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후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당대표가 선출된다. 송영길, 김진표, 이해찬 후보는 각자 자신들의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슬로건을 앞세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14일 밤에 있었던 MBC ‘100분토론’에서도 세 후보의 주장은 일관됐다. 그래서 재미는 없었다.
 
송영길 후보는 다른 두 후보보다 젊다는 점을 앞세워 세대교체를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평화시대를 뒷받침하겠다”, “젊은 후보로서 역동성을 가지고 평화와 통합을 이끄는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겠다”고도 말했다. 송영길 후보는 신체적 나이로는 세 후보 중 가장 젊을지 모르나 사고의 나이가 가장 신선하고 젊다는 점을 대중들에게 인식시키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김진표 후보는 “당대표가 돼 다음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이은 정권 재창출까지 이뤄내겠다”고 열변을 토했다. “국민들이 ‘경제 살려 달라’며 절박하게 외치고 있다”며, “지난 30년간 당·정·청에서 경제 개혁에 앞서왔던 경험을 토대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자신이 꽤나 유능했던 경제관료라고 자부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를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해찬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은 민주당의 새로운 100년을 이끄는 기틀이 될 것”이라며 자신이 당대표가 돼 “유능하고 강한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일하는 민주당’을 강조하며 “민생경제 연석회의를 구성해 을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고도 말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던 ‘100년 정당론’, ‘유능하고 강한 정당론’이다. 그가 생각하는 ‘강한 정당론’은 ‘강한 당대표론’으로 등치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나에게만 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서 구현된다. 선거가 없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래서 촛불혁명의 마지막 단추도 대선을 통해서 채워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가 자신의 정부를 촛불혁명을 통해 탄생한 정부라고 한 것은 그래서 틀린 얘기가 아니다.
 
그런데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선거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선거가 가지고 있는 대중성이다. 단기간에 많은 유권자에게 자신의 강점을 설파해야 하는 후보의 입장에서는 온갖 감언이설과 교언영색에 취약해지기 쉽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과장하게 되며, 진정성으로 승부하기 보다는 쇼로 한 표를 흥정한다. 유권자들이 정신 차려야 할 이유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 선거 또한 다르지 않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유권자는 당원으로 정치적 관심이 일반인들보다는 많은 사람들로 구성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당대표 후보 세 사람은 각자 자신의 치명적 약점인 고루한 생각, 무능한 관료, 독불장군 이미지를 ‘세대교체’, ‘경제당대표’, ‘강한민주당’으로 포장해서 상품으로 내놓고 있는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더불어민주당의 당원들은 이들 중 한 명을 당대표로 선출해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해찬 후보가 가장 앞서가고 있고, 그 뒤를 김진표 후보, 송영길 후보가 쫓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선거 결과를 뒤바꿀만한 변수도 없을 것 같고, 쫓아가고 있는 후보들에게 그런 의지도 없어 보인다. 여당의 당대표 선거가 이렇게 관심 없던 적은 없었다. 그래서 여당의 당대표 선거는 더 진정성 있고, 더 치열하고, 더 재미있게 전개되어야 한다.
 
송영길 후보는 본인이 총선불출마를 통해 세대교체를 읍소해야 하고, 김진표 후보는 이번에는 제대로 경제부총리를 해보겠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소하고, 이해찬 후보는 유능하고 강한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것이 보다 진정성 있고, 보다 치열하고, 보다 재미있는 당대표 선거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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