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을 한달여 앞둔 현재 여론조사는 각 정당의 후보 공천에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중이다. 여론조사가 공천 혁명의 잣대로 선거판의 ‘살생부’역할을 맡다 보니 과거와 같은 낙점이나 로비에 의한 공천은 발을 붙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 여론조사 기관이 공천권의 권좌를 넘보는 시대가 온 것이다.여론조사를 가장 앞서 활용한 곳은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지난 1월10일 전국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해 출마자를 공천유력, 교체대상, 정밀검증 등 3단계로 분류했다. 교체 대상은 사실상 공천탈락을 의미하며, 정밀검증은 실사를 벌일 대상이다. 민주당은 전 당원 경선, 당원과 일반 국민참여 경선, 여론조사를 통한 결정 등 세 가지 방식 가운데 지역구 사정에 따라 한 방식을 택해 후보를 결정하고 있다.

여론조사를 통한 공천이 대세지만 반론도 만만찮아 지역에 따라 변형 여론조사나 청문회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특히 민주당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호남에서는 물갈이 바람에 부담을 느낀 현역 의원들이 여론조사를 수용한 당초 약속을 깨고 당원과 일반시민이 50%씩 참여하는 절충형 여론조사나 전 당원 경선 방식을 주장해 반발을 사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후보 간 여론조사 격차가 큰 지역은 단수 공천을, 우열을 가리기 힘든 지역은 여론조사로 후보를 2~3명으로 압축한 뒤 경선을 치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결국 한국정치를 지배해온 보스정치가 막을 내리고 정치환경이 바뀌면서 여론조사가 총선 출마자의 생사 여탈권을 쥔 ‘살생부’로 떠오른 것이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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