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 2056년 고갈설’ 주목
‘국민연금 기금 2056년 고갈설’ 주목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8-08-10 16:07
  • 승인 2018.08.10 16:07
  • 호수 1267
  • 4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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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년생들 ‘안 내고 안 받으면 안 돼요?’ 푸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2018년도 제 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참석자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박 장관, 류근혁 복지부 연금정책국장.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는 시기가 3~5년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꼭 내야만 하는 것이냐’는 푸념이 이어지고 있다. 

통상 국민연금 기금 재정계산 작업은 2003년부터 5년마다 이뤄진다. 이번이 4번째다. 4차 재정추계에서 국민연금 기금은 이르면 2056년에서 2057년에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추산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2060년 적립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던 2013년 3차 재정추계 때보다 3~4년 앞당겨진 것이다. 

특히 2018년 5월 말 현재  634조 원인 기금적립금이 2040년대 초 2500조 원을 정점으로 찍은 후 연금급여 등 지출 증가로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급격히 쪼그라든다고 봤다. 이 소식이 알려진 직후 젊은 세대들로부터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고갈 막기 위한 보험료 인상 불가피…국민 여론 싸늘
국민연금 “지급 중단 사태 발생 가능성 없다” 단언


일부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 대체  왜 내나?’ ‘몇십 년 동안 돈을 내는데 이거 돌려받을 수는 있는 건가?’ ‘당장 내가 언제까지 살지도 모르는데 돈 내지 않고 지금 써 버리면 안 되는 건가요?’라는 푸념도 나온다.

어렵게 취업 관문을 통과한 후 선택의 여지도 없이 직장인이라면 무조건 내는 건강보험료이고 노후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선배들의 설명도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57년 기금 고갈 소식이 알려지면서 ‘젊은 시절 돈벌어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직장인 A씨(30)는 “나중에 연금을 받게 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적지 않은 부담의 연금 보험료를 매달 내는 것에 불안함을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은 B씨(29) “국민연금을 줄이기 전에 공무원이나 국회의원들의 연금부터 손보는 게 수순일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후대책으로 믿고 있는 일반 국민들까지 국민연금에 막연한 불안을 안게 됐고, 탈퇴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임의 가입자들도 늘아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간 국민연금을 탈퇴한 임의가입자가 8291명이었다. 2월에는 1만1585명이 1월에는 4646명이 탈퇴했다.

또 한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국민연금 폐지운동이 급물살을 탄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 9일 서울 중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부도 방지와 국민의 안정적 노후 보장을 위해 국민연금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의 김선택 회장은 “기금이 고갈돼도 정부가 계속 지급할 것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국가가 존속하는 한 국민연금을 무조건 지급한다는 정부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재정추계에 불안 가중

납세자 연맹이 이달 초에 출범시킨 국민연금폐지 서면운동에는 10여 일 만에 9만 명이 참석해 폭발적 지지세를 보였다.

기금 고갈을 늦추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안뿐이다. 연금 보험료는 1998년 9% 인상된 뒤 20년 넘게 현행 체제를 유지해왔다. OECD 회원국 평균 보험률이 21%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보험률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20년 넘게 유지되던 보험료율이 인상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국민 여론은 좋지 않다. 2006년에도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2.9%로 인상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등 여론 압박에 부담을 느낀 정치권은 요율 인상을 번번히 포기했다.

보험료율이 4% 가량 오르면 월 300만 원을 버는 직장인의 경우 보험료는 현행 월 27만 원(절반은 회사 부담)에서 39만 원으로 오른다. 기업 부담도 그만큼 늘어난다.
재정계산위 관계자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기업까지 부담이 늘기 때문에 보험료율 인상은 어려운 사안이다”고 말했다.

지급하는 연금액을 줄이는 방법도 있지만 정부가 국정운영5개년 계획에서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올해 기준 45%)인상을 추진하겠다고 한 만큼 쉽지 않다.

고갈 시기가 계속 당겨진다는 예측은 국회예산정책처 및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에서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보사연은 20년째 동결 중인 현행 보험료율(9%)을 유지할 경우 2058년 고갈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 재정추계위는 예상보다 출산율이 더 떨어졌고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든 반면 기대수명 증가로 노인 인구가 늘고 3%를 밑도는 낮은 경제성장률의 후폭풍으로 기금 고갈 시기가 더 빠를 것으로 진단했다.

고갈이되더라도 연금 지급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지금처럼 보험료를 쌓아뒀다가 지급하는 ‘적립방식’에서 연금 지급에 필요한 돈을 바로 걷어 바로 쓰는 ‘부과 방식’으로 전환해서라도 연금을 주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오제세 보건복지부 의원은 지난달 25일부터 26일까지 양일간 진행된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현행 적립식은 안 된다”며 “부가식으로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기금이 매년 50조 원가량 쌓이면서 2500조 원에 이르기까지 가다가 결국 고갈되는 구조다”며 제도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부과 방식 검토…다른 국가보다 안정적

이어 “우리나라처럼  경제규모에 비해 이렇게 큰 기금을 운용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기금을 늘려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부과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필요한 보험료율은 월소득의 20%가 넘는다는 게 재정계산위 분석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연금 지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기금이 소진되더라도 다른 연금 선진국처럼 공적 연금 운영 방식을 부과 방식으로 바꾸면 연금 재원을 충분히 조달해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연금 재정상태는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