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카드’가 외환은행과의 합병을 앞두고 노사간 대립이 첨예하다. “전직원의 70%를 감원하겠다”는 문건이 회사 사장실에서 발견되면서, 노사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 이에 노조측은 총파업 등 강경 투쟁방침을 선언했고, 회사측은 “참고용으로 작성한 문건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외환카드 사태를 들여다봤다. LG카드에 이어 이번에 ‘외환카드’사태가 카드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외환카드 노조가 전직원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총파업을 결의하는 등 강경 투쟁방침을 선언한 가운데, “전직원의 70%를 감원하겠다”는 문건이 사장실에서 발견돼 노사 대립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것. 이는 최근 정규직원 662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360여명(54%)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힌 것보다 강도높은 구조조정 방안이어서, 더 큰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특히 이 문건에서는 인력 정리 후 경쟁사 인력을 스카웃한다는 내용의 ‘이삭줍기 안’도 포함돼 있어, 노조의 감정을 건드리고 있다.문제의 문건은 지난 12일 오전, 외환카드 노조가 이주훈 사장 직무대행 사무실을 항의 방문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노조가 입수한 ‘외환카드 노동조합 동향 및 대책’이란 문건은 A4용지 5장 분량. 문건에는 지난해와 올해 노조측의 활동내역과 상황, 최근의 일정, 그리고 명퇴 후 인력 충원방안까지 총망라되어 있다. 문건에는 “노조간부들이 사측을 편드는 노조원들을 ‘부역자’라 칭하며, 노조원들에게 의식화와 충성화를 강요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건에는 또“현상태에서는 노사간 합의를 통한 의견절충이 난망시된다”고 전제한 후 “노조원들이 노조간부 지침에 의견 가감없이 무조건 이행하는 상황이며, 각종 봉사활동 및 가두전을 통해 내적 의식화되고 있다. 마치 학생운동때 현실은 없고 이상만 있는 대학생처럼…”이라고 명시하고 있다.이와 함께 “명퇴 접수전에 합병후 조직을 이끌 핵심인력 30%를 기준으로 합병후 조직에 맞춰 대대적인 인력개편 실시 또는 정리인원에 대한 사전 조사역 발령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노사분쟁이 장기화될 경우에 대해 문건에는 “시장 리스크 증대, 대중 채무자에 대한 한도 추가 감축 및 연체율 지속 상승, 자금조달 곤란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여기에 문건은 “노조측이 인사고과 작성을 거부한 사례에서 보듯이 명예퇴직안을 내놓더라도 명예퇴직 자체를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노조에서 이사회결의 원인무효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사례에 비춰볼 때 정리해고를 발동해도 그 자체에 대한 원인무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리해고 발동에 대비해 심도 있는 법률검토 및 각종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 후 인력충원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문건은 “현재 현대카드 및 롯데카드에서 당사 일부직원에 대해 헤드헌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뒤, “2월 이후에는 LG·삼성·우리카드 등에서 순차적으로 인력에 대한 조정을 실시함에 따라 외환카드 또한 ‘이삭줍기’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외환카드의 취약 분야는 법인 영업, 설계사 관리 분야 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카드 업계 1위인 LG카드가 경영진 교체에 이어 앞으로 1,000여명 정도의 인력 구조조정을 할 것으로 보이고, 삼성카드도 1월 삼성캐피탈과의 합병을 앞두고 직원 700여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우리카드도 오는 3월 우리은행과의 합병을 앞두고 대대적인 인력 감축이 예고돼 있다. 이에 따라 LG와 삼성, 우리카드 등 대형 신형카드사들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함에 따라, 외환카드가 ‘이삭줍기(경쟁사 핵심인력 채용)’하겠다는 표현인 셈이다. 이와 같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안’이 포함된 문건이 발견되자, 노조측의 반발이 거세다. 외환카드 노조 임방남 부위원장 등 노조 간부들은 “자기 식구들을 길거리로 내몰면서 다른 카드사 직원을 채용한다는 것은 부도덕한 행위”라며 “사측은 외환은행과의 합병계획을 취소하고 독자생존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회사측도 기자회견 및 보도자료를 내는 등 문건과 관련해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이주훈 사장 등 회사측은“이번 문건은 정보보고 차원에서 만든 것으로, 70% 감원은 하나의 아이디어 차원일 뿐”이라며 “실질적으로는 50% 미만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회사측은 ‘문건 절취(?)’과정에 대해서 문제를 삼고 있다. 회사측은 “지난 12일 노조원들이 사장실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사장실 내에 설치된 집기를 부수고 흉기를 들고 와 협박하는 등 도를 넘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이 사장이 문건 작성자에 대해 처음에는 본인이 했다고 말했다가 나중에는 내부직원이, 다시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으로 수시로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정확한 해명과 작성자를 밝혀야 할 것”이라며 “흉기를 들고 간 것은 외환카드 직원들의 정리해고에 대한 항의 표시일 뿐, 신체 위협 등은 절대 없었다”는 입장이다.이처럼, 노사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가운데 가맹점 외환카드 결제 거부 움직임 등이 벌어지고 있어 고객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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