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제품 약 30% 퇴출 위기...갑작스런 결정에 업체들 혼란

공영홈쇼핑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개국 3주년 기념식을 열고 국내 생산 제품만을 취급하는 것을 다짐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 선언을 했다. 송승희 방송제작1팀 PD와 김진훈 농축상품팀 상품개발자(앞줄 왼쪽부터)가 임직원을 대표해 ‘메이드 인 코리아’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인 공영홈쇼핑이 내년부터 100%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만 취급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입점해 있는 중소기업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 판매 제품의 약 30%가 퇴출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중소기업들은 매출에 적잖게 도움을 받던 유통 채널을 갑작스럽게 잃어버리게 됐다.

업체들에게 충분한 준비 기간도 주지 않은 채 일방적인 판매 중단 발표로 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기부는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되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입장이다.

올해 판매제품 1129개 중 해외 OEM 제품 324개 퇴출 대상
공영홈쇼핑 “보상 등 구체적 대안 마련에는 조금 시간 걸려”


공영홈쇼핑이 개국 3주년을 맞아 국내 생산 제품만을 판매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시대’를 선포했다. 공영홈쇼핑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3주년 기념식에서 중소기업이 국내에서 생산·제조한 제품만을 판매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 선언식을 가졌다. 메이드 인 코리아 선언에는 ▲국내 생산 제품만 판매 ▲우수 제품의 명품화 ▲스타트업(Start-up) 제품 판로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자는 취지다.

공영홈쇼핑은 2015년 개국 당시부터 대기업 상품과 수입 상품을 제외한 100% 중소벤처기업 상품과 농수산물만을 판매해 왔다. 다만 국내 중소기업이 해외에서 생산한 해외 OEM 상품 판매는 허용됐지만 이달부터 이미 입점해 판매되는 상품을 제외하고는 이 같은 제품 판매도 중단된다. 기존 상품도 협력사와의 협의를 통해 재고 소진 시 중단할 예정이다.

이날 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는 “국내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 중소벤처기업을 발굴해 이들의 판로 개척을 돕자”며 “우수한 유통채널을 보유한 공영홈쇼핑이 일자리 확산과 혁신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축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이번 선언으로 중소기업이 인건비 등의 비용 때문에 해외에서 OEM으로 생산한 제품은 공영홈쇼핑 채널에서 판매할 수 없게 됐다. 발표대로라면 가공식품도 순수 국내산만 취급해야 한다. 그 결과 퇴출돼야 할 제품의 숫자가 엄청나다. 사실상 퇴출 위기에 처해있는 해외 OEM 제품은 전체 판매제품의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영홈쇼핑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입점 업체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의류를 판매하는 A 중소기업 관계자는 “의류나 잡화 등 일부 상품들은 한국에서 생산하는 중소기업 제품이 거의 없는 상황인데 판매를 중단하면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을 적용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당장 퇴출된 OEM 납품 업체들 어떻게?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삼화 의원(바른미래당·비례대표)이 공영홈쇼핑으로부터 제출받은 ‘공영홈쇼핑 판매상품 현황’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체 입점·판매제품 1129개 중 해외 OEM 제품은 324개로, 28.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7년 기준으로 1742개의 판매제품 중 536개가 해외 OEM 제품이며, 2015년 공영홈쇼핑 개국 이후 올해 7월까지 총 판매제품 3672개 중 994개가 해외 OEM 제품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은 “공영홈쇼핑의 국내 생산제품 취급 방침이 중소기업과 농어민에 대한 판로를 지원한다는 점에서는 공익 실현 목적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퇴출 위기에 처한 OEM 납품 기업에 대한 대책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해당사자 간 공식적인 협의 없이 성급하게 결정한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공영홈쇼핑이 현재 검토 중인 기존 해외 OEM 납품 기업의 국내 생산 전환 시 결제대금 선지급, 판매수수료 우대 등의 대책이 올해 안에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체 보상 대책 등 구체적 대안은 아직

업체들에게 충분한 준비 기간을 주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공영홈쇼핑 관계자는 “지난 3월 일부 업체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난 4월 MD 들을 통해 협력사들에게 OEM 제품 판매 중단을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OEM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된 기업들에 대한 보상 및 대책 마련 계획에 대해서는 “중기부에서 OEM 제품 판매를 하지 못하게 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절한 보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되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벤처기업의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중기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같은 결정은 국민의 세금으로 세워졌지만, 설립 이후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한 공영홈쇼핑의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견이다. 올해 4월부터 현행 23%였던 판매수수료를 20%로 인하한 상황에서 취급 품목이 크게 줄어드는 데다가 OEM 제품의 특성상 낮은 단가로 들여오던 제품들을 비교적 높은 단가인 국내산 제품들로 들여오면 타 홈쇼핑 업체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악화된 공영홈쇼핑이 자본 잠식에 빠지면 국민의 세금이 추가로 투입된다. 공영홈쇼핑의 설립 자본금은 800억 원이다. 지난해까지 누적적자가 353억 원임을 감안하면 실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3년 내 완전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공영홈쇼핑의 1대주주는 중기부의 산하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로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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