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채형석 부회장 어머니 장영신 회장 대신 사실상 그룹전권 행사차남 채동석 사장 애경백화점 대표이사 승진 등 약진으로 아직 변수애경그룹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제 2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글로법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계열사의 명칭을 ‘애경’으로 통합하는 등 새로운 CI(기업이미지 통합)를 선포했다. 이같은 애경그룹의 획기적인 변신에 따라, 그룹내 후계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최근 창립 50주년을 맞은 애경은 생활용품·화학·유통 등 3개 사업부문에 그룹 역량을 집중키로 하고, 도약과 발전을 상징하는 새로운 기업 이미지를 발표하는 등 그룹 위상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 종합부동산 사업 진출 계획 등 신사업 구상도 밝혔다.

특히 50주년을 맞아 그룹 후계 구도와 관련한 일련의 조치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이미 “시대가 바뀌면 새로운 사람이 일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따라서 제 2의 도약을 모색하고 있는 애경의 후계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대외적으로 애경그룹의 후계구도는 그룹 전체 총괄은 장남인 채형석 부회장, 그리고 애경산업은 장 회장의 사위인 안용찬 사장, 그룹 간판인 애경백화점 등 유통부문은 차남인 채동석 사장이 맡고 있다.채 부회장의 경우 그간 사실상 그룹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가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지난 86년 애경유지 사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다.그리고 그는 93년 구로 애경유지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면서 남은 공장터에 애경백화점을 세웠다. 생활용품이 주력이던 애경을 유통업에 진출시키면서, 그는 경영인으로서 자질을 검증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초에 불거진 ‘센트럴시티 사건’으로 주춤했다.

채 부회장은 당시 센트럴시티 인수과정에서 투자 대가로 전 지방행정공제회 손모 이사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이 사건으로 채 부회장은 한동안 그룹을 경영하는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이어 동생인 채 사장이 지난해 초 경영에 나서면서 채 부회장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업계에서는 “장 회장의 3남 1녀 형제 중 그룹 경영권이 누구에게 돌아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채 부회장과 채 사장, 사위 안 사장, 그리고 삼남인 채승석 애경개발 전무까지 가세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대두됐던 것이다.애경그룹은 지난해까지 장남 채형석 부회장과 사위 안용찬 사장이 애경의 두 주력기업을 분담하는 투톱체제를 유지해 왔었다. 그리고 차남인 채동석 사장은 형인 채 부회장을 보좌하는 수준에 그쳐왔다.하지만 채 사장이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 애경백화점 대표이사로 승진하면서 삼각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차남 채 사장의 약진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 일부에선 “애경그룹 후계 구도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장남인 채 부회장의 입지가 상황에 따라서는 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애경그룹측은 “이미 채 부회장이 그룹의 모든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런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애경 관계자는 “고 채몽인 사장(장 회장의 남편- 70년 작고)의 유언과 유산에 따라 기업의 후계구도는 어느 정도 정해졌다”며 “2∼3년전부터 장 회장은 그룹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채 부회장이 그룹 전권을 행사하고 있는 중이다”라며 채 부회장이 실질적인 그룹 오너임을 강조했다.이어 “당분간 그룹은 장 회장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제한 뒤“채 부회장은 그룹의 총괄 업무를, 애경산업의 경우는 안 사장이, 그리고 채 사장은 유통부문에서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밖에 계열사들은 전문 경영인이 담당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역할 분담이 거의 이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채 부회장이 그룹 오너로서의 위상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장 회장이 쓰고 있는 구로동 본사 5층 집무실을 채 부회장이 물려받았다. 또 그룹 주요 사안에 대한 최종결재권도 채 부회장에게 있다.이와 함께 채 부회장은 이번 창립 50주년 기념사업을 진두지휘했고, 부동산 사업 진출 등 신사업 구상도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업 환경 변화 및 유통업계의 변화 등이 애경그룹 후계 구도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채 사장이 유통부문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경우, 후계구도에도 변화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한편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최근 해외사업 분야 등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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