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삼성전자 지분이 17.3%에 불과해 60%가 넘는 외국인들이 M&A를 시도할 경우 경영권 방어가 어렵다.”삼성전자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 내용이다. 이런 삼성전자의 M&A 관련 보고서에 대해 SK, 현대차 등 대다수 기업들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주요 대기업들은 “외국투자자들이 담합하면 국내 대기업들도 M&A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며 “국내 상장주식의 40% 정도를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어, 언제든지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이에 따라 각 기업들은 현재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주력하는 한편, 정부에 출자총액제한 등 기업관련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이번에 M&A 가능성을 제기한 삼성전자도 지분구조로 보면 적대적 M&A를 우려할 만 하다. 현재 이건희 삼성그룹회장(1.85%)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17.3%인데 비해 외국인 지분이 60%에 이르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올 6월 국회상정을 목표포 추진중인 계열금융사의 의결권 행사한도 축소(30%→15%)방안에 대해 삼성은 ‘M&A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삼성생명(삼성전자 지분 6.05%) 등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이 제한될 경우 그룹 경영권에 심각한 위협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은 사실상 지주회사격인 에버랜드가 삼성전자 주가 급등으로 금융지주회사로 지정될 위기에 처해 있는 등 지배구조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온 상태다.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경우 철저하게 지분관리를 하고 있어 적대적 M&A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하지만 경영실적이 악화될 경우 외국투자자들이 담합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M&A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 역시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어섰다. 또 지난 2000년 6월 체결한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전략적 제휴가 사실상 끝났다. 따라서 다임러측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 지분 10.44%를 전량 처분할 것으로 알려져, 다임러의 지분을 외국투자자 등이 매수할 경우 경영권에 상당한 위협을 겪을 수도 있다.현대차는 이에 대비, 취약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미 대주주인 정몽구 회장이 수시로 주식시장을 통해 지분 확보에 나서는 한편, 지주회사격인 현대모비스를 통해 지분 취득에 나선바 있다.이로 인해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의 5.19%를 비롯해 현대모비스(14.53%)와 INI스틸(5.28%) 등을 통해 안정적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완전히 M&A 표적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한차례 홍역을 치렀던 SK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외국 투자펀드인 소버린은 불과 1,700억원을 투입해 자산 50조원 규모의 SK그룹 경영권을 장악하려 시도한 바 있다.SK는 비록 지난 3월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했지만 내년 정기주총에서 최태원 회장을 등기이사로 재선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소버린과의 2차 경영권 분쟁에 대비해야 할 처지다.LG 역시 M&A에 불안해하고 있다. 따라서 LG는 적대적 M&A에 대한 자구책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가 하면, 대주주들이 지분을 높이는데 노력하고 있다. LG상사의 구본걸 부사장이 최근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등 경영권 방어에 주력하고 있다. 이밖에 효성·코오롱 등 중견기업들도 외국인투자자들에 맞서, 자사주매입 등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와 같이 외국인들의 M&A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각 기업들은 정부에 대해서도 출자총액제한제도 보완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재계에서는 공정위가 추진하고 있는 계열금융사의 의결권 행사한도 축소 등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국내 증시의 외국인투자비중이 40% 이상임을 감안할 때,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한도 축소는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M&A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재계 관계자는 “기업들도 경영 투명성 확보 등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지만, 정부도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방어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