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371호는 북한산 석탄의 수출입을 전면 금지토록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4개월 만인 지난 해 10월 전면 금지된 북한 석탄 9천156t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인천과 포항에 들어와 하역됐다. 이 불법 수입에는 파나마 선적의 ‘스카이 에인절’호와 시에라리온 선적의 ‘리치 글로리‘호가 이용되었다. 북한 석탄 수입은 명백히 유엔 안보리 결의 2371호 위반이었다. 당시 우리의 관계당국은 북한 석탄 불법 입항 의혹을 인지한 직후 청와대에 내부 보고 했다고 한다. 
작년 10월 안보리 결의 2371에 이어 12월 채택된 2397는 위반 선박이 영해를 지나갈 경우 나포, 검색, 억류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두 운반 선박들이 그 후 무려 32차례나 우리 항구를 드나들었는데도 나포, 검색, 억류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두었다. 여기에 미국 국무부는 7월 20일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를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에 간접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 석탄 불법 입항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불법이며 정상적인 정부의 행정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청와대 측에서는 9개월이 지나는 데도 ‘조사중’ 이라거나 ‘아직 명확한 결론을 못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외면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산 석탄 불법 수입과 관련, 즉각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어야 옳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국민의 관심 사안이 발생할 때 관련당국에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곤 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 사업과 관련, 이미 세 번이나 감사원 감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다시 네 번째 감사를 지시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은 “정상적인 정부 행정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성급한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사업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대한 정책 감사”를 지시했다. 또 그는 작년 6월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서도 “국민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한 시도가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 추가 경위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은 “정상적인 행정”으로 볼 수 없는 정책 결정이나 “국민 모두가 수긍할 수 없는 경위“에 대해선 조사를 지시하곤 했다. 북한 석탄의 불법 한국 입항과 하역에 대해 9개월 지나도록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방치야 말로 ‘정상적인 행정’이 아니며 ‘절차적 정당성’을 크게 위반한 직무 유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청와대는 9개월이 지나도록 조사 지시 엄명을 내리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거기엔 반드시 까닭이 있을 게 분명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침묵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의 침묵은 김정은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을지는 몰라도 남한 국민은 물론 미국과 우방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을 수 없다.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2371호와 2397호는 다름 아닌 5000만 한국인의 안전을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은 어느 나라 보다 도 압장서서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집행해야 할 나라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김정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침묵한다는 건 국제사회로부터 불신과 모멸을 유발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은 “이게 나라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북한산 석탄 입수 경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결과를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고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한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대로 “정상적인 행정”이 되고 “국민이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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