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삼성맨이면 영원한 삼성맨(?)”<사진1>삼성그룹 출신 전·현직 인사들의 동우회 모임이 활발하다. 그중에서도 삼성그룹 입사 13기 동기들의 모임 ‘마수회’, 삼성그룹퇴직임원들의 모임인 ‘성우회’, 삼성물산 출신 모임인 ‘삼동회’등의 모임이 눈에 띈다. 이들 모임에 참석하는 인사들은 다양한 인맥과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 사업정보 등을 교환,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단순한 친목성격을 넘어 비즈니스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삼성그룹이 잘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재계에서는 ‘효율적 인력관리’를 첫손에 꼽는다. 이병철 선대 회장·이건희 현회장 역시 가장 중요한 경영방침으로 철저한‘인력관리’를 강조해왔다.이로 인해 일단 퇴사하고 나면 불편한 관계가 되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삼성 퇴사자들의 경우, 끈끈한 ‘인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삼성그룹 출신 전·현직 임원들의 동우회 모임이 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이와 관련, 최근 삼성그룹 입사 13기 동기들의 모임인 ‘마수회’가 주목받고 있다. ‘마수회’는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에 열리는 삼성 입사 13기 동기들의 모임’을 줄인 명칭이다. ‘마수회’는 입사 30주년을 맞아 동기생들의 친목도모를 위해 지난 2002년에 만들어진 모임이다. 지난 72년 삼성그룹에 입사(13기)한 200여명 중 현재 4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상태.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정기모임을 가지고 있으며, 1년에 2∼3회씩 골프 및 등산동호회 모임도 마련하고 있다. ‘마수회’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재계와 삼성그룹내에서 회원들의 위상이 크다는 점이다. 그 만큼 회원들의 경력이 화려하다. 그간 삼성 입사 13기들은 이건희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으며 그룹내 실세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구학서, 김순택, 배병관씨 등은 70∼80년대 삼성 비서실(현구조조정본부)에서 근무하며 이 회장을 측근에서 보좌해왔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학수 전구조본부장 등 12기와 김순택 사장 등 13기가 그룹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13기 동기생들이 단합이 잘 된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고 밝혔다. 마수회의 주요 회원들로는 강근태 뉴코아백화점 사장, 구학서 신세계 사장, 권영욱 신공항 하이웨이 사장, 권재석 신세계I&C 사장, 김순택 삼성SDS 사장, 김순환 삼성화재 부사장, 배병관 삼성테크윈 사장, 손영호 광주일보 사장 등이다.

마수회원 중 눈에 띄는 인물로는 우선 구학서 신세계 사장을 꼽을 수 있다. 구 사장은 삼성내에서 관리업무를 맡으며, 이 회장의 총애를 받았다. 지난 96년부터는 삼성의 방계 그룹인 신세계로 자리를 옮겼으며 2001년 신세계 사장으로 취임했다.구 사장은 신세계 CEO로서 경영혁신을 통해 국내 유통산업을 리드하고 있다. 특히 할인점 이마트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공격적인 경영을 추진, 지난해 신세계를 유통업계 1위로 끌어올렸다.김순택 삼성SDI 사장도 마수회원들 중에서 주목받는 CEO. 김 사장은 삼성입사 후 삼성 비서실 비서팀장, 삼성중공업 건설부문 대표이사 등 그룹내 주요 요직을 역임했다. 지난 2001년 삼성SDI 사장으로 취임한 김 사장은 그간 주도면밀한 경영인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 유통전문 경영인으로서 유통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륜을 갖춘 강근태 사장도 주목받는 인물이다.강 사장은 지난 72년 삼성입사 이후, 삼성물산 유통부문에서 30여년간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경험이 인정돼 지난 2000년 뉴코아백화점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됐다.강 사장은 취임 후 윤리강령 제정 등 윤리경영에 힘써왔다. 특히 이런 윤리경영 실천을 다짐하기 위해 130여명에 달하는 구매직원 전원을 교체한 일은 업계의 화젯거리.강 사장은 최근 이랜드 계열사인 이천일아울렛 등과 뉴코리아 인수합병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마수회원 중에는 삼성그룹을 이끌어가는 실세들이 즐비하고, 재계 CEO들도 많다. 이에 따라 마수회원들의 재계 입김이 그만큼 클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이에 대해 마수회 김종천 전회장은 “회원들 중에 CEO들도 있지만, 현직에서 물러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단순히 동기들의 친목모임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김 전회장은“모임을 가지게 되면 현경제상황이 주된 얘깃거리로 등장한다. 회원간 각종 사업에 대한 의견교환을 하고, 현재 경제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회원들간 비즈니스 협력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회원들이 공·사를 정확히 구별, 실질적인 사업 얘기는 별로 하지 않는 편”이라고 밝혔다.한편, 마수회 모임외에도 10여개의 삼성그룹 OB·동우회 모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선 삼성그룹 OB임원 모임인 ‘성우회’활동이 적극적이다. 성우회는 삼성그룹에서 1년 이상 임원으로 일했던 사람들의 모임. 현재 회원수만 900여명에 달한다.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성우회관’에서는 회원들의 문화강좌, 서예, 바둑, 골프 등 동호모임이 자주 개최된다. 또 1년에 두번씩 예전 근무처를 찾아가 변화상을 돌아보는 ‘옛 일터 순방’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성우회는 창업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창업을 지원하거나 재취업을 알선하고 있다.그룹차원에서도 ‘성우회’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성우회 사무실 임차료 및 각종 행사경비 등은 삼성그룹에서 일부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밖에 삼성 각 계열사마다 퇴직한 OB모임이 있다. 삼성물산 퇴직인사들의 모임인 ‘삼동회’, 삼성전자 OB모임인 ‘전자 사랑’등이 대표적.구회득 삼성그룹 전전무는 “전·현직 인사들이 함께 동우회활동을 하면서 사업정보를 교환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며 “앞으로 이런 동우회 모임이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삼성 관계자는 “삼성 OB모임은 대부분 사적인 친목모임”이라며 “기업에서 헌신한 사람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회사에서 반기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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