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와 사업자간 위법적 사항 조정 … 강제 조정권 행사 못해 사법권 없지만 전체 상담중 94.8% 초기 상담단계서 해결<일요서울>은 생산자와 함께 경제주체의 또 다른 축인 소비자들의 올바른 소비생활과 권익 신장을 위해 한국소비자보호원과 함께 피해구제 및 상담 등의 사례를 지면에 게재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 단편적인 건별 사례 말고도 유형별 특징, 알아두면 이로운 관련 법규, 전문가들의 칼럼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지면이 독자들의 유익하고도 알찬 소비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호는 한국소비자보호원(약칭-소보원)을 보다 정확히 알고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 소보원을 소개하기로 한다.한국소비자보호원(원장 최규학)은 정부가 소비자호보 시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1987년 설립한 재정경제부 산하 특수공익법인이다. 소보원은 설립 취지에 걸맞게 소비자 불만처리 및 피해구제에 업무의 중점을 두고 있다.그렇다고 소보원이 전적으로 여기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직접적인 소비자 보호 말고도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의 분쟁조정, 소비생활 향상을 위한 조사·연구, 소비자 안전 확보를 위한 조사·시험검사, 소비자 권익 향상을 위한 교육·정보제공, 국제교류 등 조사·연구 및 국제기관과의 협력체제 구축까지 팔을 뻗고 있다.소보원 기능 중에서 ‘조사·연구 기관’으로서의 면모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다. 소보원에 따르면 소보원은 국민 소비생활의 질적 향상을 위해 관련법령과 제도의 정비, 정책개발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또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합리적인 거래 관계 확립을 위한 거래 개선, 온라인 사용자 급증에 따른 온라인 소비자 보호에 관한 연구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소보원이 이처럼 다양한 업무를 취급하면서도 소보원의 가장 큰 기능은 역시 소비자 불만처리 및 피해구제다. 소보원은 “소비자들이 사업자들로부터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자세”라고 말한다. 소비자들의 기본적 자세 위에 소보원의 기능이 가미됐을 때 소비자들의 권리찾기가 한층 용이해진다. 말하자면 소보원은 소비자 권리행사를 돕는 우호기관인 셈이다.여기에서 한가지 일반인들이 소보원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지식 하나. 소보원이 소비자들의 불만을 접수하면 사안과 법규에 따라 사업자들에게 강제 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알려진 것이다. 이 말에는 소보원과 사업자의 관계가 강자와 약자 논리에 의해 설정됐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하지만 소보원은 사업자에 대해 강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

다만 법적 근거를 들어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에 불합리하거나 위법적인 사안을 조정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소보원의 소비자 불만처리·피해구제 및 분쟁조정절차를 보면 가장 먼저 소비자가 불만사항을 소보원에 의뢰한다. 소보원은 소비자에게 관련 소비자보호법 및 행동요령 등을 상담해준다. 이것이 소보원이 취하는 가장 일차적인 불만처리 과정이다. 어지간한 악덕사업자 또는 특수한 사안이 아니고는 대부분 분쟁은 이 과정에서 해결된다.만약 여기에서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소보원이 양자 사이에 개입하기 시작한다. 사실조사, 시험검사와 함께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구해 합의권고를 구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피해구제’라고 부른다. 상담이 아닌 행동에 돌입하기 때문이다.간혹 소비자들의 억지 때문에 사업자들이 오히려 피해자라고 주장할 때가 있다.

피해구제 단계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안들에는 이런 경우가 많다. 소비자와 사업자가 한치도 양보하지 않으려 할 때 소보원은 ‘분쟁조정’에 들어간다. 이때 학계·법조계·소비자 단체·사업자 단체 등 각계 각층의 대표 30명으로 구성되는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소집된다. 위원회는 논의 결과 조정안을 도출하는 데 이 조정안은 위원회 구성원 자격에서 보여지듯 공정성이 높다. 공정성이 높은 만큼 결정된 사항은 준사법적 권한을 가진다. 때문에 조정안을 양자가 수락할 경우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이 단계에 와서도 양 당사자중 누구라도 조정 결정 사항에 불복할 때에는 당사자간 의사에 따라 민사소송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소보원은 사업자가 불복할 경우 변호사 20명으로 구성된 ‘소송지원 변호인단’을 통해 소비자의 민사소송을 돕는다.앞서 말했듯이 소보원은 사법권이 없기 때문에 분쟁조정 과정에서 권고를 넘어 강제성을 띤 조정자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그래서야 소보원이 소비자를 제대로 도울 수 있겠느냐”라는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간 피해구제 현황을 보면 굳이 불만을 제기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2002 소비자 피해구제 연보 및 사례집’에 따르면 ARS자동상담을 포함해 2002년 한해 소보원의 소비자상담 건수는 44만4,993건인데 이 중 피해구제 단계로 넘어간 건은 2만3,225건(5.2%)에 불과하다.

또 여기에서 마지막 단계인 조정요청단계까지 가는 건수는 588건(2.5%)이다. 전체 상담건 중 94.8%가 초기 상담단계에서 해결되는 것이다.소보원은 “고도화되고 급변하는 산업사회가 형성됨에 따라 다양한 소비형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소비자들의 권리찾기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피해를 예방하거나 스스로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소보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소보원 관계자는 “소보원을 잘 활용하고 올바른 소비자로서 권리를 찾을 때 바람직한 경제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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