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부터 물가·고용 관련 지표까지 악화될까 우려 ↑

살인적인 폭염이 지속된 1일 오후 세종시 어진동 공공기관 발주 건설현장에 작업자들이 일손을 놓아 텅 비어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폭염 발(發) 경제 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폭염이 장기화되면 생산, 물가, 고용 관련 지표들이 줄줄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밥상 물가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더위 탓에 소비자 발 길이 끊긴 자영업자들도 신음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관광 산업이 주요 매출인 지역 경제 역시 파탄을 맞을 위기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밥상 물가부터 들썩…신음하는 자영업자들
경제 활동 저하에 지역 경제도 악화 위기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서 생산, 물가, 고용 관련된 지표들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해 폭염은 자연재해의 일종으로 포함해야 한다거나 경제적 재난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최악의 폭염으로 가장 먼저 요동치고 있는 것은 농축산물 등 밥상 물가다. 정부가 물가 상황을 점검하고 있지만, 더위 폭탄을 직격으로 받은 작황이 극도로 부진한 만큼 식품 물가의 안정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통계청이 지난 1일 내놓은 ‘소비자물가 동향’ 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 올랐다. 특히 7월 채소류 가격은 3.7% 올라 여타 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배추 한 포기에 7000원?

지난 2월 한파로 크게 올랐던 채소 가격이 그동안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달 다시 크게 오른 것이다. 품목별로는 시금치가 50.1% 뛰었고, 열무(42.1%), 배추(39.0%), 상추(24.5%) 등 더위에 약한 채소 가격이 급등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제공하는 가격정보 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광장시장에서 팔리는 1950~2000g 배추 한 포기는 소매가가 5000원 수준이었지만 한 포기당 7000원까지 올랐다.

축산물 가격도 3.3% 오르며 지난해 5월(3.7%) 이후 14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돼지고기는 전월에 비해 가격이 7.8% 올라 2016년 6월(8.0%)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더위에 민감한 돼지가 많이 폐사한 것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과일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수박 도매가격은 8kg 기준 7월 초 1만2524원이었지만 7월 말 기준 2만1384원으로 70.7% 치솟았다. 폭염으로 피해가 겹치면서 평년 대비 시세가 높아졌다.

폭염 때문에 우유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젖소 대부분은 홀스타인 품종으로 더위에 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유의 원유(原乳) 가격이 1일부터 L당 4원 인상됐다. 원유 가격이 오른 것은 2013년 106원 인상 후 5년 만이다. 

폭염이 8월 중순까지 이어지면 추석 물가도 큰 폭으로 들썩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폭염으로 농산물 작황이 한번 줄어들면 그 여파가 한 달 이상 미칠 수 있다. 음식점 등 영세 자영업자들이 식자재 가격 인상으로 2차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더운 날씨 때문에 야외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고, 높아진 식재료 가격, 고온으로 인한 폐기 비용 등도 부담이다. 기록적인 폭염에 위축된 경제가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제조·건설업 조업 위축도 불가피해 보인다. 폭염이 계속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일례로 야외 작업이 많은 조선업계에서는 기온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점심시간 등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조업시간을 단축한다.

건설업 역시 폭염이 지속되면 조업일수가 대폭 줄어든다. 공사 기간은 당연히 조정이 필요해지고 공사 발주를 피하는 경향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다. 또 이러한 영향으로 건설 투자, 고용 지수 등의 하락도 불가피하다.

전기 생산이 늘어나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제조업 가동률, 광공업생산, 공사발주 등 건설기성, 제조업·건설업 취업자수 등도 생산과 고용 관련 지표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각종 경제지수 하락 우려

한편 지역 경제도 폭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름이 되면 지역 축제가 활성화돼야 정상인데, 더워도 너무 더운 탓에 지역 축제장을 찾는 관광객들이 거의 없어 지역민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축제로 선정된 강진청자축제는 지난달 28일 개막을 알렸고, 전라남도 유망축제로 지정된 고흥우주항공축제는 지난 28일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폭염이 기승을 부린 탓에 축제장을 찾는 방문객이 지난해보다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70%가량 줄었다.

이와 관련해 강진군은 “축제 개막 후 사흘간 4만3000명이 찾았다”고 밝혔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18만 명이 방문했던 것을 감안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지만 폭염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흥우주항공축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8만1000명이 다녀갔던 해당 축제가 올해는 지난 30일까지 사흘간 3만4000명이 찾았다. 올해 총 방문객은 5만 명 가량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방문객이 40% 감소하는 셈이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날씨가 더워 경제 활동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여름 특수 산업조차 매출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자연 현상을 어찌할 수도 없어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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