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번지’ 서울 종로가 뜨거워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의장은 4월 총선에서 지역구를 옮길 것인지, 비례대표로 나갈 것인지 등 자신의 거취문제를 당 공직후보자격 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맡겼다고 김한길 총선기획단장이 2월 24일 전했다. 결국 이 지역에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51·전북 전주·덕진)과 초선의 박진 한나라당 의원(48·서울 종로)간 한판승부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김한길 단장은 정동영 의장이 2월 23일 공직후보심사위원들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심사위원회가 거취문제를 결정해 주면 전적으로 따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김광웅 우리당 공직후보자격심사위원장은 일단 정 의장이 결정을 요청해온 만큼 곧 심의에 들어갈 방침이며 3월초쯤 결론이 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이같은 정의장의 발언은 17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 지역구 출마 채비를 사실상 마쳤다는 관측이다.

‘정치 1번지’인 종로에 정동영 깃발을 꽂아 수도권에 열린우리당 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당의 결정을 정의장이 수용했다는 것이다.이와 관련 박의원은 자신의 도전이 마치 일제 때 전국 주먹계의 1인자 구마적(정동영)에게 신예 김두한(박진)이 결투를 신청하는 격이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는 전언이다.박 의원의 경우 지난 1월 정의장의 종로 출마설이 나돌자 “환영한다”며 맞대결을 자청하고 나서, 세간의 관심을 끈 적이 있다.당시 박의원은 “정의장이 공당의 대표로서 국민의 진정한 심판을 원한다면 출마지역을 더 이상 저울질하지 말고 정치 1번지인 종로에서 당당하게 겨뤄보자”고 했다. 박의원은 또 “정치엔 이미지도 좋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알맹이와 비전”이라면서 “정의장과 한판 붙을 경우 승리를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에는 정의장은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아, 두 사람의 종로혈투가 불발될 것이라는 것이 우세한 관측이었다.당시 박의원의 ‘종로 결투’ 신청에 정의장측은 일단 ‘호남 수호론’으로 배수진을 쳤었다. 정의장의 한 측근은 박의원의 결투신청 다음날인 1월 19일 “박의원이 상대가 되느냐. 전국적으로 정동영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박진이 누구냐는 사람이 많다. 이미 지역구를 지키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는데 자꾸 박진과 연결시키면 이득 보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 현재 호남이 어려우므로 호남에 전력투구하겠다”며 박대변인의 제안을 경계했다. 하지만 정의장이 ‘총선올인’의 일환으로 자신의 거취문제를 당 공직후보자격 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맡긴 만큼, 다시 두 사람의 결투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정의장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세대 대통령감 1위로 꼽히는 등 명실상부한 거물급 인사이고, 박의원도 한나라당 내에서 유력한 차세대 주자로 꼽힐 만큼 ‘유망주’에 속한다. 그만큼 두 사람이 벌일‘종로혈투’는 말 그대로 이번 총선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로는 대결 양상만 ‘마적 대 두한의 결투’를 연상케 할 뿐이라는 시각이 많다. 객관적 전력은 당시 두한이 마적을 눕혔던 것과 달리 아직은 정의장쪽이 강자여서 ‘결투 결과(당시는 두한 승리)’까지 박의원이 주장하는 ‘마적 대 두한을 닮으라는 보장은 없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실제 현역 지역구 의원은 박의원이지만, 정의장이 여당 총수이자 대선 후보군에 거론되는 중량급 인사란 점에서 도전자는 오히려 박의원처럼 보인다.

이와 관련 정의장측은 “박의원은 이미 정의장의 상대가 못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박의원은 “내 ‘도전장’을 받아들인 것을 환영한다.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신예 김두한이 종로에서 거물 구마적을 쓰러뜨렸듯 멋진 승부로 종로 구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그러나 한나라당이 내분에 휩싸인 상태인데다, 공천과정에서 박의원이 낙마하거나 우리당 공천심사위가 정의장을 다른 지역구로 출마시키는 등의 변수가 남아있어 아직까지는 두 사람의 결투를 예견하기에는 빠른 감이 있지 않나하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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