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2018 러시아월드컵 벨기에와 일본의 16강전을 중계하던 KBS의 한준희 해설위원이 편파적인 멘트를 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한 위원은 교체선수로 들어온 벨기에의 샤들리가 후반 막판 3-2 승리를 결정짓는 골을 넣자 샤들리에 대한 사과와 감사를 반복했다. 샤들리의 교체 투입 전략에 비판을 가한 데 대해 사과했고, 결승골을 넣은 데 대해 수차례 “감사하다”고 한 것. 

이에 일부 누리꾼들이 들고 얼어났다. KBS가 공영방송임을 지적하며 편파 중계를 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한 위원은 “순간적으로 본능이 발현됐다”며 사과했다. 반일감정에서 나온 순간적인 멘트였음을 솔직히 인정했다.   

KBS가 개그맨 김제동 씨를 뉴스 프로그램의 앵커로 기용할 것이라는 소식이 있었다.

그러자 KBS 공영노조가 즉각 반발했다. 편향된 정치적 성향을 지닌 김 씨의 기용으로 공영방송이 지켜야 할 공정성, 객관성, 균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사태가 시끄러워지자 KBS는 뉴스가 아니라 새로운 포맷의 시사토크쇼라고 해명했다.  

KBS는 공영(公營)이라는 단어를 참으로 이상하게 해석하는 것 같다. 혹시 공영(公營)을 ‘편영(偏營)’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닌지 묻고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한쪽으로 치우친 김제동 씨를 시사토크쇼 MC로 기용하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공영(公營)방송이라 해서 시사토크쇼 하지 말라는 법 없다. 또한 흔한 일은 아니지만, 개그맨 출신 방송인을 앵커 또는 MC로 기용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문제는 그 앵커 또는 MC가 어떤 정치적 스탠스를 갖고 있냐는 것이다. 

공영(公營)방송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한다. 공(公)이라는 글자의 뜻이 그렇다.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는 그림에서 만들어진 글자다. 그래서 공무원(公務員)은 민원인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어떻든 똑같이 대해야 하는 것이다. 

공영(公營)방송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KBS에 시청료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KBS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보수, 진보 모두가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기에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사람이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김제동 씨가 과연 그런 인물인가?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아직도 신뢰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이유는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의견의 다양성과 공정성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편집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실행하기 때문이다.  KBS도 나름 BBC와 비슷한 가이드라인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레토릭으로만 존재할 뿐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데 있다.  

공영(公營)방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정치권력에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면 자칫 ‘공영(恐營)방송’ 또는 ‘공영(倥營)방송’이 될 수 있다. 1980년 신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자 KBS는 어떻게 했나. 마치 북한방송을 따라하듯 한 독재자를 미화하는 데 혈안이 되지 않았던가. 지금 생각하면 당시 KBS는 참으로 무섭고 어리석은 방송이었다.  그땐 서슬 퍼런 군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치자. 일단 살고 봐야 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아니지 않은가. 

오해 마시라. KBS가 지금도 그렇다는 말이 아니다. 그렇게 했던 때가 있었기에 더 이상 그 어떤 정치권력에도 눈치를 보지 말고 중립적인 방송을 해달라는 말이다. 그래야 떳떳하게 공영(公營)방송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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