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지율‧신규 당원 역대 최고치… ‘불법 정치자금 수수’는?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노회찬 원내대표의 사망 후 정의당에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도리어 후광(?)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 정당 지지율 및 신규 당원 가입자 수도 역대 최고치에 이르렀다. ‘노회찬 효과’란 말까지 생겨날 정도. 이 같은 역설적인 현상에 일각에서는 추모 열기에 가려진 ‘자살 원인’을 바로 봐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노 원내대표 추모 열기 후광(?) 효과 ‘톡톡’… ‘제2 노회찬’ 찾기
 
드루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을 받았던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7월 23일 돈을 받은 사실을 고백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정의당에 대한 후원 및 신규 당원 가입이 증가하고 있다.
 
정의당은 지난 7월 31일~8월 2일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실시한 조사 결과, 역대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며 ‘제1야당’이 됐다. 자유한국당 지지율을 제친 것.
 
전국 성인 1003명을 상대로 조사해 3일 공개한 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3.1%), 정의당의 8월 첫째 주 지지율은 15%로, 지난주보다 4%포인트 올랐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지난주와 똑같은 11%를 기록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41%로, 지난주(48%)보다 7%포인트 하락했다. 바른미래당은 5%, 민주평화당은 1%를 나타냈다.
 
정의당은 지난주까지 3주 연속 의석수 2위 정당인 자유한국당과 지지율이 같았다. 이번 조사에서 창당(2012년 10월) 이후 지지율 최고치를 또 경신하며 자유한국당을 앞질렀다. 2013년 한 해 평균 정의당 지지도는 1% 수준이었으나, 2014년 3%, 2015년 4%, 2016년 5%로 서서히 상승했고 2017년 5월 대선 직전 8%, 올해 지방선거 이후인 6월 넷째 주 9%, 7월 둘째 주 10%, 그리고 지난주 처음으로 11%에 도달했다.
 
노 원내대표가 떠난 직후에는 신규 당원 가입자도 줄을 이었다. 지난 7월 31일 정의당에 따르면 신규 당원은 노 원내대표의 사망일인 23일 이후 영결식이 있던 27일까지 약 5000명 이상 증가했다. 당분간 신규 당원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회찬 죽음 후 남은 숙제는?
 
정의당은 이러한 노회찬 추모 분위기를 타고 “고인의 유지를 받들겠다”며 당무 재가동에 시동을 걸었다.
 
이정미 당대표는 지난 7월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께 드리는 감사 인사’라는 제하의 입장문을 통해 “암흑 같고 비현실적인 일주일이었다”며 “비통함의 절벽 앞에서 저희를 외롭지 않게 만들어 준 것은 바로 여러분”이라고 표명했다.
 
그러면서 “노회찬처럼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겠다”며 “누구도 노회찬을 대신할 수 없지만 우리가 모두 노회찬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우선 ‘제2 노회찬’을 발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노 원내대표의 죽음 이후 당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만큼, 이를 다음 총선까지 이어갈 상징적 인물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도 정의당이 현재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노동‧인권 등 진보적 가치를 대중적으로 풀어갈 제2 노회찬을 발굴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라고 보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추모 분위기는 일시적이다. 정의당이 ‘노회찬 정신’을 얼마나 잘 이끌어 가느냐에 당의 명운이 걸렸다”며 “노 원내대표가 생전 추진했던 특활비 폐지, 개헌 등도 당의 숙제로 남았다”고 분석했다.
 
추모 분위기 속 가려진 것은…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일각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노 원내대표에 대한 추모적 분위기는 이해하지만, 자살로써 그 원인이 미화돼선 안 된다는 비판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7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 원내대표를 겨냥, “절망적인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던 것은 일견 이해는 간다”면서도 “잘못을 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들여야지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 자살을 택한다는 것은 또 다른 책임회피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자살은 생명에 대한 또 다른 범죄다. 그래서 사회지도자급 인사들의 자살은 더욱 잘못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홍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여론의 공분을 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홍 대표의 의견이 틀린 것 없다는 동조의 시각도 컸다. 일부 누리꾼들은 “애도와 미화는 한 끗 차인데, 지금 분위기는 미화에 가깝게 느껴져 불편하다. 잘못해 놓고 죽어버리니까 다 덮어지는 분위기” “죗값을 받을 사람이 없어졌어도 비리 의혹은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라며 홍 전 대표를 옹호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노 의원의 정치적 업적은 칭송의 대상일 수 있지만 ‘자살’이란 삶의 도피가 미화돼선 안 된다”며 “나쁜 일을 하다가 나쁜 방법으로 죽지 않았는가. 도피 보다는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했다. 비판받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또 당이 전면에 나서 그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도 크다. 원내대표의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 및 사과는 없이 추모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
 
특히 정의당이 “‘드루킹 특검팀’이 과도하게 언론에 수사 내용을 흘리는 부분이 있다”면서 관련 TF를 꾸릴 것을 예고한 것을 두고, ‘물타기’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노 원내대표의 자살이 특검팀의 ‘언론플레이’ 및 ‘표적 수사’로 인한 것이라는 게 정의당의 시각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상대적인 도덕적 우월감에 취한 진보 진영 일부 정치인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보내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 정당의 원내대표가 금품을 수수했다고 밝혔는데, 이게 비단 한 개인의 문제로 국한할 수 있겠나”라며 “특검팀은 당에 대한 연관 수사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고인의 죽음도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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