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피랍 사태로 본 한국인 구출史
리비아 피랍 사태로 본 한국인 구출史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8-08-03 18:19
  • 승인 2018.08.03 18:19
  • 호수 1266
  • 3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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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 생존은 확인” 청해부대 급파, 귀환은 언제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리비아 지역에서 우리 국민 1명이 무장 민병대에 납치돼 27일째 억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피랍된 우리 국민 소속 회사 관계자는 지난달 6일 오전 8시 55분께(현지시간) 무장 민병대 10여 명이 현지 물 관리 회사 외국인 숙소에 난입해 물건을 강탈하고 무작위로 직원들을 납치했다고 신고했다. 이번 피랍은 지난 4월 가나 피랍 사건 이후 세 달여 만에 일어났다.

해적들, 지난 3월에도 가나에서 어선 마린 711호 피랍
2014년에는 어선 납치했다가 추격하자 버리고 도주


외교부는 지난 1일 “지난달 6일 리비아 서부 자발 하사우나 지역에서 우리 국민 1명과 필리핀인 3명이 무장민병대에 납치돼 억류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납치된 우리 국민은 60대 초반의 물 관리 회사 부장으로 한국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리비아에서 혼자 장기 체류해 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218뉴스’라는 리비아 유력 매체 페이스북 계정에는 피해자로 보이는 이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으며 대사관 직원이 발견해 알려왔다”고 말했다.

영상에는 한국인을 포함한 4명이 ‘제발 도와 달라’고 말하고 있고, 납치 세력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총을 들고 피랍자들 뒤에 서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다만 납치세력은 자신들의 신원, 정체에 대해서 밝히지 않고, 특별한 요구사항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 당국자는 “오늘 영상은 협상을 하겠다는 의미로 분석하고 있다. 조만간 요구사항 제시하고 접촉해 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우리 국민의 생존은 확인됐고, 일단 외관상 수염이 더부룩하지만 건강은 양호한 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납치된 지 한 달
소재‧무장 세력 파악 중

 
정부는 납치 세력과 직접 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견지하면서 조속한 해결을 위해 리비아 당국과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할 방침이다.

앞서 외교부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6일 곧바로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오후 9시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어 우리 국민의 소재를 파악하고 안전한 귀환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했다. 또 우리 국민 안전을 위해 국내 언론에 엠바고(보도유예)를 요청해 왔다.

주리비아대사관도 신고를 접수한 직후 대사를 반장으로 하는 현지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리비아 외교부와 내무부 등 관계 당국과 접촉해 사건해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또 대사와 공관 직원 2명을 가장 빠른 항공편으로 리비아로 급파했다.

합참도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달 6일 오후 8시 18분께 아덴만에서 임무 수행 중인 청해부대를 피랍 현지 해역으로 급파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리비아 정부가 사건 직후 부족과 접촉을 하고 있다. 리비아 정부도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모든 수사를 동원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 하에 국민 소재지 파악이나 무장 세력 성격을 계속해서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 피랍 상황이 한 달여 동안 진척이 없자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일 리비아 무장단체에 국민 1명이 납치된 것과 관련해 “주리비아 대사관의 비상대책반과 아덴만 청해부대 급파 등 조치에도 국민의 귀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한 정부의 대처와 역량이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을 내고 “현재까지 정부는 납치 세력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못했고, 납치 세력의 요구사항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자유한국당에 앞서 지난 1일 “정부는 납치된 국민의 구출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때다”라고 촉구했다.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 “지난 27일 동안 문재인 정부는 납치된 우리 국민의 구출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외교부 당국자가 무장단체에 의해 공개된 동영상을 보고서야 ‘건강 상태가 양호하며, 동영상에서 납치 세력이 자기 신원, 정체를 밝히지 않고 있고 특별한 요구사항도 없다는 것이 특이하다’라고 말할 정도로, 정부가 지금껏 어떤 무장단체가 납치했고 요구조건이 무엇인지 진상파악조차 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가나‧소말리아 등
끊이지 않는 피랍

 
리비아 피랍 사태는 지난 4월 가나 피랍 사태 이후 세 달여 만에 발생했다. 한국인에 대한 피랍사태가 끊이지 않는 만큼 정부는 자국민 보호를 위해 확실한 정책과 매뉴얼로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

지난 3월 31일 당시 외교부는 26일 오후 5시 30분께(이하 현지시간) 아프리카 가나 해역에서 한국인 3명이 탑승한 어선 마린 711호가 피랍됐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마린 711호는 한국 국적의 사람이 대표를 맡고 있는 선사가 운영하는 500t 규모의 참치잡이 어선으로 납치 당시 40여 명의 선원이 탑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납치 세력은 아크라 연안에서 선박을 납치한 후 나이지리아 해역으로 이동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인 3명만 고속정에 태워 도주했었다. 한국인 선원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은 대부분 가나 국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는 한국인 3명의 행방을 추적하며 청해부대(문무대왕함)를 급파해 한국인 3명을 안전하게 구출했다.

2014년 6월에는 한국인 선원 3명이 승선한 가나 국적의 어선 1척이 가나 인근 해상에서 해적에 납치됐다 풀려나기도 했다. 당시 납치됐던 어선의 선장, 기관사, 조리장은 한국인이었고 우리 동포가 현지에서 운영하는 회사 소속이었다.

납치 이후 주변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가나 국적 어선들이 한때 추격전을 펼치기도 했으나, 해적들과 교신한 선박들이 피랍 선원들의 안전을 우려해 추격을 중단했다.

하지만 베넹과 나이지리아 해군이 해적들을 추격하자, 이들은 이 어선을 두고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어선에 승선한 한국인을 비롯한 탑승객 전원은 무사했다.

한국인 피랍 사건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2011년 1월에 벌어진 삼호주얼리호 피랍사건이다.

당시 청해부대는 ‘아덴만 여명작전’을 통해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 13명을 제압하고 우리 선원 8명을 포함한 21명 선원 전원을 구출했다.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명명된 소탕작전은 아덴만 해역의 여명시간에 맞춰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당일 오전 4시 58분부터 오전 9시 56분까지 5시간가량 진행된 최영함의 위협 함포사격과 링스헬기의 엄호 사격하에 UDT 작전팀이 승선해 선교와 기관실, 50여개의 객실을 차례로 장악하고, AK 소총과 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해적 13명 전원을 제압했다.

이 과정에서 해적 5명을 생포하고 8명을 사살했다. 우리 선원 1명이 부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합참은 밝혔다. 당시 부상을 입은 사람이 바로 석해균 선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