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대 상품권 사기사건이 발생, 유통업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롯데쇼핑 상품권을 판매대행하는 롯데닷컴은 지난해 10월 108억원의 상품권을 서울 목동에 있는 ‘행복한 세상’백화점에 납품했지만 결제대금을 받지 못했다. ‘행복한 세상’직원들이 문서를 위조, 상품권을 가로챈 것. 이에 롯데닷컴은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며 행복한세상 측에 ‘판금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행복한세상측은 “일부 부도덕한 직원들이 저지른 일일 뿐. 회사가 책임져야 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사건의 전모를 들여다봤다.현금, 신용카드에 이어 ‘제 3의 화폐’로 불리는 ‘상품권’. 상품권시장의 규모는 이미 4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99년부터 50%에 가까운 고속 성장을 이룬데다, 각종 상품권이 봇물을 이루며 상품권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상품권이 활발히 유통되면서 명동, 남대문 등 사채시장에서 속칭’상품권 깡’이 성행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이와 관련, 최근 한 대형 쇼핑몰이 100억원대의 상품권 사기를 당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롯데백화점 계열사인 인터넷쇼핑몰 롯데닷컴이 상품권을 판매대행하는 과정에서 108억원대 상품권 사기를 당한 사건이 발생,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유통업계와 경찰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세상 백화점 특판팀 직원 이모씨 등 3명이 지난해 9∼10월 롯데닷컴으로부터 108억원어치의 롯데백화점 상품권을 납품받은 뒤 이를 가로채 잠적했다는 것.이씨 등은 100억원대 백화점 상품권을 남대문시장 등 사채시장에서 현금으로 할인해 판매한 뒤 지난해 10월말 현금을 가지고 중국 등지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상품권 100억원대 사기사건’의 발단은 2001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하는 백화점 행복한세상과 롯데닷컴 측은 ‘롯데백화점 상품권 판매’에 대해 합의했다. 이후 양사간 상품권 판매납품은 순조로웠다.하지만 2002년 9월부터 상품권 납품과 관련, 양사간 입장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행복한 세상측은 “2002년 9월 백화점 업계가 상품권을 할인 판매하지 않기로 자율 결의한 후 롯데닷컴으로부터 상품권을 주문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행복한 세상의 한 관계자는 “2002년 9월 이후 이씨 등이 비공식적인 계좌를 이용, 인감도 회사업무용이 아닌 사적으로 도용해, 롯데닷컴 측에 상품권 주문을 계속했던 것 같다”며 “하지만 롯데닷컴 측이 이와 관련, 행복한세상에 한번도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10월 갑자기 상품권 판매대금을 결제해 달라며 느닷없이 ‘내용증명’을 보내와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롯데닷컴 측이 그간 상품권 주문에 대한 확인절차도 제대로 하지 않은 만큼, 배상의 책임이 없다”며 “이에 대한 법원의 판례도 있다”고 강조했다.이처럼 행복한 세상측은 “이씨 등 비정규직 직원들이 공모, 회사 공문서를 위조해 개인적으로 사기거래를 한 것인 만큼 회사로서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인 셈이다.행복한 세상측은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초 이씨 등 상품권 담당 직원 3명을 면직조치한 뒤 이들을 사기 및 문서위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롯데닷컴 측은 “지난해 9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108억원 상당의 롯데백화점 상품권을 행복한 세상 백화점에 판매했으나 약속한 날짜에 납품대금이 결제되지 않았다”며 “2∼3년간 꾸준히 상품권이 납품됐고, 이에 대한 결제도 제대로 이뤄져,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롯데닷컴의 한 관계자는 “2002년 9월 이후에도 계속해서 주문이 들어왔고 결제도 잘됐다”며 “거래 우량 공기업에서 상품권 주문 서류를 전달받아 이에 대해 상품권을 납품했다. 이에 따라 행복한세상 측에서 마땅히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롯데닷컴 관계자는 특히 “행복한 세상측 직원들이 문서를 위조해 돈을 챙겨 달아났고, 회사측은 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기업경영윤리에도 벗어나는 행위”라며 “이에 결국 지난해 12월 29일 판매대금 청구소송을 남부지원에 접수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롯데닷컴과 행복한세상 간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은 팽팽한 법정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양측의 입장에 대한 수사당국의 조사결과가 주목된다.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양천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사기사건 혐의자들이 해외로 도주, 정확한 피해금액 등 정확히 파악된 것이 없다”며 “이씨 등 혐의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만 사건의 전모를 알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찰 측은 현재 상품권 판매와 사기 등에 대해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수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한편, 이번 상품권 사기사건과 관련,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미 명동, 남대문 등 사채시장에 ‘상품권 깡’시장이 형성되는 등 상품권과 관련한 폐해가 드러나고 있다”며 “이번 사건도 이미 예고된 일로서 백화점 등 상품권발행회사들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철저한 관리가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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