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B씨로부터 5억 원을 빌리면서 차용증을 작성하였고, 그 담보로 만약 변제기에 돈을 갚지 못할 경우 A씨가 소유하고 있는 35평형 아파트 한 채로 빚을 갚기로 하는 대물변제약정을 했다. 그 후 A씨는 변제기 내에 돈을 갚지 못하였음에도 위 대물변제로 약정한 아파트를 C씨에게 팔아서 사업비용으로 다 써버렸다. A씨의 이러한 행위는 B씨에 대한 배임죄에 해당되나?

배임죄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죄이다. 배임죄는 ‘재산죄’ 중 재물 이외의 재산상의 이익만을 객체로 하는 순전한 ‘이익죄’이다. 대표적인 배임 사례로는 부동산의 매도인이 중도금까지 수령하고 부동산을 2중으로 매매한 경우에 부동산 매도인은 배임죄에 해당한다(대법원 1990. 10.16. 선고 90도1702 판결). 그러나 배임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가해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어야 하는데, 실무상 이에 대한 해석이 법리적으로 매우 복잡한 구조다.
이와 관련해 2011년에는 동산(動産) 매도인의 이중매매는 부동산이중매매와 달리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첫 전원합의체 대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판결). 재판부는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계약상 채무를 이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 상대방의 사무라고 볼 수 없고, 동산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 보전 혹은 관리에 협력할 의무가 없으므로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동산 매도인이 매매목적물을 이중으로 매도하는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데 그칠 뿐, 형사상 배임죄 처벌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처럼 최근의 판례 동향은 채무불이행에 대한 분쟁에 관하여는 배임죄의 성립요건을 엄격히 해석, 형벌의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배임죄에 있어서는 가해자의 행위가 과연 ‘타인의 사무’인지 ‘자신의 사무’인지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어 배임죄의 성부 여부가 결정된다. 같은 맥락에서 부동산대물변제약정의 경우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4. 8. 21.선고 2014도3363 판결)로 “채권 담보를 위해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는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그러한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하기 전에 대물로 제공하기로 한 부동산을 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도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 전원합의체판결로 인해 종래의 채권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던 대법원판결들 (2000. 12.8. 선고 2000도4293 판결 등)을 모두 폐기했다.
사례로 돌아가 살피건대, A씨가 대물변제약정을 어기고 담보로 제공한 아파트를 다른 사람에게 팔아서 그 대금을 유용하였다고 해도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형사상 배임죄에 해당되지 않는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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