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를 진행하고 있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7일 오후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생명안전업무를 담당하는 KTX승무원 무엇이 이들의 직접고용을 가로막는가?’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임종신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주최하고 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관광개발지부가 주관했다.

“KTX 승무원 아웃소싱은
승객 안전 아웃소싱하는 것”

 
먼저 축사를 맡은 이 의원은 “사법농단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여러분(KTX 열차승무원)들의 업무 매뉴얼부터 바뀌었다”며 “(KTX 열차승무원을) 아웃소싱(outsourcing·기업이 업무의 일부를 제3자에게 위탁해 처리하는 것)하는 것은 철도를 이용하는 많은 승객들의 안전을 아웃소싱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KTX 열차승무원의 외주화를 꼬집었다.

아울러 “이 토론회를 계기로 애초의 원칙들, 생명안전 업무는 모두 다 정규직화 돼야 한다고 했던 (문재인 정부의) 원칙이 우리 현실 속에 다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뒤이어 축사를 한 안 의원은 “(지난) 7월 21일 철도공사와의 합의를 통해 해고승무원들의 복직 합의에 대해서는 반갑게 생각하면서도 아쉬운 면이 있다”며 “결국 향후 과제는 KTX 승무 업무를 철도공사에서 직접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축사 후에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상임활동가의 사회로 철도노조 박세증 정책실장, 우지연 변호사(공공운소노조 법률원)이 발제를 맡았다.
 
발제에 앞서 이 상임활동가는 토론회 제목에 관해 감상을 전했다. 그는 “(토론회라고 하면) 직접고용 여부를 따지는 게 대부분인데, 이번 토론회 제목은 ‘무엇이 이들의 직접고용을 가로막는가?’이다”라며 “(현실을) 너무나 잘 반영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토론회의 제목은 KTX 열차승무원의 직접고용은) ‘당연한 상식’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그러면 누가 부당하게 직접 고용을 가로막고 있는지’를 따지는 토론회라고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2015년 KTX 승무원 판결은 ‘사법농단’
사회적 의제·과제로 지속적 관심 가져야

 
우 변호사는 ‘KTX 승무원의 업무는 분리도급이 가능한 업무인가-대법원 판결의 법리적 문제점 및 사법농단 실태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이 왜곡시킨 ‘본래 당연한 것은 무엇인가’를 묻기 위해 발제를 맡았다고 생각한다”며 2015년 당시 KTX 판결의 문제점과 해당 판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직 당시 의혹이 제기된 재판 거래, 즉 사법농단에 관해 주로 다뤘다.
 
우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5월 25일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하 특조단)이 공개한 문건중 KTX 승무원 사건과 관련된 것은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청와대) 설득방안(2015.07.28.)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사례(2015.07.31.)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협상추진전략(2015.11.19.) 총 3건이다.
 
이에 관해 그는 “(KTX 승무원 판결은) 2015년 최악의 노동판결로 선정된 바 있다”면서 “결국 사법부가 BH와 사전 교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조율한 결과로만 이해가 가능한 판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정책실장은 ‘KTX 승무원은 왜 직접고용이 안 되고 있나?’라는 제목으로 발제하면서 “(KTX 승무원 문제가) 현직 승무원들과 함께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힘을 쏟아야 하는지를 말하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KTX 승무원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떠올라 주목받고 있는 현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다만 이 문제가 늘 중요한 문제로 있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상황을 직시하면서 “(이것은) 중요한 문제고, 사회적 의제와 과제로 떠올라야 하는데 (일시적인 논의에 그칠까봐) 고민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후 권수정 서울시의원,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공동대표, 김세훈 KTX열차팀장, 김원희 KTX승무원, 철도공사 관계자 등이 토론을 이어갔다. 특히 권 서울시의원의 경우 아시아나 승무원으로 일한 이력이 있어 주목을 받았다.
 
권 서울시의원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사고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어느 순간 발발하는 것”이라며 “이런 것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승무원이 담당하는 안전 업무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KTX 승무원의 (업무) 가장 1순위는 안전 업무”라며 “안전이 가장 큰 서비스”라고 승무원들이 실질적으로 안전 업무를 진행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이들. 왼쪽부터 이남신 상임활동가, 배진경 공동대표, 우진경 변호사, 김세훈 KTX열차팀장, 박세증 정책실장,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 강철 철도노조위원장, 정의당 이정미 대표, 김원희 KTX 승무원, 권수정 서울시의원.
이밖에도 앞선 오후 1시에 진행됐던 ‘KTX 열차승무원 직접고용 촉구 기자회견’에서 연대발언을 했던 배 공동대표는 ‘성평등’을 토대로 논의를 진행했으며, 김 열차팀장은 함께 근무하는 KTX 열차팀장과 KTX승무원의 협업에 관해 토론했다.
 
한편 꽤 넓은 규모의 제2소회의실을 채운 대다수의 인원은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KTX 승무원들과 관계자들이었다. 뙤약볕에 오랜 시간을 보내 피로한 상황임에도 불구, 진지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KTX 해고 승무원들이 12년간 투쟁 끝에 얻어낸 특별채용 형식의 복직은 의미가 깊다. 하지만 직접 고용 문제가 해결 되지 않는 이상 여전히 ‘미결(未決)’ 상태일 수밖에 없다.

완전한 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사회적 논의와 연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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