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사건 128] 보물선 ‘돈스코이호’ 미스터리 사건 전말
[그때 그 사건 128] 보물선 ‘돈스코이호’ 미스터리 사건 전말
  • 윤광제 작가
  • 입력 2018-08-13 09:12
  • 승인 2018.08.13 09:12
  • 호수 1267
  •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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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핵심 인물 유지범 前 회장, ‘감방 동기’ 등과 사기 계획했나
“보물선 이용한 주가 조작·투자 사기 등 수백억 원 노려”

 
최근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둘러싼 보물선 논란이 주가조작 및 각종 사기 의혹 사건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등 보물선 관련 투자 사업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싱가포르 신일그룹 유지범(43) 전 회장이 과거 행적과 신분을 속이고 이중 생활을 해 왔다는 주장이 폭로되면서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유 씨의 신병 확보를 위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 수배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그동안 필자가 접촉한 유 전 회장의 최측근 인물과 복수의 지인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현재 기소중지자 신분이다.
 
부동산 투자, 재건축조합 관련 사업 등을 벌이는 과정에서 여러 건의 사기 사건에 연루됐고 7년 전쯤 한국을 떠나 현재 베트남에 머물며 보물선 사업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년 동안 베트남 현지에서 두 차례 유 전 회장을 직접 만났다는 지인 A씨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자신이 연루된 사기 사건의 공범이 구속된 이후부터 ‘유지범’이라는 가명을 써 왔으며 실명은 ‘유OO’라고 한다.
 
10여 년 전 사기 혐의로 구속돼 의정부교도소 등에서 수감 생활을 한 전력이 있는 유 전 회장은 출소 후에도 여러 사건에 연루돼 수차례 고소·고발을 당하자 수사 기관의 조사를 피해 해외로 도피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참여한 신일그룹 핵심 관계자들 역시 유 전 회장을 중심으로 그의 가족이거나 ‘교도소 동기’ 등 인 것으로 알려진다. A씨는 “유 전 회장은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지난해 여권 기한이 만료돼 상당히 곤혹스러워 했다”고 말했다.
 
돈스코이호 사업과 관련해 A씨는 “지난해 중반부터 유 전 회장이 관심을 갖고 사업 준비를 해 왔다”며 “평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았던 그가 보물선 테마를 이용해 코인 투자 사업으로 영역을 넓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서 등장하는 회사는 모두 ‘신일’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우선 돈스코이 탐사와 인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회사는 한국에 있는 ‘신일그룹’이다. 보물선 테마를 내세우며 암호화폐를 발행해 투자자를 모으는 회사는 싱가포르에 있는 ‘싱가포르 신일그룹’이다. 두 회사는 대표가 다른 별개의 회사다.
 
하지만 이 두 회사는 이번 사건에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신일그룹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6월 1일 설립됐다. 첫 번째 대표이사는 류상미(48·여) 씨지만 지난 7월 24일 대표직에서 물러나 현재는 사내이사만 맡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지인 B씨는 “류상미 씨와 유 전 회장은 친남매 사이”라고 말했다. 국내 활동이 불가능한 유 전 회장이 자신의 누나를 앞세워 신일그룹을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친남매로 알려져 있지만 두 사람의 한글 ‘성(姓)’ 표기는 다르다.
 
같은 달 24일 신일그룹은 신일해양기술로 사명을 변경하고 대표이사를 최용석(시피에이파트너스 대표)씨로 교체했다. B씨는 “류상미 씨는 인천에 거주하는 평범한 주부이자 부업으로 보험설계업을 하는 인물로 동생인 유 전 회장의 부탁으로 명의를 빌려준 것”이라며 “돈스코이호 관련 사업과 회사 경영 등을 위해 회사에 출근한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B씨는 또 “유 전 회장이 누나를 내세워 상장회사인 제일제강공업의 지분 인수 계약을 맺도록 한 뒤 신일그룹이 보물선을 발견했다는 뉴스를 통해 이 회사의 주가를 대폭 끌어올리는 데도 관여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는 금융 당국이 이미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유 전 회장은 이번 사업을 진행하며 가명 사용뿐 아니라 1인 2역, 3역까지 했다는 의혹도 있다. 필자가 만난 유 전 회장의 또 다른 지인은 “유 전 회장은 상황에 따라 이름을 바꾸며 필요할 때는 자신이 그룹의 홍보 담당자나 법무팀장의 역할까지 해 왔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신일그룹이 신일골드코인이라는 암호화폐로 투자자를 모집했을 때 나선 홍보팀장 ‘박OO’은 실제로는 유 전 회장이며 그가 1인 2역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랜 해외 도피 생활을 하고 있는 유 전 회장의 측근 인물과 극소수 지인들을 제외하고는 그를 직접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한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한때 유 전 회장의 측근이었던 사람은 “최근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유 씨는 회장에서 물러나고 ‘C’라는 인물을 싱가포르 신일그룹의 새 회장으로 내세웠다”며 “C씨 역시 과거 유 씨 자신이 알던 인사로 그의 이름만 차용해 사업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 인사는 “신일골드코인 투자자들이 10만 명을 훨씬 넘어섰고 투자금도 무려 500억~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안다”며 “보물선을 이용한 시세조작과 암호화폐 투자를 통한 수백억 원의 돈이 그들이 노린 진짜 보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지범 전 회장이 과거 다른 사기사건에 썼던 친형 명의 계좌로 가상화폐 투자금을 모은 정황이 최근 경찰에 포착됐다. 주가 조작 의혹을 사고 있는 류상미 전 신일해양기술(옛 신일그룹) 대표도 유 전 대표의 누나인 것으로 알려져 삼남매가 모두 보물선 사건에 연루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가족 단위 사기극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0일 복수의 이 사건 피해자들에 따르면 지난 4월쯤 싱가포르 신일그룹이 발행한 신일골드코인(SGC) 구매 대금이 유모씨 명의 계좌에 입금됐다. 유 씨는 유 전 대표의 친형으로 알려졌다.
 
유 전 대표 지인 등은 “현재 두 사람이 함께 베트남에 숨어 있는 중”이라며 “2000년대 중반 부동산투자 관련 카페를 만들어 중국 쇼핑몰 투자 명목으로 사기를 저지를 때도 유 전 대표 친·인척 유모씨 명의로 투자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유 전 대표는 이 부동산투자 사기범죄를 저지른 뒤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들은 “싱가포르 신일그룹이 유 전 대표의 친형인 유 씨를 ‘회사의 비공개 재무팀장’이라고 소개했다”고 전했다. 이날 유사한 수법으로 SGC 투자금을 자신 명의 계좌로 받은 것으로 알려진 유병기(64) 전 신일해양기술 대표도 지난달 옥중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신일해양기술 대표는 별건의 사기 사건으로 현재 구속 수감 중이다. 유 전 대표의 친형 유 모씨 계좌로 송금한 피해자 김모(37)씨는 “최대 3억 원가량의 투자금을 이체한 피해자도 있다”며 “유 씨 계좌로 입금한 피해자는 약 7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8800만 원을 투자한 대가로 SGC 300만 개를 지급받았다.
 
유 전 대표의 누나인 류상미 전 대표는 9일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경찰은 누나 류 전 대표가 코스닥 상장사인 제일제강을 인수한다는 소식을 알린 후 주가가 급등락한 것과 관련해 누나 류 전 대표에게 주가 조작 혐의가 있는지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