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루덴스> 저자 요한 하위징아 / 역자 이종인 / 출판사 연암서가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지구 역사 45억 4000만 년 동안 인류를 지칭하는 용어는 수없이 많았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을 가르키는 ‘호모 사피엔스’나 물건을 만들어 사용하는 인간임을 나타내는 ‘호모 파베르’ 로 불리기도 했다. 생각하고 만들어 내기에 앞서 인간은 원초적으로 놀이를 즐기는 인류라고 지칭하는 '호모루덴스'로 불리면서 즐겁게 놀이하는 방법을 찾아 행복을 도모하고 무리로 인식되기도 했다.

 놀이하는 인간에 촛점을 둔 신간 ‘호모루덴스’는 저자 요한 하위징아가 인간의 존재와 행위양식의 본질을 심층적으로 파헤쳐 나간 신간이다. 저자는 결국 인류의 궁극적인 미래를 놀이하는 인간에게서 찾으며 놀이를 통한 문화 양산과 전통 계승에서 문화적 기능을 담당한다고 해석했다. 

가장 먼저 책에서는 문화적 현상으로 놀이에 대한 여러 각도에서 정의한 내용을  짚어 준다. 놀이와 진지함 사이의 관계 속에서 규칙이 있음을 깨닫는 것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놀이와 의례의 관계, 축제나 종교사이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또한 언어에서 발견되는 놀이 개념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스어, 아곤이나 산스크리트어, 중국어, 알공킨어, 일본어 샘어, 라틴어 등을 예로 든다. 더불어 놀이와 경기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면서 음악과 에로스적인 측면에서 인류가 가지는 놀이의 양식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심층적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더불어 놀이와 경기는 어떻게 문화의 기능을 발휘하는가에 대해 설명한다. 아메리카 북서해안의 콰키우틀 관습 포틀래치, 멜라네시아의 쿨라 제도를 예로 들면서 문화속의 과시적 요소가 어떠 하 방법으로 발현되는지 보여준다.

사실 이 책은 2010년 초판 아래 꾸준히 독자들에게 호응을 받은 신간으로 이번 개정판에서는 뒤에 불은 주석 전부를 본문 아래 쪽에 배치해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쉽게 보완해 냈다는 장점이 있다. 

저자는 “놀이는 문화보다 더 오래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인간 사회의 중요한 원칙적 행위들, 언어, 신화, 의례 법률, 사냥, 전쟁, 종교, 시가, 철학, 예술 등에는 처음부터 놀이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또 저자는 “언어에서 은유는 말을 가지고 하는 놀이이며 신화에서 상상력으로 빚은 환상적인 정신은 농담과 진담의 경계선을 허문다”고 전했다. 책에서는 신비 의례, 희생제의 같은 원시 사회의 예식은 순수한 놀이 정신의 구체화된 산물이라고 일컫는다. 또 문명사회의 위대한 본능적 힘인 법과 질서, 상업과 이익, 기술과 예술, 시가, 지혜, 과학 등은 놀이라는 원초적 토양에서 자양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책에서는 ‘진지함의 세계에서 놀이의 세계로’라는 부제의 타이틀로 인생은 놀이처럼 자발적인 즐거움으로 영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즐거움과 흥겨움을 동반하는 가장 자유롭고 해방된 활동, 삶의 재미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활동인 놀이가 법률, 문학, 예술, 종교, 철학을 탄생시키는 데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현대에 이르러서 일과 놀이가 분리되고, 단순히 놀기 위한 놀이는 퇴폐적인 것으로 변질되었다”면서 “고대의 신성하고 삶이 충만한 ‘놀이 정신’의 회복을 바란다. 인간은 놀이에 따르고, 놀이에 승복하며, 놀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인간 문명을 빛나게 한다”고 말한다.

책은 많은 독자들 사이에서 놀이하는 인간에 대해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헤치며 놀이가 문화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심층적으로 파헤쳤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디오게네스 편집자 로제 카이와는 “저자는 날카롭고 힘찬 지성의 소유자이면서 동시에 놀라운 표현력과 이야기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는 이런 희귀한 재능을 발휘하여 인간 문화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의 사례들을 수집하고 또 해석한다. 이 책을 읽으면 법률, 과학, 가난, 전쟁, 철학, 예술 등의 성취가 놀이 본능으로부터 많은 자양분을 얻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고 밝혔다.

저자는 어린시절 흐로닝언에 들어온 카니발 행렬을 보고서 그 광경에 매료되어 평생을 의례, 축제, 놀이 연구에 주력하는 업으로 삼았다. 저서로는 ‘하를렘의 기원들’(1905), ‘흐로닝언 대학의 역사’(1914), ‘중세의 가을’(1919), ‘에라스뮈스와 종교 개혁의 시대’(1924), ‘얀 베트의 생애와 저작’(192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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