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 비자금 사태로 ‘재벌압박’ 명분과거 부정적인 이미지의 재벌과 투명성이 강조되는 요즘 재벌을 구분하는 경계로 인식되고 있는 구조조정본부가 빠른 속도로 그 베일이 벗겨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재무제표상에 정확한 정보 공개여부나 수준을 해마다 평가하는 ‘외부견제시스템 작동수준 평가지수’에 구조본 활동내역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이번 방침은 강철규 공정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더욱 강력해진 재벌 감시가 이제 그 핵심에 근접해가는 것을 의미한다. 구조본이 자금 내역을 공개할 경우 불법 정치자금이나 오너를 위한 비자금 조성은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만약 이를 숨기거나 분식회계 수법으로 사실을 왜곡할 경우 ‘공시법 위반’이라는 범죄행위로 직결된다. 더 나아가 금감원이 이를 인지하고 수사당국에 고발하게 되면 ‘범죄수사’가 불가피해져 자칫 오너가 수사의 직접 표적이 될 공산이 커진다.공정위가 추진 중인 구조본 자금 내역 공시 방안에 따르면 구조본이 활동 중인 기업은 재무제표의 주석을 통해 구조본의 인력과 자금 조달, 사용 내역을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구조본이 있는 대부분 기업은 구조본을 운영할 때 자금융통이 양호한 계열사들로부터 인력에서부터 시설, 인건비, 활동비 등을 지원 받고 있다. 이렇게 성립되고 운영되는 구조본은 계열사를 지배하며 경영 조율과 브랜드홍보 등을 주요 활동으로 한다.

때로는 오너의 편법적 재산 축적이나 부당내부거래 등을 지휘하기도 해 재벌 악습의 온상으로 지목받기도 한다.공정위는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놓고 경제 활성화를 외치는 재경부와 끊임없는 갈등을 빚어왔다. 이같은 갈등 양상은 얼마전 재경부가 외부 기관에 출자총액제한의 폐해에 관한 연구논문까지 외주를 줄 정도로 극한에 치닫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 비자금 사태가 SK에서부터 상당수 재벌로 확대될 기미를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구조본이 수사 대상 1호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구조본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공정위는 더욱 힘을 받는 것이다. 재경부와 같이 경제 논리를 앞세워온 재벌들도 공정위 방침에 저항할 명분이 크게 약해진 것은 물론이다.공정위는 현행 ‘외부견제시스템 작동수준 평가지수’는 45점 수준이지만 오는 2006년까지 60점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경제 논리에 역행한다는 재벌의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더욱 강화되고 있는 공정위의 재벌 감시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산>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