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시대의 상징이었던 청계천 복개가 바로 그 개발 시대 논리의 대표자라고 할 수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에 의해 복원되고 있다. 애초 각계 각층에서 이 시장의 청계천 복원에 찬성했다. 생계에 막중한 타격을 입게 되는 노점상 상인들도 그런 도도한 청계천 복원이라는 명분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이 단순한 ‘물길의 복원’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와 환경의 복원’이라는 시민 사회 단체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은 단 2 년 안에 모든 공사를 끝마치겠다고 하여 시작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문화재 파괴 논란이 일어났고, 결국 <청계천 복원 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를 중심으로 한 11개 시민단체는 5일 이명박 시장과 양윤재 <청계천 복원 추진 본부> 본부장을 ‘문화재 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곧 법원에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이라고 한다.

시민단체 “이명박 시장 정치적 업적 포장 위해 졸속공사” 비난이명박 시장이 서울시장에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정치적 야심을 갖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실제 이 시장의 청계천 복원 강행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는 홍성태 시민위 역사 문화 분과 간사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이 시장은 정치인이다. 따라서 청계천 복원이 그의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 금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시장은 지금 정치적 계산을 잘못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홍성태 시민위 간사의 말처럼 지금 여론은 이명박 시장에게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청계천 복원을 단 2 년 안에, 즉 자신의 임기 안에 끝내겠다는 이 시장의 무리한 복안에 처음 이 시장의 청계천 복원에 적극 찬성하고 기대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계천 복원을 그의 정치적 야심을 위한 치적으로 삼으려 했던 이명박 시장의 처음 계획이 역으로 그에게 치명타로 다가올 수 있다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이민규 경실련 간사도 이 시장의 정치적 의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이 시장이 명확하게 표현한 것은 아니지만 청계천 복원을 그의 정치적 업적으로 포장하려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그러나 이명박 시장이나 애초 이 시장으로 하여금 청계천 복원을 공약하게 만들었던 양윤재 본부장은 그런 여론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개발 논리 시대에서 청계천 복개를 밀어붙였듯이 똑같은 개발 논리로 청계천의 문화 유산을 희생하더라도 물길만 돌려놓으면 된다는 것이다. 처음 청계천 복원을 적극 찬성했던 소설가 박경리 선생도 이 시장의 이런 행태를 지적하며 “그것은 복원이 아니라 또 하나의 개발이었다”라고 강력하게 비판하였다. 청계천 복원은 작년 7월부터 공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처음부터 내년 9월을 완공시한으로 삼고 공사를 시작했다. 학계나 시민사회단체의 문화, 역사, 친 환경적 ‘복원’ 요구에 대꾸가 없었다.

또 하나의 ‘개발’을 시작한 것이다. 홍성태 시민위 간사는 이 과정 자체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무리한 일정을 고집하는 이유는 대강 감이 잡힌다. 하지만 역사 복원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 설계와 동시 시공이라는 기법은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이런 유례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이러한 비판에 양윤재 본부장은 펄쩍 뛴다. “서울시는 문화재청 지도위원회가 직접 현장 조사하고 판단한 지시를 토대로 공사하는 것 뿐이다. 시민위 관계자들은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도 아니다. 지금 상인들은 죽겠다고 하면서 하루빨리 공사를 마무리지으라고 아우성이다. 그리고 시민들의 교통 불편을 언제까지 그냥 지켜보라는 것인가. 또한 문화재를 훼손했다고 하는데 직접 현장조사해보니 그런 것 없었다. 문화재는 우리가 잘 보관하고 있고 다만 몇가지가 긁힌 채 나온 것 뿐이다.”이에 대해 박경리 선생은 오히려 양윤재 본부장은 조경 전문가로서 애초 청계천의 복원 철학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청계천은 역사와 문화, 환경이 살아 숨쉬는 ‘복원’이 되어야 하지 조경 때문에 복원이 희생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경리 선생은 이명박 시장이 청계천 복원을 정치적 목적으로 강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분노를 표했듯이 양윤재 본부장에 대해서는 특정 이해와 관계없이 임하고 있는지 묻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과 양윤재 본부장이 온갖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역사 문화의 복원과는 전혀 상관없는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는 것에 모두가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여론은 점점 이 시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역사적 문화재가 훼손되는 것에 찬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참여연대, 경실련을 포함한 11개 시민단체의 연합인 <올바른 청계천 복원을 위한 연대회의>가 9일 회의를 열고 문화재청의 실사 이후 투쟁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경실련 이민규 간사는 “설사 문화재청이 서울시 편을 들어준다고 해도 아직 이 사태에 대해 별다른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한 시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여론 환기 작업을 펼칠 것이다. 그 경우 이 시장은 역사 파괴의 주범으로 인식될 것이고, 따라서 정치적 목적도 그렇게 쉽게는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홍성태 시민위 간사도 “처음에는 별다른 계획 없이 그냥 공사를 강행하고,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상황논리로 몰아가는 서울시의 작태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끝까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고 각오를 되새겼다. 이명박 시장이 어떤 입장을 취하게 될 지, 그리고 정말로 문화 유산을 훼손하는 청계천 복원이 그의 정치적 야심에 도움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윤재 청계천 복원 추진 본부장
“문화재 보존하면서 공사하고 있다”
-왜 이렇게 공사를 서두르는가.▲그런 적 없다. 우리는 문화재청 지도위원회가 조사하고 지시한 대로 따를 뿐이다. 그리고 할 수 있으면 빨리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도 상인들은 죽겠다고 한다. 시민들 교통 불편은 어떻게 할 것인가.

-문화재 훼손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데.▲천만의 말씀이다. 직접 문화재 위원들이 현장 조사해보니 시민위 사람들이 주장하는 손상도 없었고, 필요한 것은 우리가 보관 중이다. 우리는 문화재도 보존하면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청계천 공사가 이명박 시장의 정치적 목적에서 진행된다고 하는 의심이 많은데.▲절대 아니다. 이 시장은 그런 말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오히려 시민위 관계자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청계천 복원 공사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의 관점은 간단하다. 정치는 관심도 없고, 오직 시민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문화재도 보존해야 겠지. 그리고 시민위가 반대한다고 하는데 그게 시민위 전체 의견도 아니다. 일부 비전문가들의 반대일 뿐이다. 우리는 법원의 판결을 따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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