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활 건 항공 전쟁이 시작됐다.’공정위와의 마일리지 분쟁, 사스·조류독감 등 내·외부 악재에 공동 협력을 해왔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최근‘항공 노선’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국제선 운수권 배분을 놓고 “건교부가 대한항공에 유리하게 중국노선을 배정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 ‘항공노선’을 둘러싼 법정싸움으로 비화될 조짐이다.지난 14일 건설교통부는 “그간 1국1노선1사 원칙에 의해 운항중이던 중국노선에 대해 한·중 항공회담에서 복수취항을 허용키로 했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건교부는 이날 아시아나항공이 주 17회 단독운항중이던 서울∼상하이 노선은 대한항공에 주 10회를 배정하고 아시아나에는 추가로 주 1회를 배분했다.

또 대한항공이 각각 주 14회, 주11회 단독운항중이던 서울∼칭따오, 서울∼천진노선은 아시아나에 각각 주 7회, 주 3회 배분, 복수취항시켰다.이와 함께 앞으로 항공회담에서 서울∼천진노선 증편분 합의시 아시아나에 주3회를 우선 배분하고 대한항공이 주11회 단독운항중인 서울∼심양노선도 아시아나에 주7회를 우선 배분키로 하는 등 중국에 대한 항공노선 배정을 마쳤다.건교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양사 모두 ‘특정 항공사에 대한 특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는 정부의 노선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 이 문제가 법정으로까지 비화될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는 이번 중국노선 배분에 대해 “선(先) 취항사 운수권의 1/2에 해당하는 증편 운수권을 후(後)취항사에 우선 배분한 뒤 나머지를 1대1로 균등 배분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건교부가 그동안 지침으로 활용해 온 ‘국제항공 정책방향’내 규정을 어겨가며 대한항공에 인천∼상하이 노선을 몰아줬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99년 제정된 국제항공정책방향에 따르면 ‘복수취항 허용시에는 후취항 항공사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주 4회까지 우선배분 후 적정배분한다’고 규정돼 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기존 방침대로라면 11회 증편된 인천∼상하이노선은 대한항공이 7회, 아시아나 4회로 배분되는 것이 순리”라며 “그럼에도 불구, 정부가 기존의 방침을 어기고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 대한항공의 인천∼상하이노선 주 10회 운항을 배정한 것은 대한항공에 대한 특혜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아시아나는 이와함께 서울∼칭따오, 서울∼천진노선은 아시아나에 각각 주 7회, 주 3회를 자사가 모두 배분 받은 것에 대해서도 “기존 방침대로라도 이와 비슷하게 배분받을 수 있다”며 “이는 대한항공의 특혜에 대한 ‘구색맞추기용’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이어 “대한항공의 상하이 10회와 아시아나의 칭따오·천진노선의 10회를 배정, 1대1의 비율인 것처럼 보이지만 노선가치로 보면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즉 칭따오·천진 노선은 정점에 달해 있지만 상하이노선은 앞으로도 항공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얘기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그동안 손실을 감수하면서 상하이 노선에 대해 투자해왔는데, 대한항공이 무혈 입성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이에 반해 대한항공도 역시 이번 중국노선 배정에 불만이 가득하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숙원’이었던 상하이 취항은 가능해졌지만 이번 전체적인 노선 배정을 보면 아시아나에 유리하게 이뤄졌다”며 “그럼에도 불구, 아시아나가 ‘행정소송’까지 낸 것은 적반하장 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수익성 좋은 인천 출발편 중국노선의 경우, 대한항공은 주48회인 반면 아시아나는 주75회, 3대 간선(북경, 상해, 광조우)의 운항횟수는 주8회, 아시아나는 주41회로 양사간 극심한 불균형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항공이 ‘국제항공정책’을 제멋대로 해석, 대한항공이 상해노선 10회를 배정받은 것에 문제를 삼고 있다”며 “그간 아시아나는 동경·런던·뉴질랜드 노선 등에서 특혜를 받아왔다”고 밝혔다.특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가 과거 정권으로부터의 비호를 받아 중국노선에서의 특혜를 누려왔음에도 아직도 불공정한 특혜를 계속 요구하는 것은 경영능력 부재를 여실히 나타낸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와 관련, 건교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경쟁환경 도입에 따라 소비자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며 “항공사에 대한 특혜는 전혀 없었으며, 규정에 따른 것. 항공사들의 반발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와 같이 양사가 중국노선에 반발하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앞으로 전개될 유럽운수권을 보다 많이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한국은 앞으로 프랑스·독일 등 유럽국가와의 항공회담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특히 유럽은 한국과 교류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는 추세로 항공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 따라서 양사 모두 유럽노선권 선점을 위해서라도 이번 ‘운수권 배분’문제에 대해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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