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징계 예상 속 내년도 상장의식 ‘이학수 체제’ 구축 위한 것 소문 재계 “강력한 CEO 구축 차원일 것” 분석에삼성 “이학수 사장 이동설은 비현실적” 부인삼성생명이 구조본 감사를 포함한 자체감사를 받는 것에 대해 추측과 설이 구구하다. 삼성그룹이나 삼성생명은 매년 정기적으로 해오던 감사이기 때문에 특별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룹 구조조정본부가 감사에 개입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삼성생명 자체감사에 구조본 경영진단팀이 ‘지원’하는 형태로 짜여진 이번 삼성생명 감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감사 결과 무더기 징계가 따를 것이라는 조심스런 예측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이같은 예측은 지난 9월말 앞서 이루어진 삼성화재 감사에서 무려 200명이 징계를 받은 일에서 비롯됐다. 삼성화재가 이처럼 대규모 징계를 받은 이유는 물론 징계 기준의 잣대를 엄격히 적용했기 때문이다. 또 최근 몇 년간 직원들 개개인에 대한 그물망식 감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각종 비리 등이 누적된 탓도 있었다. 이때 감사에 참여한 인력은 구조본 경영진단팀과 삼성생명 감사팀.

그룹 구조본 가세한 감사

이 두 그룹은 이번 삼성생명 감사에도 고스란히 투입돼 감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감사가 10월 한달간을 끌자 삼성그룹 주변에서는 징계 인원이 삼성화재보다 월등히 많을 거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직원들 하나하나에 대한 감사가 몇 해만에 이루어진데다가 삼성화재에 비해 덩치가 월등히 크다보니 그만큼 적발되는 인원이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삼성생명에 따르면 감사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첫 번째는 임직원들의 비리 혐의에 대한 조사성격의 감사이고 두 번째는 3년전 시행한 컨설팅 결과에 따라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감사이다.임직원들의 비리에 대한 감사는 삼성생명 감사팀이 맡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자체 감사팀이 매년 해오던 감사로서 연중 행사 성격이다”라고 말했다. 구조본 감사는 컨설팅 결과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것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2001년 맥킨지로부터 컨설팅을 받아 변화 관리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올해로써 3년째 접어들면서 중간점검 차원에서 감사가 이루어진다는 게 삼성생명의 설명이다.삼성 안팎 일부에서는 구조본 감사 영역이 임직원들의 경비지출 내용과 대외거래, 대고객거래 등을 수행하는 부서의 임직원들의 비리 조사에 적지 않은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삼성생명 내부에서는 자칫 대규모 징계 내지 구조조정으로 연결되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해 하고 있다.특히 재계는 삼성생명 감사가 연말로 예정돼 있는 그룹 임원 인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와 함께 그룹의 최대 계열사라는 점에서 그룹의 대소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때문에 삼성생명의 인사는 그룹 인사와 연계되는 것이다.

감사가 왜 그룹 인사와 연계되나

삼성그룹에서 삼성생명의 위상이 이를 말해준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전체 자산은 83조 5,000억원에 이른다. 이중 70조원은 삼성생명 자산이다. 올해 상장 계획이 무산되기는 했으나 장외에서는 주당 25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상장이 이루어진다면 업계가 기대하는 주당 가치는 대략 40∼50만원대. 일찍이 이건희 회장은 삼성차 채권단에게 주당 70만원에 넘긴 바 있다.그룹 지배구조에 있어서 삼성생명의 가치는 극대화된다. 삼성생명은 지주회사격인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로서 이재용 상무가 최대주주인 에버랜드의 지배를 받음으로써 후계구도의 핵심 계열사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금융사의 산업자본에 대한 의결권 제한으로 인해 엄밀히 따져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로서 역할은 한계가 있다.

때문에 이재용 상무가 삼성의 지배구조상 정점을 차지하려면 삼성생명이 상장을 해야 하고 에버랜드로 하여금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해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거나 삼성전자 지분과 교환하는 방식을 취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삼성에서는 강력히 부정하고 있지만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이 삼성생명 회장으로 이동할 거라는 소문은 삼성생명의 복합적인 현안을 반영하는 예다. 어차피 올해 상장은 어렵게 됐지만 내년을 기약하며 보다 강력한 CEO 체제를 구축하는 차원에서 이학수 사장이 물망에 오른다는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법’이라고 했다.

고강도 감사는 신임 CEO를 맞기 위해 벌이는 집안 청소로 해석되고 있다.이에 대해 삼성그룹과 삼성생명은 하나같이 ‘실현 가능성 제로’라며 부정하고 있다. 삼성그룹에서 이건희 회장에 이어 윤종용 부회장과 함께 최대 실세이며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 계열사 CEO로 간다는 것은 ‘무리한 발상’이라는 것.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금융감독원과 자체 감사 등으로 상시 감사 체제가 갖추어져 있어 이번 감사에서 이변이 나올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학수 사장 이동설에 관해서는 “너무나도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