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굴지의 A그룹 B회장이 10억여원대의 수입차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경찰은 B회장의 수입차가‘불법 임시번호판 차량’이었다는 의심을 품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대기업 총수들의 승용차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지난 4월 말 강남경찰서는 국내 자동차 성능검사 통과가 어려운 고가 특수 외제차에 불법 위조 임시번호판을 부착 판매한 수입업자들을 무더기로 점거했다.검거된 일당은 독일·미국·이탈리아 등에서 수십∼수억원대를 호가하는 희귀 차종을 수입했다. 하지만 배출가스, 소음진동 등 국내 성능검사 기준에 부적합해 운영하는 것이 어렵자, 임시 번호판을 위조했던 것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외제차 등록시 취득세, 등록세 등 수천만원이 소요되는 반면 임시번호판 유효기간 초과에 따른 과태료는 100만원 이하에 불과한 현행법을 악용, 세금탈루 등을 위해 임시번호판을 위조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더욱 놀라운 것은 위조 번호판을 단 차량을 구입한 구매자들의 면면이다. 당시 경찰이 압수한 고객장부에는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C씨, 인기탤런트 L씨와 S씨, 프로야구선수 S씨를 비롯한 중소기업 사장, 대기업 임원 및 자제들도 포함돼 있었다.특히 국내 굴지의 A그룹 비서실도 검거된 일당으로부터 10억원대의 수입차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서실을 통해 구입한 것이지만 이 차량의 실제 소유주는 B회장인 것으로 알려졌다.경찰 관계자는“이번 검거된 일당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B회장이 타고다닌 외제 차량도 불법 임시 번호판을 달고 다녔다는 의혹이 있다”며 “그러나 이 차량을 구입한 것이 오래된 일이어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당기업은 “차량은 정상적인 유통경로를 통해 구입했으며 불법 임시 번호판을 달고 다닌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이 사건으로 인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총수들이 타고 다니는 차량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대기업 총수 대부분은 공식적인 의전행사의 경우 에쿠스·체어맨 등 국산 최고급 차종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이처럼 재벌 회장들이 국산차를 애용하는 것은 공식행사에 외제차를 사용하게 되면, 외부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식행사가 아닌 개인적인 업무에서는 상당수가 벤츠 등 외제차량을 이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삼성 이건희 회장의 경우, 의전차량으로 에쿠스 리무진을, 그리고 개인적인 업무를 볼 때는 벤츠 최고급 S600 풀맨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평소 자동차광으로 알려진 이 회장은 스포츠카를 이용, 주말을 이용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으로 전해졌다.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주로 벤츠 S600과 쌍용자동차의 체어맨을 의전용 차량으로 사용하고 있다. SK 최태원 회장은 체어맨을 전용차로 쓰지만, 가족 나들이에는 벤츠를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최근 최 회장이 외부 공식 행사가 많아지면서 의전용 차량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체어맨의 경우, 승차감 등이 좋아 최 회장이 만족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자동차업체의 오너답게 자기회사 제품인 에쿠스를 전용차량으로 사용한다. 자사의 에쿠스의 성능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광고효과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정 회장외의 현대가 총수들도 대부분 에쿠스 리무진 등 현대차를 주로 의전용차량으로 사용하고 있다.이구택 포스코 회장도 에쿠스 리무진을 이용한다.

포스코는 민영화 이전까지만해도 외제 승용차를 의전용차량으로 보유했으나, 이를 모두 처분했다.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 계열의 경영진들은 에쿠스 등 국산차만을 의전용 차량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한화 김승연 회장도 BMW와 함께 에쿠스 리무진을 공식행사용차로 사용한다. 이밖에 롯데 신격호 회장, 박용호 두산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등도 벤츠와 함께 국산차를 주로 애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총수들의 경우, 공식행사용으로 국산차를 그리고, 개인적으로 2∼3대의 차량을 구입해 상황과 목적에 따라 번갈아 이용한다”며 “외부 행사 등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총수들로서는 승차감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이와 함께 각종 옵션과 방탄기능 등을 갖춘 최고급 차량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