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두 사람이 동반자로 새 출발하는 일생에 가장 행복한 날이다. 수많은 하객들의 축복 속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가정을 이루게 되지만 과다한 혼수 비용과 주택 마련에 대한 부담 등으로 결혼 전부터 갈등을 겪는 신혼부부들이 많다. 허례허식과 자기 과시 등에서 비롯된 우리나라의 잘못된 결혼문화와 대책에 대해 점검해본다.

호화, 사치스런 결혼 문화

우리나라의 결혼문화에 대한 소비자 의식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58.5%가 ‘다소 호화, 사치한 편이다’라고 응답했고, 14.9%는 ‘호화·사치가 심한 편이다’라고 응답해 전체 조사 대상자 중 73.4%가 우리의 결혼문화가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건전하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26%에 불과했다.이 같은 결과로 미루어 볼 때 상당수 국민들은 우리의 결혼문화가 그 형식과 내용에 있어 비합리적인 요소가 많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결혼이 호화·사치스럽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남만큼 치러야 한다는 체면문화를 가장 핵심적인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고, 그 다음으로 과시풍조(27.9%), 물질만능적인 사회풍조(16.7%), 사회지도층의 과시적 혼례 영향(8.4%)을 주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 결혼 평균 비용, 일본의 3.3배

우리나라 사람들이 결혼을 준비하면서 사용하는 돈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최근 2년 이내에 결혼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결혼 비용을 조사한 결과, 평균 소요 비용은 9,088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구성 내역을 보면 주택 마련 비용은 전체의 68.5%인 6,226만원, 혼수 및 살림 마련 비용은 20%인 1,819만원, 예식·피로연 등 의례 비용은 11.5%인 1,043만원이다.평균 결혼비용 9,088만원은 통계청이 발표한 도시 근로자 평균 가계소득 285만원으로 나누었을 때 32개월치 봉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저축해야 모을 수 있는 금액이다.우리나라의 평균 결혼비용을 외국과 비교해보면 1인당 GNP를 감안해 계산해 보았을 때 미국의 4.8배, 일본의 3.3배, 영국의 3.2배, 대만의 3.7배, 싱가포르의 7.3배에 달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갖는 결혼 부담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더욱 심각한 문제는 제반 결혼비용 대부분을 자신이 벌어서 충당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결과 조사대상 신혼부부들의 61.6%가 혼수 비용 대부분을, 55.3%는 주택 마련 비용 대부분을 부모로부터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비용·절차 문제로 갈등

이번 조사에서 ‘신혼부부들이 결혼 준비를 하면서 비용이나 절차 문제로 상대 배우자와 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조사 대상자 중 40%가 “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갈등을 겪게 된 원인으로는 ‘예물·예단’과 관련된 문제가 37.8%로 첫 번째를 차지했고, 두번째로는 ‘신혼집 선택’에 관한 문제가 27.9%, 그 다음으로는 ‘결혼 비용’에 관한 문제가 14.7%로 나타났다. 특히 예물·예단과 관련된 문제는 결혼 당사자 중 신부 쪽에서 가장 많은 신경을 쓰는 부분으로 앞으로 개선해야 할 여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합리적인 결혼비용 지출을 위한 기본 원칙
1. 부모에게 의존하지 말고 결혼 당사자 스스로 비용을 마련한다. 모든 비용을 스스로 마련하기 곤란할 경우 최소한의 부족분만을 부모에게 부탁한다.

2. 은행 대출이나 융자 등 빚은 최대한 줄여서 결혼 이후의 경제적 부담을 없애고 능력이 되는 범위 내에서 해결하도록 한다.

3. 혼수나 예식 비용은 절약하여 보다 현실적인 목적(주택 마련, 비상금 등)을 위해 사용한다.

4. 비용 마련이 여의치 않을 경우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절차는 과감히 생략하도록 양가의 합의를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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