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의 한 LG 계열사 정문.3명의 LG텔레콤 영업 사원이 상주하며 휴대폰 가입신청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LG 계열사 직원들이 ‘휴대폰 강제 할당’으로 주어진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휴대폰 가입을 받고 있었다.공정거래위원회는 ‘휴대폰 강제 할당’에 대한 민원이 쏟아지자 조사에 착수했으나 실질적으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LG텔레콤 직원이 계열사에 상주하면서 휴대폰 가입을 받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특히 일부 LG 계열사 직원들은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인터넷을 통해 휴대폰을 판매하는 소위 ‘업자’로 변신하기까지 했다.또한 LG 계열사 임원들은 부서 목표량을 맞추기 위해 협력사 직원들에게도 휴대폰 판매를 강요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LG마이크론 한 직원은 “우리 부서에 떨어진 목표량 중 직급별로 1인당 15~20대씩 할당돼 가족 등을 동원해 4대를 소진했으나 나머지는 자비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휴대폰 가입 실적이 부진한 직원은 한달 급여를 쏟아 부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LG이노텍 한 직원은 “계열사인 LG텔레콤을 돕는 일에는 찬성하지만 계열사 직원에게 휴대폰 영업을 강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LG 계열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휴대폰 앵벌이’라는 말까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LG건설 관계자는 “지난 4월말까지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직원들은 자신이 5~6개의 휴대폰을 본인 명의로 가입하거나 타인에게 휴대폰을 가입해주는 등 1인당 적게는 5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손해를 본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또한 일부 직원들의 경우 휴대폰 영업에 대한 압박에 시달려 업무처리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LG전자 관계자는 “휴대폰 가입 협조가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강요되고 있어 일부 할당량을 채운 직원들에 비해 그렇지 못한 직원들은 심적 부담이 커 스트레스로 인해 업무 처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이러한 상황에서 LG 계열사 직원들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휴대폰을 직접 판매하면서 휴대폰 강제 할당에 대해 알리는 글을 올리는 등 우회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다.또 LG 계열사 직원 가족들도 공정거래위원회, MSN메신저, 청와대 신문고 등을 통해 ‘휴대폰 강매’를 호소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이에 대해 LG텔레콤측은 휴대폰 가입 협조에 대해 강제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계열사에서는 휴대폰 가입 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한다는 식의 압력을 넣고 있으며, 정규직은 물론 비정규직까지 휴대폰 가입 영업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할당 배정대수는 일반직원이 15대, 과장급 이상은 20대 정도다. 현재 이동통신 시장의 가입자가 포화상태고 번호이동이 쉽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직원 한명이 처리하기에 무리한 할당량이어서 직원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일부 LG 계열사의 경우 노조에서 반발해 협조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곳도 있지만, 임직원이 1,000명 이상되는 LG건설, LG화학, LG전자, LG이노텍, LG마이크론 등 계열사에서는 부서당 약 300~400대를 목표로 직급별로 할당 수량을 정해 강매를 시키고 있는 상황.LG텔레콤은 LG 계열사 직원들의 신규 및 번호이동 가입에 대해 건당 7만원에서 15만원까지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있으나 현재 휴대폰 가입자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신규나 사업자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직원들의 부담이 큰 실정이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촉진과는 현재 LG텔레콤 등 PCS 사업자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으나 현재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LG마이크론 관계자는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한지 4개월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결론을 못내리고 있어 직원들의 피해만 더 커지고 있다”면서 “당초 지난 4월에 공정위의 제재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무산되는 등 이유없이 시간을 끌고 있다”고 비난했다.공정위 관계자는 “휴대폰 강제 할당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중이며 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사안일 수도 있어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직원과 회사측이 피해가 없도록 하려면 정확한 증거 등이 필요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통업계에서는 이러한 LG그룹 계열사에 대한 강제 휴대폰 판매에 대해 지주회사인 (주)LG가 압력을 넣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파다하다. LG텔레콤 자체로는 계열사에 강제성을 부여할 수 없기 때문.이러한 휴대폰 강제 할당에 대해 LG텔레콤측은 ‘강제성은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휴대폰 강제 할당’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LG텔레콤 관계자는 “계열사 직원들의 협조 요청은 지난 4월말로 끝났고 계열사 중에서는 아직도 협조하고 있는 곳도 있다”며 “계열사 직원들에 대해서 그동안 휴대폰 가입 협조를 강제적으로 추진한 것이 아닌데 일부 직원들 중에는 강요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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