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의 ‘한보철강 인수전’이 치열하다. 국내 굴지의 철강업체들 대부분이 한보철강 인수전에 뛰어들 태세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업체는 포스코와 현대차그룹. 양측은 ‘핫코일’분쟁이후, ‘한보철강 인수’를 놓고 또다시 맞붙게 됐다. 특히 이구택 포스코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한보철강 인수’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귀추가 주목된다.한보철강이 또 한번 매각 시도에 나서고 있다. 한보철강은 지난해 11월 AK캐피탈과 매각협상이 무산된지 4개월만인 지난 21일 기업매각 공고를 냈다.한보철강은 기업매각 공고를 통해 매각은 자산양도 방식, 입찰은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각작업은 4월 14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받고, 5월에 우선협상대상자 등을 선정하게 된다. 최근 철강업종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이번 한보철강 인수에는 국내 굴지의 철강업체들이 대거 참가할 것으로 알려져 인수경쟁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이번 인수전에 가장 관심을 끄는 업체는 포스코와 현대차그룹. 양측은 ‘핫코일 분쟁’으로 지난 2001년부터 2년여 동안 법정다툼으로 치달으며 첨예한 갈등을 빚어왔다. 이후 지난해 6월, 양측이 상호 협력 방안에 전격 합의, 분쟁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양측이 한보철강을 놓고 사활을 건 인수전을 펼칠 경우, ‘핫코일 분쟁’이후 또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철강계열사인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가 공동으로‘컨소시엄’을 구성, 한보철강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보철강의 생산설비 는 연산 180만톤의 열연제품을 생산하는 미니밀과 연산 115만톤의 봉강제품을 생산하는 소형봉강공장으로 구성된 A지구, 그리고 연산 210만톤의 열연 및 연산 200만톤의 냉연제품을 생산하는 일관제철소의 B지구로 구성되어 있다.따라서 ‘현대차 컨소시엄’의 경우 철근 생산업체인 INI스틸이 철근, 열연중심의 A지구를 , 자동차용 냉연강판 설비증설을 추진중인 현대하이스코가 B지구를 맡는 방식이 채택될 것이란 관측이다.INI스틸은 현재 한보철강 인수 후보자들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한보철강을 인수할 경우 ‘철근시장’업계 부동의 1위를 확고히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INI스틸은 연간 철근 생산량이 330만톤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에서 32%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한보철강 A지구에서 생산하는 철근 120만톤(점유율 11%)을 차지하게 되면, 시장점유율에서 43%에 이르게 돼, 업계 1위 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는 것이다.반면, 2위인 동국제강(18%), 3위인 한국철강(12%) 등이 인수할 경우, 철근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INI스틸은 한보철강 인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현대하이스코 역시 자동차용 강판을 만드는 용융아연도금강판(CGL)라인이 있는 한보철강 B지구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B지구는 열연·냉연 처리 시설로 현재 전체 공사의 90%의 진척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현대하이스코는 한보철강 B지구를 인수한 뒤 정상적으로 가동시킬 경우, 자동차용 강판시장의 경쟁자인 포스코 등을 확실히 누를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의 오너 정몽구 회장도 철강계열사의 한보철강 인수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 회장은 그룹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구조 개편 등 대대적인 경영혁신작업에 착수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철강 계열사들은 ‘한보철강 인수’가 필수적이라는 사업계획을 전달, 정 회장으로부터 지원을 약속 받았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정 회장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게 되면 철강계열사의 한보철강 인수에 그만큼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포스코도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에 맞서 철강업체들과 제휴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한보철강 매각과 관련하여 실무 차원에서 기본적인 내용 파악을 하고 검토 중에 있다. 그러나 회사 차원에서 공식 논의되거나 어떠한 방침도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컨소시엄 구성 등 업계에서 제의가 들어올 경우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의 컨소시엄 제휴기업으로는 동국제강 등이 꼽히고 있다.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사정이 비슷하다. 포스코는 현대차그룹이 한보철강을 인수, 자동차용 강판·핫코일 생산능력 등을 강화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 동국제강도 현대차그룹의 INI스틸이 한보철강을 인수할 경우 철근시장에서 그 입지가 크게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포스코와 동국제강 등이 제휴,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에 맞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특히 포스코는 이구택 회장의 성장 전략에 따라 한보철강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태세다. 이구택 회장은 취임 후 “앞으로는 ‘성장’과 ‘혁신’이 포스코의 최대 화두가 될 것”이라고 누차 강조해 왔다. 포스코는 생산체제를 더욱 확장해 세계 정상의 철강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어, 한보철강 인수문제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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