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사업은 ‘원료를 소비하지 않는 산업’이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여행과 장소의 변화는 우리 마음에 활력을 선사한다”고 했다. 인간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수단으로서의 관광에 대한 중요성을 일찍이 갈파한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정권의 명운을 걸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올인하여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를 4000만 명으로 설정했다. 이 계획이 불가능하게 보이지 않은 이유는 아베 총리가 2012년 일본경제 재건을 위한 ‘일본재흥전략’을 발표하고 그 핵심 사업의 하나로 관광을 내세운 후 올해는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광객의 급격한 증가는 엔저 효과와 대규모 규제완화 정책의 효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8년 전인 2010년 한국과 일본의 입국자는 각각 880만 명, 861만 명으로 비슷했다. 하지만 7년 후인 2017년 한국과 일본 입국자는 각각 1333만 명, 2869만 명으로 두 배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그 결과 현재 일본은 관광수지가 약 20조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에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모두 1333만 명인데 반해 해외여행을 떠난 한국인은 2600만 명으로 두 배가 넘는다. OECD국가 가운데 방문 외국인에 비해 내국인이 2배 이상 외국을 방문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로 인해 여행수지 적자규모는 지난해 15조4000억 원에 이른다. 지도자의 리더십이 어떻게 관광산업의 판도를 바꿔놓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경북이 역사문화 자산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여행수지 적자를 막는 소임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하겠다. 이런 현상을 타파하고 ‘관광 경북’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주역의 계사전(繫辭傳)에 나오는 ‘궁즉통(窮則通)’의 변화와 혁신 철학이 필요하다.
 
‘관광 경북’이 가야할 좌표는 명확하다. 첫째, ‘연계’가 필요하다. 민과 관의 연계뿐만 아니라 민간사업자 간의 연계, 또한 경북도와 시·군 간의 긴밀한 연계가 이뤄져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둘째, ‘관광은 일자리다’라는 관광관(觀)이 요구된다. 민간주도 및 주민참여형 혁신적 관광일자리 확대·발굴이 필요하다. 셋째, 4차산업혁명시대에 맞게 관광산업의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바꿔나가야 한다. 즉 플렛폼사업으로 구조와 운영전략을 바꾸어 관광객 입장에서 올서비스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매출규모 세계 10대 기업 중 삼성전자를 제외한 9개가 플렛폼사업임을 재인식해야 한다. 넷째, 해외 관광객의 다변화를 이루어야 한다. 현재 중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 편중돼 있는 외국인 관광객의 구성을 미국·유럽·호주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다섯째, 골든 루트(서울~제주 등)에 집중된 인기 관광지를 다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신만의 취향과 방식에 따라 경북을 즐길 수 있도록 ‘엔조이 경북(Enjoy Gyeongbuk)’ 캠페인이 필요하다.
 
경북 관광의 위상은 외국인-내국인 관광객 모두 국내 7위 수준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경북 방문비율은 2.6%(2016년 기준)로 2013년 이후 점점 퇴보하고 있다. 경북은 ‘관광입도(觀光立道)’라는 도정방침 아래 2022년 ‘동북아 문화관광 중심’과 ‘국민여행 목적지 1위’ 달성이라는 정책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SAY경북(Sprit-Activity-Youth)’의 새로운 슬로건을 걸고 정신문화(Sprit/4대 경북정신-화랑·선비·호국·새마을)에 관광의 옷을 입혀 젊고(Youth) 역동적인(Activity) 경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경주역-안동역을 새로 단장해 조명을 비춰 천년고도와 유림본산의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하여 경북 관광의 중심이 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손님에 대한 극진한 환대인 ‘오모테나시(お持て成し)’가 일본 관광의 상징이 됐듯이, ‘K스마일(친절)’이라는 이름의 관광전문인재 육성 및 보수과정을 경북문화관광공사 내에 설치해서 관광프로듀서(혹은 관광토털가이드) 교육사업을 펼칠 필요가 있다. 또한 ‘불편한 항공기로 해외로 가시겠습니까, 편안한 KTX로 경북에 오시겠습니까’라는 ‘떠나자 경북으로’ 구호도 필요하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경북을 다시 대한민국의 중심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경북을 세계적인 문화관광의 메카로’ 만들겠다는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최근 한경연(한국경제연구원)이 의미 있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해외여행을 떠나는 10명 중 2명만 국내관광으로 방향을 바꾼다면 약 16만 명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여행수지 적자 폭탄’을 해소하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해외로 향하는 관광객을 국내로 돌리고 외국 관광객 유치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 부분의 불요불급한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경북 관광의 해외 인지도를 향상시켜 세계인이 찾는 매력 있는 관광환경 조성을 역사문화 중심지인 경북에서부터 시작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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