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서 이해찬이냐 아니냐의 대결 구도가 바뀌고 있는 양상이다. 당초 이 의원의 출마선언과 함께 컷오프를 통과하자 당 안팎에서는 ‘이해찬 대세론’이 힘을 받았다. 하지만 김진표 의원이 ‘이재명 자진 탈당론’을 주장하면서 당 안팎의 기운이 ‘이해찬 대 김진표’, ‘구친문 대 신친문’ 구도로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다.
 
특히나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 초기 국정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신친문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경제관료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를 지낸 인사로 친문보다는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경제관료 정도로 인식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해찬 의원에 비해 인지도뿐만 아니라 세력도 모자란 게 정치적 현실이었다. 또한 강경 친문 세력으로부터는 ‘친재벌 이미지’와 ‘종교과세 유예 발언’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 원조 친노뿐만 아니라 친문 강경파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이해찬 의원에 비해 우월한 게 ‘경제통’이라는 것 외에는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김진표 의원이 대표 경선 초반에 꺼내든 ‘이재명 때리기’ 전략은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력도 참모도 없던 그가 이재명 카드로 당내 주류인 친문 진영을 두 쪽으로 갈라놓으면서 짧은 시간에 우군을 대거 확보했다는 평가다.
 
당장 ‘이재명 탈당’ 주장은 이해찬 의원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재명 지사가 여성·욕설·조폭 연루 의혹을 받고 있어 대놓고 옹호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재명 지사를 내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를 옹호하는 전현직 의원들과, 친분이 깊은 친문 강경파 의원들과의 관계가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사들이 안민석, 김태년, 김현, 정청래, 이화영 전 현직 의원들의 반발이 우려된다.
 
반면 김진표 의원은 이재명 탈당 카드로 친문 주류를 갈라치기 하면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친문 온건파이자 이재명 지사와 경선을 치른 ‘3철’ 중 한 명인 전해철 의원을 비롯해 범 친문으로 분류되는 정세균계, 그리고 신친문으로 분류되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등 86운동권 세력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또한 김 의원은 이재명 지사를 공격하면서도 함께 조폭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은수미 성남시장에 대해서는 ‘감싸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한 드루킹 특검으로 경남지사 집무실뿐만 아니라 관사, 의원회관 압수수색을 받아 정치적 위기에 처한 김경수 지사에 대해서는 “지키고 보호해야 할 사람”이라고 적극 옹호하고 있다.

김 지사나 은 시장은 친문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지만 김진표 의원보다 이해찬 의원과 정치적으로 친분이 더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당대표 경선에 도전했다가 컷오프당한 김두관, 이종걸, 박범계, 최재성, 이인영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선 경선 캠프에서 총괄본부장을 맡은 이종걸 의원은 이해찬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친문을 자청한 박범계, 최재성 의원들은 선뜻 이해찬 의원 지지를 못하게 만들고 있다. 고 김근태 의원 계열인 민평련 소속 이인영 의원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이재명 탈당’ 카드가 경선판 자체를 엎을 정도의 파괴력은 아니지만 일단 ‘이해찬 대세론’을 흔들어놨다는 점에서 고도의 정치적 암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명 카드를 신의 한 수라고 부르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2020년 총선을 두고 벌어질 공천 경쟁을 조기에 점화시켜 친문 주류 후보로서 자신감을 보여준 점이다.
 
자기에게 줄을 서지 않으면 차기 공천은 없다는 무언의 압박은 오히려 친문 주류와 비주류를 구별하게 만든 결정적인 한 방이 되고 있다. 민주당 대표 경선이 8월의 폭염처럼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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