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경영체제의 본격 시작인가’.효성그룹의 후계구도에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효성 조석래 회장의 아들 삼형제가 지난 3월부터 꾸준히 자사주식을 매입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회사측은 “주가가 떨어진 상태에서 통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한 것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3세 경영체제를 앞두고 후계구도의 밑그림이 그려지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효성그룹 오너 조석래 회장의 아들인 조현준 부사장, 조현문 전무, 조현상 상무 등 삼형제가 지난 3월부터 꾸준히 장내 매입을 통해 (주)효성의 지분을 늘리고 있다.조 회장의 장남인 조 부사장은 최근 들어 6만9,400여주를 사들이는 등 3월부터 (주)효성의 주식을 꾸준히 장내매입하고 있다.

둘째인 조 전무와 막내 조 상무 역시 4월부터 거의 매주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같은 지속적인 주식 매수로 인해 조 회장의 아들들의 그룹 지주회사격인 (주)효성 지분율이 상승하고 있다. 조 부사장의 효성 지분율은 6.29%, 조 전무는 5.77%, 조 상무는 5.08% 등이다.이에 따라 조석래 회장의 지분율(10.81%) 등을 포함, 조석래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35%대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소유 지배구조 강화 및 3세경영체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근 외국인 지분율이 점차 높아지면서 대기업 오너와 가족들에 의한 지분매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제 2의 SK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효성 역시, 3세 경영진인 조 회장의 세 아들의 지분 매입을 통해 소유 지배구조를 확실히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와 함께 3세 후계경영구도가 그려지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조 회장의 아들들은 이미 나란히 승진해 경영수업을 착실히 받고 있다. 그중 장남 조 부사장의 행보가 가장 활발한 편이다. 조 부사장은 지난 14일 아시아소사이어티 행사에 참석, 앞으로의 효성 비전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그는 이날 “중국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만큼, 중국 현지의 영업과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효성의 본사를 중국으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이런 그의 움직임에 대해 조 부사장이 효성의 후계자로 낙점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효성가의 후계구도는 전통적으로 장자가 주력 기업을 맡고, 나머지 형제들이 알짜 회사를 물려받는 형태를 취해왔다.실제로 창업주인 조홍제 회장의 대권 이양도 이런 방식으로 이뤄졌다. 창업주인 조 회장은 2세분할과정에서 조석래 현 회장에게 주력기업인 (주)효성을 물려주었으며 조양래 회장과 조욱래 회장은 각각 한국타이어와 효성기계를 맡아 그룹에서 떨어져 나왔다.

이에 따라 효성안팎에서는 후계구도가 장남승계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조 부사장은 미국 예일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게이오대 법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재원이다. 특히 일본 미쓰비시 상사, 미국 모건스탠리사를 거쳐 누구보다도 국제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부사장은 지난 97년 효성그룹에 입사한 뒤 전략본부 상무, 전무를 거쳐 지난해 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2남인 조현문 전무와 3남인 조현상 상무 역시, 대권을 노리며 경영수업중이다. 조 전무는 서울대 출신으로, 92년 효성물산 해외관리부를 시작으로 뉴욕지사, 기획관리실 해외법인팀 차장, 뉴욕지사 부장 등을 거치며 효성내의 대표적인 외국통으로 꼽힌다.3남인 조 상무는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92년 동양폴리에스터 총무부 대리, 효성 경영기획팀 과장, 전략본부 경영혁신팀 차장과 부장을 거쳐 지난해 초 상무로 전격 승진했다.

재계에서는 이들 삼형제가 경쟁관계를 유지하며, 효성의 미래전략, e비즈니스, 정보통신 등 미래형 사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권을 향한 3세간 지분경쟁도 시간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이에 대해 효성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조 회장의 아들들이 주가가 1만원선에 근접할 때마다 주식매수에 나서고 있다”며 “대주주들이 회사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하는데다 주가하락을 막아 주주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주가 1만원 안팎에서 매수주 문을 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이어 이 관계자는 “통상적인 차원에서 주식을 매입한 것일 뿐 후계구도 등 다른 특별한 의미는 없다”며 “조 회장의 나이와 건강, 그리고 활동 등을 감안할 때 경영권 승계는 시기상조다. 아직까지 후계구도와 관련해 어떠한 결정도 내려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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