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불과 33일 남겨놓고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56년 헌정사상 최초로 가결됨에 따라 정국은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자마자 탄핵을 추진한 두 야당은 “국정안정이 최우선”이라며 4당대표회담을 제안하는 등 여당 역할을 자임해 생색내기에 나섰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거리로 나서 탄핵의 부당성을 알리며 대국민 홍보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탄핵 이후 여야가 뒤바뀐 형국이다. 그렇다면 이번 탄핵안 통과로 인해 여야 각 정당이 잃은 것은 무엇이고, 얻은 것은 무엇일까.우선 당장 한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은 이제 노 대통령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을 띨 수밖에 없게 됐다. 여야가 모든 것을 내던지고 뛰어드는 총선전은 결국 ‘제2의 대선’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탄핵안 가결을 ‘의회 쿠데타’로 규정한 열린우리당의 득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민단체와 노동계가 ‘탄핵안 의결’에 반발, 조직적인 거부운동에 나서는가 하면 국민들 사이에서 ‘동정론’과 함께 ‘거대 야당 심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더욱이 열린우리당이 내어놓은 복안은 “총선에서 승리하는 길만이 노 대통령의 하야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총선을 ‘안정’대 ‘불안’구도로 이끌어 나간다는 것.표결이 실시된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결사저지 보다 는 거대야당의 횡포앞에 희생당하고 들려나가는 모습을 연출한 것도 다분히 총선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반면 대통령 탄핵안 처리과정에서 완벽한 공조모습을 보인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자의와 상관없이 총선정국에서의 ‘한배를 탄 입장’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대립점에서는 공조의 모습을 보였으나 이후 총선에서는 각각의 활동을 해 나간다는 기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야당의 기본입장은 ‘무능한 정권에 대한 의회의 심판이자, 국민의 심판’임을 강조하고 있다. 국회의결과정에서의 물리적 폭력에 대해서도 열린우리당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노무현 정권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총선에서 완성돼야 한다는 점을 정면에 내세운다는 것이다. 어찌 됐건 민주당은 탄핵안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총선정국에서의 국정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탄핵안의 경우 조순형 대표가 주도적으로 추진했으며, 결과적으로 추미애 의원 등 당내 소장파들 역시 탄핵에 찬성했다는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대립각을 뚜렷하게 마련할 수 있었다는 점을 성과로 인식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선패배를 일거에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탄핵의결 이후 한나라당은 탄핵절차에 대한 비판을 최소화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국민적 선택이라는 점을 기본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두 야당은 탄핵안 의결 이후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실정을 보인 노무현 정권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탄핵 후폭풍’에 휩싸일 위험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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