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으로 취임한 김선수(왼), 이동원(가운데), 노정희(오) 대법관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6년 임기의 첫발을 뗀 신임 대법관 3명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두고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돼 사법부 변화 계기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법원은 이날 오전 김선수(57·사법연수원 17기) 대법관과 이동원(55·17기) 대법관, 노정희(55·19기) 대법관의 취임식을 거행했다. 이들이 대법관을 맡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 인사는 14명 중 8명이 됐다.

이들은 취임사를 통해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사법부 신뢰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을 걱정하면서 이를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김 대법관은 "소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법원이 어려운 시기에 있는 바, 국민의 관점에서 접근함으로써 사법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며 "사법서비스의 수요자인 국민의 관점이 반영되는 사법행정이 될 수 있도록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 대법관은 "사법부는 지금 국민들로부터 어느 때보다 극심한 불신을 받고 있다"며 "좋은 재판, 좋은 법원을 만들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재판이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심 가득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뒤이어 "권위적이고 불친절한 법원, 사건 처리에만 급급한 법원이라는 말이 아직도 잦아들고 있지 않다"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일해 온 법관들과 법원직원들 마음 속에는 억울함과 섭섭함이 자리 잡을 수 있지만 그런 마음은 잠시 내려놓고 현재의 위기를 변화의 힘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27년 동안 사법부의 일원으로 살아온 저 또한 그 무거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며 "저를 비롯한 대법원과 전국 법원의 동료 법관, 법원 가족 모두가 새롭고 진실한 마음가짐으로 다시 국민만 바라보며 좋은 재판, 법과 양심에 어긋남이 없는 재판을 계속해 나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법관으로서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재판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전했다. 특히 김 대법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출신·노무현 정부 시절 사법개혁비서관이라는 경력을 두고 나온 편향성 우려에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김 대법관은 "대법관으로서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정치적 고려를 일절 하지 않겠다"며 "저와 다른 견해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로 경청하고 진지한 토론을 통해 공정한 결론에 이르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 다양성과 차이를 포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 대법관도 "그동안 마음속에 가져온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재판'이라는 믿음을 대법원에서도 올곧이 지키겠다"며 "작은 사건에서도 절실하게 진실과 정의를 찾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평범하고 힘없는 이들에게 정의를 찾아주기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고 임명 각오를 전했다.
 
노 대법관은 "법관이라면 누구나 맡겨진 일의 무게로 살며 진실되고 공평하게 최선을 다해 재판할 것임을 믿기에 법관 한 사람 한 사람이 충실한 재판을 통해 도출한 결론을 최대한 존중하고자 한다"며 "다만 헌법과 소송법이 법률심인 대법원에 부여한 역할, 즉 법률 해석의 통일을 통해 법치주의를 진전시키는 일에 보다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경험과 가치관을 전제로 최선의 해결책을 치열하게 토론하고 싶다"며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겪는 어려움과 품은 소망을 법의 언어로 읽어내기 위해 '법'에 대한 성찰과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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