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화와 한화석유화학(이하 한화석화)이 최근 계열사간 주식거래를 통해 지주회사로 급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한화의 대주주인 김승연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룹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우량계열사들을 무리하게 동원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한화그룹이 (주)한화의 지주회사화를 통한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계열사간 지분 정리에 나서고 있다. 한화그룹이 계열사간 복잡한 지분 관계를 정리, 그룹지배구조를 단순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이런 일련의 조치들이 (주)한화의 최대주주인 김승연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 들어서 크게 한화그룹 계열사간 지분 정리가 이뤄진 것은 3월과 5월 두 번. 우선 지난 5월말 (주)한화의 지주회사 전환의 일환으로 계열사간 지분정리가 이뤄졌다. (주)한화가 최대주주로 있는 한화석화가 보유중인 계열사의 지분을 정리하고 나선 것이다.한화석화는 그룹 계열사인 한화유통이 보유한 한국종합에너지 지분 630만주(15.75%)를 694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또 한화국토개발과 한화종합화학에 각각 한화청량리역사 주식 94만여주(26.2%)와 한화역사 주식 123만여주(25.2%)를 팔았다. 이와 함께 지난 3월말에도 (주)한화는 한국종합에너지 주식과 자사주를 계열사에 팔고, 이 자금을 이용해 계열사들이 보유한 대한생명(이하 대생) 주식을 인수, 지배력을 강화했다. 당시 (주)한화는 보유중인 한국종합에너지 지분 22.5%를 한화석화에 981억원에 매각했다. 여기에 (주)한화는 자사주 2%(150만주)와 한화종합기술금융 지분 18.75%를 한화증권에 131억원에 매각했다.지분 매각으로 생긴 돈으로 (주)한화는 한화증권과 한화유통이 보유하고 있는 대생 지분 10.6%를 1850여억원에 매수했다.

당시 이 거래로 (주)한화가 보유한 대생 지분은 15. 66%에서 26.3%로 크게 늘어났다. 여기에다 (주)한화의 100% 자회사인 한화건설이 보유한 대생 지분 6.60% 등을 포함하게 되면 30%대 넘어서는 수치다.이로써 계열사에 분산돼 있던 대생 지분이 (주)한화에 집중되면서, (주)한화가 대생의 최대주주(49% 보유중인 예금보험공사 제외)가 됐다. 이 같은 계열사간 지분 정리로 (주)한화의 최대주주인 김승연 회장의 대생에 대한 지배력이 더욱 강화되게 된 것이다.김 회장은 그룹 장기전략으로 ‘금융업 진출’을 모색해 왔다. 그간 김 회장은 대생을 인수, 한화증권과 함께 금융업을 그룹의 주요한 축으로 키우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바 있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대생을 인수한 후 김 회장은 여의도 63빌딩의 27층에도 집무실을 두며 대생 경영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주)한화를 통한 김 회장의 대생 등 계열사 지배력은 강화되고 있지만, 계열사 지분 정리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은 한화석화 등의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한화석화는 두 번의 계열사 지분정리에서 한화종합에너지 주식 1530만주를 매입하는데 1675억원의 돈을 투자했다. 반면 한화역사 및 청량리 역사 주식을 매각하며 108억원을 거둬들였다. 이로써 한화석화는 이번 지분정리에서 약 1567억여원을 쓴 셈으로,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 1561억원보다 더 많은 자금이 들었다.한화석화측은 “이번 지분 정리는 고유의 주력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업 연관성이 없는 한화청량리역사와 한화역사 등의 지분을 처분하고, 수익성이 있는 한국종합에너지의 지분을 인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지분정리로 인해 한화석화는 기업가치 훼손, 주식 가치 하락 등의 여파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한화의 지배구조의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한화석화 등 우량계열사들의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미국계 증권사인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화석화측은 그간 회사 경영전략의 초점을 계열사 지분인수가 아니라 부채비율 감소에 둘 것이라고 강조해왔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이번 거래로 전략적 이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부정적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또 국내외 증권사들도 “회사가 벌어들인 순이익을 차입금상환이나 투자가 아닌 계열사 주식매입에 사용함으로써, 주주들의 이익과 상반된 결정을 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즉 김승연 회장의 개인적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자금력이 풍부한 한화석유화학 등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이에 대해 한화 관계자는 “이번 지분정리는 해당회사들의 시너지를 확대하고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그룹의 구조개편 등과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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