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가 본격 막이 올랐다. 당대표 선거에 가려졌지만, 전당대회에서 함께 선출할 최고위원직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차기 최고위원은 당대표와 함께 문재인 정부 2기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이에 본지는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주자들을 대상으로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최고위원으로서의 포부와 청사진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 세 번째로 설훈 의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설훈 의원실 제공

- “지금이 가장 큰 위기... 당대표와 간극 메울 ‘중진 최고위원’ 필요”
- “소득 주도 성장 방향 옳아… 다만 ‘선순환’ 이뤄질 때까지 ‘시간’ 필요할 뿐...”
 

설훈(65·경기 부천시 원미구을·4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2일 “‘민주당의 맏형’으로 ‘중심추’ 역할을 하겠다”며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설 의원은 8명의 최고위원 후보 중 최다선 의원이다. 그럼에도 그는 이제껏 별다른 당직을 맡은 적이 없다. 당직보다는 국회의원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며 지역구에 활동에 몰두하는 데 방점을 뒀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이번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데는 당이 위기에 처했다는 판단에서다.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알맹이는 남기고 껍데기는 과감히 버리는 ‘혁신’을 이뤄 내겠다는 각오다. 다음은 설훈 의원과의 일문일답.
 
-민주당 8.25 전당대회 최고위원에 출마했다. 출마 배경과 본인만이 갖춘 경쟁력은.
▲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이란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늘 강조했다. 그래서 그동안 당직에 연연하기보다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최근 우리 당이 위기로 가고 있다는 생각에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최고위원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6.13 지방선거 대승 이후 우리 당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지금은 안심할 때가 아니다. 지금이 가장 큰 위기다. 알맹이는 남기고 껍데기는 과감히 버리는 ‘혁신’을 해야 한다. 과감한 ‘혁신’으로 좋은 정당·좋은 정치의 풍토를 만들어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100년 민주당 실현의 초석을 마련할 것이다.
 
나는 풍부한 의회·정치 경험을 통해 다선 당대표와 초·재선 중심의 최고위원의 간극을 메울 적임자다. 초·재선분들은 아직 의회·정치 경험이 부족하다. 안정과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경륜과 경험, 그리고 무게감 있는 당대표와 상대적으로 가벼운 초·재선 최고위원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줄 수 있는 중진 최고위원에 대한 요구가 존재하며, 그 적임자가 바로 나 설훈이다.
 
-어느 때보다 최고위원의 위상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데. 최고위원에 선출된 이후 당 혁신 방안은.
▲ 태산 같은 생각보다 티끌 같은 실천이 중요하다. 실천이 혁신이란 생각으로 작은 것부터 하나씩 이뤄나갈 것이다. 당에 헌신한 애당심을 소중히 간직하는 정당문화, 소통하는 투명한 정당, 한반도의 평화와 경제를 견인할 남북평화체제 구축, 일자리 정책 매진, 협치의 정치 문화를 만들어가는 집권 여당의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당대표와 최고위원의 관계는.

▲ 당 지도부는 본질적으로 좋은 당을 만드는 데 함께 힘을 모아 나갈 책임이 있다. 최고위원은 좋은 당으로 가는 방향을 제시하고, 강력한 권한의 당대표를 보완·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당대표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더구나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선택하면서 당대표의 권한은 더욱 커질 것이다. 최고위원들이 당대표에 집중되어 있는 권한을 분산시키면서 돕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또 한편 당대표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를 범할 수 있다. 그럴 때에는 최고위원이 견제하기도 하고 보완해 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당대표 후보들의 장점과 단점 한 가지씩을 꼽자면.
▲ 세 분 다 우리 당의 대표가 되시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춘 분들이다. 이해찬 후보는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추진력과 리더십이 있어서 당대표가 되면 강력하게 당을 혁신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송영길 후보는 젊음과 패기로 당을 진보적으로 이끌 것이다. 특히 북방 외교 전문가로 남북관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진표 후보는 우리가 모두 아는 경제 전문가로, 당대표가 된다면 경제 어려운 현 상황에서 당이 중심이 되어 정부와 함께 경제 문제를 푸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당대표 후보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단점을 꼽는 것은 어렵다. 언론에 나와 있는 장단점들을 참고해서 말하자면 이해찬 후보의 경우 소통 부족과 독단적이라는 평가가, 송영길 후보는 다재다능해서 겸손해 보이지 않는다는 평을 받는 것이, 김진표 후보는 관료 출신으로 약간 보수적이라는 이미지가 단점으로 꼽힌다.
 
-대표-최고위원 선거가 따로 치러지면서 후보들 간 ‘짝짓기’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미 일부 의원들 간 ‘러닝메이트’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당대표 후보는 최고위원 후보 모두를 잡고 가야 하기 때문에 특정 후보와 연대하며 가기는 힘든 상황일 것이다. 내부적으로 연대를 생각할 순 있으나 공개적으로 러닝메이트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다. 당대표는 1인 1표로 선출한다. 당대표 후보 입장에서 특정 최고위원 후보와 연대를 한다면 다른 최고위원 후보 지지 세력의 1표를 잃어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특정 후보와 공개적으로 연대를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차기 지도부가 21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한다. 주류 진영에서는 공천권을 위해 친문 주류가 당을 장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 지도부가 공천권을 휘두른다는 것은 구시대적인 정치 방식이다. 현재 3명의 당대표 후보와 8명의 최고위원 후보 모두 한목소리로 총선 전 당원 중심의 공정한 공천 시스템 확정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에서 얘기하듯이 한 계파가 당을 장악해서 공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설사 당을 장악해서 계파 중심의 공천을 한다고 해도 이는 시대와 민심을 거스르는 행위로 선거에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내가 공약으로 내세웠듯이, 최고위원이 된다면 최소 총선 1년 전 예측 가능한 공천룰을 확정해서 공정한 공천으로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
 
-당청 관계는 어떻게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는지.
▲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정청이 호흡을 잘 맞춰야 한다. 1주일에 한 번씩은 만나야 한다. 할 말은 해야 한다. 긴밀한 협력 중에도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올바른 당청 관계라 생각한다. 전체회의도 있어야겠지만, 부서별로 만나서 현안들을 정리해 나가야 한다. 당에서 정확한 진단을 내려주고, 좋은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결국 당청 관계는 일체론이 아니라 협력적이면서도 건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함
 
-최저임금 파동 등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해결책은.
▲ 우리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 소득 주도 성장의 방향성은 맞다. 다만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을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경제는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므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의 경우 버티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 이런 분들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현재 자영업자가 현실적으로 7000원의 여력밖에 없다면 나머지 1350원은 정부 재정을 통해 영세업주들에게 지원해 줘야 한다. 또한 카드수수료 인하로 실질적 지원책도 확대해 가야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선순환 구조에 들어가 경제 활성화의 틀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정부의 재정 능력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재정을 풀어 영세 자영업자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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