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단행된 현대백화점 정기 인사에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차남 정교선씨가 포함돼 재계의 눈길을 끌었다. 이에 따라 그룹 총괄 부회장을 맡아 이미 경영 전반에 나선 정 회장의 장남 정지선 부회장에 이어 차남 교선씨 역시 같은 회사에서 경영수업을 받게 된 것이다. 정몽근 회장의 두 자녀가 모두 현대백화점에서 근무하게 된 내막을 집중 취재했다. 정교선 씨가 맡게 된 직책은 경영지원실 산하 경영관리팀장(부장급).경영관리팀은 정지선 그룹 총괄 부회장의 직속조직인 경영지원실 산하 부서이다. 따라서 교선씨는 형인 정지선 부회장과 같은 회사에 근무하며 동시에 형의 직속부하로 근무하게 되었다. 이는 관련 업계뿐만 아니라 재계 전반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라고 업계관계자들은 분석했다.

경영지원실은 현대백화점의 운영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핵심부서로 교선씨가 빨리 경영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그룹차원에서 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교선씨가 형과 같은 부서에 배속된 데에는 모친인 우경숙 현대백화점 고문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경숙 고문(정몽근 회장 부인)의 경우, 정지선 부회장의 취임이후 경영에 크게 관여해오지는 않았지만 이번 교선씨의 입사와 관련해, 교선씨가 형처럼 빠른 시일내에 경영자의 자질을 갖추게끔 배려했다는 것이다. 정지선 부회장의 경우, 지난 97년 과장으로 입사한 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경제학을 공부한 뒤 다시 복귀(기획실 차장)했지만, 정교선씨는 유학을 먼저 다녀온 뒤 입사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교선씨는 한국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의 아델프라이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수료, 지난해 귀국했다.

따라서 형인 정지선 부회장이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이후 가파른 승진을 거쳐 그룹 총괄 부회장에 오른 전례에 비춰볼 때, 이미 공부를 마친 교선씨 역시 3∼4년간 현장 업무를 익힌 뒤 경영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하리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교선씨가 향후 어떻게 경영권 승계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정지선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교선씨도 언젠가는 그룹 경영에 참여케 되겠지만, 아직은 이쪽 경험이 전무한 상황이므로 일선 업무를 익히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또 ‘교선씨의 입사를 두고 벌써부터 경영구도를 예측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덧붙였다.그러나 재계는 지난해 정지선 부회장의 취임에 이은 이번 인사를 현대백화점그룹의 본격적인 친족경영체제 구축으로 보고 있다.

한편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을 지주회사로 현대홈쇼핑, 현대백화점 H&S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백화점 부문은 정몽근 회장이 사실상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이병규 사장을 비롯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어왔다. 이후 정지선씨가 그룹 총괄 부회장에 임명되고 이병규 사장이 상근고문으로 물러나면서 다시 오너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정 부회장은 그룹 주요 현안을 처리하며, 백화점 부문은 하원만 사장이 담당하고 있다.현재 유통업계는 현대백화점 정지선 부회장을 비롯,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 등 오너 2세들의 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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