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문재인 전 청와대 수석을 중심으로 ‘청와대 안의 청와대’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막강한 힘을 발휘했던 민정수석실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민경찬 펀드 사태와 열린우리당의 총선 징발령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임했던 문재인 전수석 후임에 대검 공보관 출신인 박정규 변호사가 들어오면서 크고 작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문재인 전수석과 새로 부임한 박정규 현수석은 그런 주객관적 위치 못지않게 개인적 취향이나 업무 스타일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런 개인적 취향이나 성격이 실제 업무 스타일이나 조직 운용 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우선 문재인 전수석이나 박정규 현수석은 둘 다 부산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인재 풀이 협소하다는 현실적 제약도 있으나 최근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 이헌재 재경부총리, 안병영 교육부총리,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 임명 등 노 대통령이 이른바 코드 인사를 사실상 포기했다는 점에서 볼 때 아무래도 청와대 민정 수석실만은 최측근이나 믿을 만한 고향 인사에게 맡기려는 의지가 읽히고 있다.

문 전수석이 사임하면서 노 대통령에게 박 수석을 개인적으로 추천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개인적 취향이나 성격 등은 그들의 업무 스타일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다.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본 문 전수석의 스타일은 액면 그대로 ‘선비’ 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문 전수석에게는 어떤 종류의 로비나 개인적 안면치레도 통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집권당과도 거리를 둬 비판을 받기까지 했다.아는 사람들이 전화를 해도 거의 통화하지 않았고, 동창들은 오히려 역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 전수석은 저녁 먹고 일하면 보통 밤 10시 반까지, 저녁을 먹지 않고 일하면 8시 반까지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고, 쉬는 날이 거의 없어서 자연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못지않게 ‘왕수석’으로 통할 만큼 노 대통령의 각별한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자부심이 있었다.그러나 인권변호사 출신이라는 전력과 정치와 공직 경험이 전무하다는 약점 때문인지 문 전수석은 민정 원래의 임무에 걸맞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민경찬 펀드 건부터 작년 양길승 전부속실장 향응사건, 노 대통령 방미 기간 중 당직실 전화 불통 사건, 청와대 직원 가족들의 새만금 헬기 시찰 사건, 국정원 간부 사진 게재 사건 등 권력 주변의 민감한 사안에 대해 ‘조기 경보 발령’을 하지 못해 일각에선 그의 ‘무능력’을 꼬집기도 한다. 이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도 있다. 이는 문 전수석의 ‘온정주의’라는 인간미 때문이라는 지적이 바로 그것. 대통령 주변 문제라는 ‘화약고’를 국민정서를 고려하여 정치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개인적 인간미에 근거하여 온정주의적으로 처리하다가 문제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반면 박정규 현수석은 검찰 출신답게 업무 처리가 분명하고 공과 사를 냉정하게 구분한다고 한다. 문 전수석이 밤 늦게까지 일하고 휴일까지 반납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박 수석은 저녁 6시면 퇴근한다고 한다. 오랜 공직 생활 과정에서 점심을 먹은 후 30분 취침하는 습관이 있어 점심 먹으러 나간 후에도 1시 경이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문 전수석이 주위와 일절 관계를 끊은 반면에 박 수석은 취임 후 날아온 축하 엽서에 일일이 답하고, 평소 사무실에서도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많이 하는가 하면 기자들이나 밖에서 걸려온 전화에도 꼭꼭 응답하는 등 평소 폭넓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박 수석의 대인관계의 폭과 내용 때문에 주변에서는 박 수석의 취임을 축하하고 향후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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