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위원의 당무복귀로 잠시 소강상태에 빠졌던 민주당 중진그룹과 쇄신파 간의 대립양상이 ‘당 정체성과 정몽준 선대위원장’ 문제로 또 한 차례 파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환 위원은 3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탄핵으로 ‘반노’를 당정체성으로 명확히 하는 임시전당대회를 열자고 주장했다. 또 당지도부는 이 ‘반노노선’에 따른 ‘정몽준 공동선대위원장’ 영입도 적극 추진 중이다. 그러나 추미애 위원과 소장파들은 이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서 민주당이 또 한번 거센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김영환 민주당 상임중앙위원은 3일 ‘민주당의 반노 당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한 임시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고 나서는 등 민주당의 ‘정체성’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추미애 위원이 당무까지 거부해가며 주장했던 바가 민주당의 정체성 문제이기 때문이다. 추 위원은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민주당다움’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민주당 후보를 내고도 다른 당 후보에게 부역한 기본적인 민주주의 원칙도 지키지 않은 분과 분당에 핵심적인 책임이 있는 분들에 대한 공천은 절대 불가하고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당 중진그룹을 대변한’ 김영환 위원의 발언으로 인해 다시 한번 추미애 위원의 반란이 예고되는 시점이다.김영환 위원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선대위 구성을 미루자는 말을 한 것은 나자신”이라며 “선대본을 늦춘 것을 유의해달라. 이것에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 지난 모임에서 임시 전대를 열자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정국이 혼미하고 이대로는 당의 존립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당내에는 조순형-추미애 혹은 조순형-추미애 +1로 하면 당의 위기가 풀릴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래서 내가 선대위 발족을 미루자고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내가 임시 전당대회를 제안한 것은 새대표를 선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며 “민주당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라고 ‘당 정체성 확립을 위한 임시전대’임을 분명히 했다. 사실 민주당은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하는등 수 차례 노 대통령 탄핵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을 실제로 발의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정치공세’로 그쳤다. 조순형 대표 역시 지난 2월 2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때 “국민의 정서가 무르익을 때 탄핵을 하겠다”고만 해 탄핵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러나 김영환 상임중앙위원은 ‘노대통령 탄핵 원칙과 시행방법론’까지 임시전당대회를 통해 ‘당론’으로 확정짓자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김영환위원이 주장하는 ‘반노노선’정립을 위한 임시전당대회나 이에 입각한 ‘정몽준 공동선대위원장’에 대해 추미애위원과 소장파들은 반대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추위원 등 수도권 소장파들은 ‘반노노선이 아니라 개혁노선’으로 당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조-추 공동선대위원장’을 빅딜카드로 내걸고 타협한 소장파들이기 때문에 ‘조-추+1’의 ‘정몽준 공동선대위원장’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이다. 김경재 위원은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의원 입당에 대해 추위원에게 의견을 묻자 추위원은 “펄쩍펄쩍 뛰며 반대하더라”고 전했다. 추위원이 반대하는 이유는 “노대통령과의 후보단일화를 약속했다가 철회한 정몽준의원 의 입당은 당 개혁 정체성에 크게 위배되기 때문”이라며 정의원의 ‘경선불복’을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권파가 구상하는 ‘반노노선’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김위원은 “나도 누구보다 당 정체성을 제일 고민하는 사람이다”며 추위원의 반대를 비판하며 ‘반노’입장을 강조했다. 한편 조순형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에서 “어제 상임중앙위원 간담회에서 당면한 내외상황을 분석한 결과 현재 상황이 심각하고 엄중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선대위 출범을 1주일에서 열흘 정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선대위 연기결정은 이날 회의에서 조대표가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 국법 집행의 책임자인데 스스로 법을 위반, 법치주의의 근본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총선 준비를 다소 늦추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의 불법선거운동을 완전 차단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즉 민주당은 선대위 출범 연기라는 배수진을 친 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 등 상황에 따라 노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 등 적극적인 투쟁에 나서겠다는 당 방침을 드러낸 것이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개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총선준비를 위한 선대위 출범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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