 민선7기 취임사를 통해 “서울시민의 삶을 바꾸는 일은 시장의 책상이 아닌 시민의 삶 한복판에서 가능하다”며 직접 민생과 함께할 의사를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 22일부터 다음달 18일 한 달여 동안 ‘두 집 살림’을 결정했다. 비교적 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지역에 직접 거주하며 본인의 눈으로 현안을 살피고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논의를 거쳐 정한 박 시장의 새 집은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이다.

서울의 많은 지역 중 삼양동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관해 서울시 관계자는 “(현장 시장실을 차린) 목적이 강남·북 균형 발전을 위해서 시장의 힘이 필요한 곳에 살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강북의 삶과 생활 여건이 나아지게 해서 격차를 줄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강북구의 경우 아파트 단지도 있지만 일반 주거단지의 경우 기반 시설도 굉장히 미비하고 삶의 여건이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현장 주민 의견 역시 이와 비슷했다. 60대 여성 A씨는 “이 지역이 오랫동안 낙후 지역으로 있었다. 지금은 지하철 노선(우이신설경전철)이 생기면서 그나마 교통이 좋아졌지만 옛날에는 더 심했다”고 회상하면서 “박 시장이 이곳으로 와 (이 지역이) 더 좋아질 거란 생각이 든다”고 기대했다.
 
가파른 경사·굴곡진 도로
험준한 ‘옥탑방’ 방문기

 
박 시장이 머무는 현장 시장실은 주택이 밀집한 골목에 위치했다. 빌딩이나 원룸 형태의 주거 공간보다 다소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건축물이 빽빽히 붙어 있다.

위치 특성상 오가는 행인이 적고 거리가 한산해 조용한 인상을 준다. 다만, 한 가지 함정이 있다면 이 골목이 평지가 아닌 가파른 경사길이라는 것.

한낮의 찌는 더위 속에서 65° 정도의 비탈길을 오를 생각을 하니 기자는 막막한 느낌이 앞섰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골목에 진입하니 먼저 군데군데 부서져 있는 도로 상태가 눈에 띄었다. 해당 골목은 엄밀히 말하면 ‘포장’ 도로였지만 시간이 오래 흘러 정비가 필요해 보였다.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B씨 역시 “경사 심한 건 어쩔 수 없지만 길 자체를 놓고 살펴봐도 포장 상태가 ‘누더기’”라며 좋지 않은 도로 상태에 아쉬움을 표했다.

20대 청년 C씨도 “(이곳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데 (도로 상황이) 그들이 다니기에는 어렵다”고 말을 보탰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주민들이 공감하고 있었다. 박 시장의 거처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장소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D씨 역시 “이쪽 지역 일대가 경사도 가파르고 계단도 많아 여러 주민이 이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한다”며 “이런 문제가 잘 해결된다면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삼양동살이의 첫 날이었던 지난 22일 동네 주민들과 대화하고, 이튿날인 23일 삼양동주민센터를 방문해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의견 청취에 주력했다.

그가 이곳에서 살기 시작했다는 것을 대다수의 주민들이 알고 있었으며, 직접 대화를 나누지 못했지만 오가다 얼굴을 봤다는 한 10대 청소년도 있었다.

이에 관해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지역에 머무르며 주민들의 의견을 많이 들을 수 있는 곳 위주로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월세 200萬짜리 옥탑방
‘보여주기식 행정’ 비판도

 
박 시장의 삼양동 살이 행보에 관해 많은 관심도 존재하지만, 이와 동시에 ‘보여주기식 행정’ 이라는 비판도 따라왔다.

이유는 다양하다. 주거 기간이 길지 않아 월 200만 원이라는 비교적 비싼 월세를 세금으로 낸다는 점, ‘옥탑방’을 강조한다는 점, 심지어 기록적인 더위에 에어컨 없이 선풍기 2대로 여름을 나겠다는 박 시장의 말에 “옥탑방 살아도 에어컨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아울러 박 시장이 지난 2012년 운영했던 현장 시장실 경험도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박 시장은 서울시 산하 SH공사 주택 615채가 4년째 제자리인 것을 파악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평구 뉴타운 미분양 아파트에 입주한 전력이 있다.

이 사안을 두고 박 시장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대담을 통해 “(당시) 내가 무작정 가 9일 만에 다 해결하고 왔다. 완판됐다. 말하자면 교통이라든지 거기 주변에 여러 가지 생활의 문제들을 다 해결하고 왔다”고 긍정적으로 자평했다. 이 경험을 통해 이번 삼양동 지역 문제도 현명하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란 포부다.

보여주기식 행정 아니냐는 지적에 서울시 관계자는 “취지가 생활 속에서 불편한 것이 무엇인지, 시민의 한 사람으로 생활하고 겪어보면서 느낀 어려움들을 발굴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원칙 아래서 일하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마냥 공치사할 수만은 없다. 박 시장은 현장 시장실을 두고 “시장이 (이 곳에) 왔다는 것은 서울시청이 옮겨온 것”이라 말하지만 그러기에는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부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생과 만남이 많이 이뤄졌는지를 묻는 질문에 어느 관계자는 “비공개 일정으로 만나기는 했다”면서도 “모든 시정 업무를 등한시하고 강북구 현안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 시 기존 업무를 수행하면서 아침나절, 퇴근 이후, 주말에 (동네를) 다니면서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특별한 일이 없을 경우에는 지하철이나 버스, 따릉이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겠다는 박 시장의 발언이다. 현장 시장실은 지하철역에서 도보 5분 남짓한 거리에 있다.

대중교통 출퇴근 관련 질문을 던지자 관계자는 “기본적인 원칙은 그 지역 숙소에 머무르며 출퇴근도 대중교통으로 한다는 계획”이라면서도 “(삼양동에서 거주를 시작한) 월요일 첫날은 구청에서 계속 보냈기 때문에 (지하철 출퇴근이) 어려웠고, 다른 일정이 있다면 이것을 수행하기 위해 바로 (그 곳으로) 간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터넷에선 ‘○○에서 한 달 살기’가 유행이다. 물리적인 이유를 들어 완전히 터를 잡기는 어렵지만 택한 지역에서 한 달여를 머무르며 분위기와 문화를 체득하겠단 목적이다.

박 시장의 삼양동 현장 시장실 운영이 수박 겉핥기식 ‘삼양동에서 한 달 살기’가 될지, 이를 통해 정책 반영 등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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